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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하늘숲길 열리다

남산의 막바지 가을 모습

by 김인숙

남산 하늘숲길 열리다


얼마 전 남산 백범광장에 들렀다가 보았던 하늘숲길이 궁금해서 다시 남산을 찾았다. 자료를 찾아보니 남산도서관 옆에서 올라가도 되지만 반대로 서울타워에서 내려가는 길도 있었다. 올라가는 길도 경사가 완만해서 휠체어 이동도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꾀가 나서 반대로 걷기로 계획을 세우고 집을 나섰다.


서울타워까지 올라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1. 명동역 4번 출구나 회현역 1번 출구에서 10분 정도 걸어가 남산 3호 터널 근처에서 남산오르미를 타는 방법.

오르미는 한번 타본 적이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경사로를 따라 비스듬히 올라가는 게 신기했다. 남산오르미는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이어진다. 이곳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가장 간단하게 남산을 오를 수 있다. 오르미는 무료로 운행된다.


남산 케이블카와 오르미


2. 남산 케이블카까지 올라간 뒤 길을 건너 남산을 오르는 계단을 이용해서 성곽을 따라 올라가는 방법. 그동안 이용해 본 방법 중 이 길이 가장 힘들었다.


3. 동국대 입구에서 내려 남산국립극장 길을 따라 올라가는 방법. 그나마 이 길이 계단이 아니라 걸을 만했다. 물론 이 길 외에도 여러 방향에 있는 남산 둘레길을 이용해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4. 남산 순환버스를 타는 방법. 충무로역 2번 출구에서 01A, 01B 버스를 타면 장충동을 경유해 남산국립극장으로 올라가는 길을 편안하게 버스로 갈 수 있다. 버스는 남산타워 코밑까지 올라간다.


최근 내가 남산을 오를 때 주로 쓰는 방법은 4번이다. 일단 남산타워까지 올라간 후 취향에 맞는 길을 찾아 걸어 내려가는 게 나에게는 가장 알맞았다.


남산의 막바지 가을 모습


버스는 순식간에 나를 서울타워 앞으로 데려다주었다. 내가 가야 할 하늘숲길은 서울타워 쪽으로 올라가지 않고 버스가 가는 일방통행 길을 따라 다시 내려가야 했다. 그러나 일단 서울타워까지 올라온 김에 발걸음을 팔각정 광장 쪽으로 향했다. 시간은 11월 21일 금요일 아침 10시,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아침 10시 서울시내 모습


남산은 해발 270m의 낮으막한 산이다. 남산을 경계로 북쪽은 중구, 남쪽은 용산구다. 남산은 북악산(주산)을 보좌하는 안산이자 풍수지리상 주작에 해당하는 핵심 산으로, 동쪽 낙산, 서쪽 인왕산, 북쪽 백악산과 함께 서울의 중심부를 둘러싼 내사산(內四山)을 이루고 있다. 이 산들을 연결한 성곽이 18.627km의 한양도성이다. 즉 한양도성 성곽의 남쪽 부분에 남산이 걸쳐 있는 셈이다.


남산 공원 전도(서울시)


남산은 서울의 중심부에 있다. 원래 서울의 중심은 종로구 인사동이고 남산은 서울의 남쪽에 있는 산이었다. 그러나 1963년에 서울시가 크게 확장되면서 현재는 남산 정상부가 서울의 중심점이 되었다.


남산의 옛 이름은 ‘인경산(仁慶山)’으로, 경사스러운 일들을 끌어들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남산은 ‘목멱산(木覓山)’, ‘마뫼’ 등으로 불렸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목멱산은 도성의 남산이라 하였다”라는 대목이 있고 한양의 지리서인 <한경지략>에는 “목멱산을 일컬어 남산이라 하는데, 그 형상이 달리는 말의 안장을 벗어놓은 모습이다”라고 적혀 있다. 현재 남산이 품고 있는 명동과 을지로는 국내에서 최고의 재물 명당으로 꼽힌다.


서울타워 근처의 갈대


목멱산이라는 이름은 고려 시대부터 쓰였다. ‘마뫼’는 순우리말로 ‘남쪽 산’을 뜻하는데 이를 한자음으로 표기한 것이 ‘목멱’이다. 그래서 목멱산은 지금도 남산의 별칭으로 불린다.


남산(南山)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것은 한양 천도 이후부터다. 남산은 한양 도성의 남쪽에 있는 산이라는 뜻도 있지만, 경복궁에서 바라볼 때 전면에 보이기 때문에 ‘앞산’이라는 뜻으로도 쓰였다.


사실 남산은 앞산을 부르는 보통 명사다. 그래서 경주, 평양, 개성 등에도 남산이 있다. 지금은 남산이 서울 중심부에 있는 작은 산이지만, 원래는 이태원동, 보광동, 한남동, 옥수동, 금호동, 행당동, 응봉동 일대를 아우르는 매우 큰 산이었다.


남산은 산 전체가 매우 단단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남산은 뚫기가 힘들어 강남을 바로 잇는 지하철 노선이 없다.


예로부터 남산은 한양의 내사산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산이었다. 북악산과 인왕산은 가파르고, 낙산은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이었다. 옛날 한양 백성들은 여름철에 남산에서 피서를 즐겼고 양반들은 정자를 지어 놓고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N서울타워와 전망대

현재 남산의 상징인 N서울타워는 원래 여러 방송사의 송신탑 난립을 막기 위해 세워진 종합 방송탑이었다. 방송탑에 전망대가 생긴 것은 1975년이다. 그런데 전망대에서 보면 맑은 날 개성 송악산까지 보인다는 기사를 본 박정희 대통령은 혹시 청와대가 보일까 염려하여 한동안 개방을 막았다. 이후 전망대는 1980년에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서울타워는 지난 2011년부터 타워의 조명을 이용해 서울의 대기질 상태를 알리고 있다. 맑은 날은 푸른색,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붉은색으로 알려준다.

미세먼지에 따라 달라지는 서울타워 조명


국가 수호의 상징 국사당과 봉수대

남산 능선에는 태조 때 쌓은 성벽이 남아 있고, 꼭대기에는 봉수대, 국사당(國祀堂)이 있었다. 국사당은 나라의 안녕을 빌기 위한 곳으로 국가에서 제사를 지냈다. 국사당이 있던 자리는 현재 팔각정이 있는 곳이다.


인왕산으로 옮겨간 국사당 내부


1925년 일본은 남산 기슭에 조선신궁(朝鮮神宮)을 지으면서 국사당이 신사보다 높은 곳에 있는 것을 트집 삼아 이전을 강요했다. 결국 국사당은 현재 자리인 인왕산 자락으로 옮겼다.


남산 팔각정


서울 시내를 둘러보고 사진을 남긴 후 봉수대 쪽으로 가는데 알록달록한 사랑의 자물쇠들이 눈에 띄었다. 지금도 사랑의 자물쇠는 하루에도 몇백 개씩 빈틈을 찾아 달리고 있다. 서울시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물쇠를 수거한다. 한쪽에서는 자물쇠를 달고 한쪽에서는 수거하는 데도 사랑의 맹세는 그치지 않는다.


잠긴 자물쇠와 샵에서 파는 자물쇠


봉수대는 세종 때 국사당 옆에 설치되어 전국 각지의 소식을 모으던 안보 통신 기능의 역할을 담당했다. 봉수대는 밤에는 횃불, 낮에는 연기를 이용해 전국에서 올라오는 급한 소식을 모으고 전달했던 옛 통신 수단이었다. 특히 남산 봉수대는 전국 각 도의 봉화가 마지막으로 닿는 종점 역할을 맡았으며, 한양 성내 사람들은 저녁마다 봉화의 개수를 보며 변방의 무사를 확인했다. 평화 시에는 1개, 변고 시 2~5개 모두 횃불을 올렸다.


남산의 봉수대는 서울에 있는 봉수라 하여 '경봉수(京峰燧)'라고 불렀다. 원래 남산에는 총 5개의 봉수대가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을 거치며 모두 소실되었다. 1993년에 <청구도> 등의 자료를 보고 한 개의 봉수대를 복원하였다. 지금 봉수대는 1993년 9월 20일, '목멱산 봉수대 터'라는 이름으로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14호에 지정되었다.


봉수대의 건립 연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한양도성이 축조된 1396년에서 1398년 사이에 한양도성 성곽과 함께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복원된 1개의 봉수대 외에 나머지는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


현재 봉수대의 위치는 남산 팔각정과 마주 보는 위치에 있으며, 남산 케이블카 위쪽 승강장에서 남산 팔각정으로 올라오는 계단 바로 옆에 있다.


봉수대


봉수대 사진을 찍는데 계단을 올라오는 사람들이 힘들게 숨을 내쉬는 모습이 보였다. 올봄에 가족들과 벚꽃을 보러 왔다가 호기롭게 저 계단으로 내려가 명동까지 갔었는데 종아리에 알이 배겨 며칠 고생했던 기억이 났다. 걸어서 올라오는 사람에게 손뼉이라도 쳐주고 싶었다.


N타워 1층 전경


서울타워는 최근 케데헌의 열풍 때문에 외국 사람들이 더 많아 찾아온다고 한다. 오랜만에 팔각정에도 올라 보고 그동안 오면 휘둘러보았던 곳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전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연애점을 보는 곳도 있었고 포토존도 바뀌었다. 외국 사람들은 줄을 서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었다.


포토존


연애점 보는 곳


타워 근처를 한 바퀴 돌고 잠시 쉬기 위해 커피숍에 들렀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느긋하게 서울시내를 내려다보다가 다시 길을 재촉했다. 남산의 단풍은 시내보다 조금 늦게 진다고 들었는데 색은 그리 붉지 않았으나 아직까지 충분히 아름다웠다.


남산과 어우러진 단풍사진을 찍는데 가슴이 벅찼다. 이 모습을 보려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마음속에 멋진 경치를 꾹꾹 눌러 담았다.


남산 단풍


하늘숲길 입구를 찾아서 내려가는 길은 단풍이 더 많았다. 사람들은 연신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페달을 힘겹게 밟고 올라오는 모습에 건강미가 흘렀다. 조금 걸어 내려가니 드디어 하늘숲길로 내려가는 입구가 나타났다.


남산의 새로운 보행로 하늘숲길

서울 도심의 상징인 남산에 새로운 보행로 ‘남산 하늘숲길’이 열렸다. 지난 10월 25일 개방된 이 길은 남산의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색다른 길이다.


하늘숲길 가는 이정표


이번 탐방기는 하늘숲길의 감성적인 매력과 함께, 서울의 중심에서 600년의 영욕을 함께 해 온 남산의 깊은 시름 이야기를 함께 담아내려고 한다.


1961년 중앙정보부가 들어서면서 남산 벙커는 악명 높았다. 이곳으로 잡혀가면 벙어리도 말을 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였다. 이후 남산에 세워진 외인아파트와 남산아파트 등도 남산의 외관을 가리는 흉물이 되었다. 또 그보다 훨씬 전에는 일본 신궁이 세워져 강제로 신사참배를 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다음 주에 다뤄보기로 한다.


하늘숲길 내려가는 시작점


하늘숲길은 남산 체력단련장에서 시작해 남산도서관까지 1.45km를 잇고 있다. 이 길은 기존의 가파른 경사와 협소한 보행로를 안정적 높이와 낮은 경사로 조성했다. 그래서 보행 약자는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남산을 오를 수 있다. 천천히 걸어 올라가도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면 충분하다.


울창한 숲을 관통하는 이 길은 산책로와 생태, 치유, 문화 공간이다. 걷다 보면 탁 트인 도심 경관은 물론 멀리 한강과 관악산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건강정원


내려가는 길의 처음은 건강정원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곳은 마로니에 숲으로 명상형, 치유형 정원으로 조성되어 일상의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자연이 주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건강정원답게 운동기구가 있고 사람들이 기구를 이용해 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데크를 발견하고 드디어 하늘숲길의 첫발을 내디뎠다. 데크는 유모차를 끌고 와도 될 정도로 완만했다.


완만한 데크길


하늘숲길에는 8군데의 조망포인트가 있다. 데크를 걷다 보면 친절하게 전망대 이름이 쓰여있다. 그중 노을전망대는 유리 펜스를 활용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개방감을 선사하는 스카이뷰 포토존이다. 서울 도심과 노을빛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 내가 갔을 때는 아침이라 노을은커녕 햇볕이 이글거렸다.


노을 전망대


바람전망대는 메타세쿼이아 숲을 배경으로 도심을 색다른 각도에서 조망하며, 숲과 도시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경관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솔빛전망대는 하늘숲길의 원형전망대로, 나무 위에 서 있는 듯한 360도 펼쳐지는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소나무 쉼터와 참나무 전망대

벚나무전망대는 계절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특히 봄에는 벚꽃 아래에서 낭만적인 도심 경관을

조망할 수 있어 봄에 인기가 높을 것 같다. 그리고 모험전망대는 아래쪽 바람전망대와 연계되어 지형적 특성을 살린 구조물로 스릴감을 선사한다.


소나무쉼터에는 숲 속에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누울 수 있는 꽤 긴 의자가 놓여 있는데 이미 그곳을 점령한 사람들이 있어서 누워보지 못했다.


곤충호텔과 중간에 쉬어갈 수 있는 멋진 의자


군데군데 어린 소나무들을 육성하는 소나무 유치원(?)도 보였고 곤충들이 안전하게 겨울을 날 수 있는 곤충호텔도 있었다.


어린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곳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곳은 바람전망대였다. 이곳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느라 오가는 길이 붐볐다. 나도 이곳에서 사진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설악산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나무의 색깔이 환상적이었다.



실제 모습은 훨씬 멋지다


올가을 단풍을 보러 지리산에 가고 싶었는데, 못 간 아쉬움을 떨쳐버리게끔 좋은 풍경이었다. 정말 오길 잘했다고 나를 칭찬했다.


하늘숲길은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남산 자생종 수목을 심어 식생을 복원하는 등 친환경 공법을 통해 조성되었다고 한다. 가능한 나무는 한 그루도 베지 않고 피해서 길을 만들었고 중간중간 아픈 나무를 치료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치료받고 있는 나무들


천천히 걸어 내려오니 어느새 소월정원이었다. 이곳은 하늘숲길을 올라가는 시작점이다. 경치에 눈이 멀어 한눈팔다 오니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내려온 것이다. 다음에는 오르는 길을 이용해서 걸어봐도 좋을 만큼 길이 완만해서 전혀 힘들지 않았다.


소월정원 하늘숲길 시작점(이 사진은 지난 번에 찍었다)


김소월 시비 주변에 조성된 소월정원은 하늘숲길 초입에 있어 앞으로 더 유명한 정원이 될 것 같다. 열흘 전쯤 찍었던 노란 은행나무는 어느새 잎이 다 떨어지고 벌거숭이 나무가 되어 있었다.


남산도서관을 지나 다시 케이블카가 있는 곳까지 천천히 걸었다. 아침 일찍 서둘러 와서 그런지 꽤 걸었는데도 1시가 조금 지나있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평소 자주 가던 목멱산방을 찾았다. 평일이어서 대기는 길지 않았다. 목멱산방 앞길은 걸어서 장충동으로 내려갈 수 있는 또 다른 둘레길이다.


목멱산방 쪽 남산 둘레길
비빔밤과 궁중 떡볶이 & 김치전


평소 먹던 비빔밥을 주문했다. 간장 베이스로 만든 궁중 떡볶이와 김치전도 시켰다. 김치전은 크기가 호떡만 하니 작다. 이 식당은 날이 좋으면 야외에서 밥을 먹을 수도 있다. 목멱산방에도 가을이 아직 머무르고 있었다.


목멱산방 뒤뜰, 날이 쌀쌀해지면 난로를 피워준다.


국립극장으로 가는 둘레길


불타는 단풍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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