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04
안도 다다오 (1941 ~ )
노출 콘크리트와 빛은 안도의 건축물에 늘 등장한다. 공사 현장에서 알바를 했던 사람이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었고, 세계 곳곳에 자신의 작품을 남겼다. 건축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예쁘게 장식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안도 다다오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동안 백수생활을 했다. 고등학교 말년에는 쌍둥이 동생의 영향으로 권투선수 생활도 했다.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건축 공사장에서 일을 하는, 일명 노가다의 경력도 있다.
그는 긴 방황 끝에 건축의 길을 들어서는데, 묘하게도 건축 공사장에서 노동했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집요한 독학과 해외 건축물 답사여행을 통해, 그는 세계 최고 건축가의 반열에 올랐다.
건축을 하지 않은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밖에 없었다. 자신이 존경했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 전집을 중고로 사서, 책이 닳도록 읽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반려견 이름이 르코르뷔지에인데, 어떤 건축 의뢰인을 만날 때 그 개가 짖으면 건축주님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설계를 거절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는 설계실이 아니라 현장답사를 하면서 건축을 터득했다. 1965년부터 4년간 세계 각지에서 건축 거장들의 작품들과 고전 건축물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신만의 건축관을 형성했다.
“건축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자신의 오감으로 그 공간을 체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내게 답사는 그 자체가 유일한 나의 스승이었습니다.” 해외답사를 마치고 건축 자격증을 딴 뒤, 28살에 그는 자신의 건축 사무실을 열었다. 독학과 답사를 통해 권투선수이자 노가다였던 그가, 건축가로 변신해 나갔다.
안도는 자신의 건축을 한마디로 ”도발하는 노출 콘크리트 상자.”라고 했다. 그는 건축물을 지을 때 사각형, 원, 삼각형, 타원과 같은 순수 기하학적인 형태를 선호했다.
그에게 건축이란 자연에 대립하고 투쟁함으로써,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내는 역설이라고 말했다. 유기적인 자연에 대해, 자신은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건축으로 자연과 지형에 조화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시련과 실패를 거쳐,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는 안도 표 노출 콘크리트를 만들었다. 노출 콘크리트 상자 안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역동적인 공감체험과 자연의 빛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연출했다.
그는 서양건축의 대표적인 사례로 로마의 판테온을 꼽는다. 판테온이 제시하는 기하학적인 질서에 빛이 들어오는 순간, 자연 세계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건축의 가치를 드러낸다고 표현했다.
그 역시 그런 건축물을 만들고 싶어 했다. 르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의 빛이 비치는 건물 안의 구조를 사랑했다. 롱샹 성당의 빛을 보고, 그는 희망이 있는 건축이라고 말했다.
콘크리트 건물의 미니멀리즘과 역동성, 빛의 유희가 안도에게 많은 영감을 주게 되고, 그의 건축물들도 그런 모습을 담게 된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그는, 국내에서 ‘뮤지엄 산’을 건축했다. 한솔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인데, 강원도 원주에 있다. 나는 가족과 이곳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노출 콘크리트와 빛이 들어오는 공간 등 그의 건축 콘셉트가 잘 표현되어 있다.
뮤지엄 산은 웰컴 센터, 미술관, 명상관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동선을 하나의 작품으로 설계한 것이다. 건축주인 故 이인희 고문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넓은 대지를 마음껏 창작했던 안도는, 시그니처와 같은 그의 작품을 원주에 만들었다. 그는 제주도에도 두 군데 미술관을 건축했다.
그가 건축을 한 지 50년이 지났다. 그는 지금도 전 세계를 다니며, 자신의 건축 이야기와 도전정신을 젊은이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학벌도 사회적 기반도 없던 건축가였지만, 그는 건축만을 생각했고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나아갔다.
성공보다는 실패가 계속되는 혹독한 세상일지라도, 맞서 싸워 나가는 도전적인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연한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 갓 들어온 젊은 직원도, 곧장 해외출장을 보내서 혼자 전부 해보도록 내버려 둔다고 한다.
건축의 진정한 가치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시켜 주고, 감동을 새겨주는 것이라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일본과 전 세계에 있는 안도의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들을 보고 싶다. 르코르뷔지에와 판테온을 사랑했던 건축가의 안목을 나도 오감으로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