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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포국수 Jul 04. 2024

내만사 - 장 팅겔리

미술가 06

장 팅겔리 (1925 ~ 1991)

팅겔리 미술관의 감동은 가슴 벅찼다. 거대한 그의 전시물은, 산업혁명 이후 사람들의 잔인함을 보여줬다. 폐기된 기계부품과 고철들은 자신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은 조각가에게 보답하듯, 예술의 에너지로 오늘도 움직인다.




장 팅겔리는 스위스의 현대 조각가이며, 키넥트 아트의 대표주자다. 키넥트 아트는 어떠한 수단이나 방법에 의해, 움직임을 나타내는 작품을 총칭한다. 옛날 중학교 미술책에 등장했던,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이 키넥트 아트의 시작이다. 어린아이들의 침대 위에 걸려있던 모빌이 그것이다.


팅겔리가 구현했던 키넥트 아트는 못쓰는 기계들을 조합하고, 동력을 이용해 움직임과 소음을 일으키는 대규모 금속작품이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시대의 문화에서 앤디 워홀이 독특한 예술적 소재와 표현방법을 착안했듯이, 팅겔리는 수명을 다해 녹슬고 낡은 기계류들에게 전기 모터와 고속 회전장치를 달아 예술로 승화시켰다.


그는 스위스에서 태어나 모터가 부착되어 움직이는 기계를 만들며, 유년의 시간을 보냈다. 바젤에서 금속 디자인을 공부했으며, 우스꽝스럽고 기묘한 기계작품의 움직임을 표현했다.


“기계는 내게 영감을 주는 도구다.” 그는 평생 동안 녹이 쓴 냄비, 쇳덩어리, 잡동사니 고철들을 수집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산업 폐기물에서 새로운 기계를 창조하고,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나는 2022년 독일 카셀, 스위스 바젤, 이탈리아 베네치아/피렌체, 프랑스 니스를 기족과 돌며 미술관 투어를 했다. 바젤에서는 키넥트 아트 작품을 잔뜩 가지고 있는 팅겔리 미술관에 갔다. 한 평론가는 이 미술관 작품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일반적인 미술관이 인식론적 차원에서 미술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비해, 팅겔리 미술관은 유희적이다. 그곳에는 현대미술의 난해함과 심각함 보다는 움직임과 웃음, 놀이, 놀라움이 존재한다.” 그의 작품에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처럼 기계문명에 대한 파토스(연민을 자아내는 힘)가 깔려 있다.


당시 이 미술관에서 보았던, 압도적인 크기의 작품들이 아직 눈에 선하다. 인간의 마음보다 기계의 작동방식을 깊이 이해했던 현대 조각가 장 팅겔리. 그의 작품들은 팅겔리 미술관에서 그리고 전 세계 곳곳의 설치장소에서, 자신들에게 생명력을 불어준 스위스 조작가를 생각하며 오늘도 열심히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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