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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형 때문에 날렸어

2. 돈이 막 벌리는데 남편이 정신을 못 차리네?

by 휴리네


정말 바라고 바라던 장난감을 획득한 아이 같았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저리도 좋아할 수 있는지 신기했다. 정말로 간절히 원하던 장난감을 손에 쥔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던 그 모습.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참 기분이 좋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날들이었다.


남편이 배낚시를 가겠다고 준비에 준비를 거듭하더니 드디어 그날이 왔다. 바람도, 파도도, 날씨도 모든 게 완벽하다고 했다. 때마침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라 공휴일이기도 했다. 남편은 모든 장비를 닦고 손질하며 신나서 노래까지 부르며, 형들과 함께 첫 출항을 할 거라며 완벽한 사시미를 기대하라 했다. 어머님 댁에 나를 내려주며 그렇게 떠났다.


어머니와 기다리며 잔치국수를 해 먹었다. 간장이 정말 맛있게 잘 되었다며 어머니는 상을 차렸고, 이제 막 맛있게 먹으려던 참이었다. 그때 어머니가 말씀을 시작하셨다.


"너, 호주 영주권이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 아니?"

"아, 그런 게 있어요?"

"응, 지금 그 가치가 백만 달러가 넘는대."

"아, 그렇구나..."

"너는 공짜로 얻어서 참 고맙겠다?"

(응? 뭐지?) "...?"


"너, 내 친척 조카 알지? 이번에 며느리가 뭐 해온 줄 아니?"

"아니요?"

"걔가 글쎄, 건물이랑 차, 가방들까지 한가득 해왔더라."

"아.. 그랬구나..."


잔치국수가 정말 맛있었다. 국수가 식기 전에 드시라고 어머니께 말씀드리며 별 반응이 없는 나를 보고 어머니는 역정을 내셨다.

그 순간 이제 생각하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별생각 없이 말하는 나 말고 생각을 장착해서 말하는 내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머니, 그 친척 조카 의사라면서요? 그리고 강남에 정말 비싼 집도 해주셨다고 했잖아요."

"응."

"어머니 아들은 뭐예요?"

"음.. 뭐... 너는 영주권을 가졌잖아!!!"

"어머니, 저 영주권 필요 없어요. 그리고 저도 집 해왔어요. 그 돈이면 영주권도 돈 주고 샀을 텐데요? 그 집도 오빠 이름으로 샀잖아요. 나 없을 때."

"그러게, 넌 집 사야 하는데 왜 한국을 갔니? 너, 명의 바꾸려면 변호사 비용이 얼마나 많이 드는지 알아?"

"어머니, 이건 좀 아닌것 같아요. 아무래도 리콜해야겠어요."


그 순간 전화가 울렸다.


"얼른 이쪽으로 와. 엄마 차 가지고 엄마랑 같이와."

"왜, 벌써 끝났어?"

"어, 빨리 와."

많이 잡았냐고 전화기 너머로 계속 물으신다.

"어머니가 상 차려놓으시면 되냐고 물으시는데?"

"아니야, 배 사고 났어. 그냥 좀 와."

"어??? 무슨 사고? 배 사고는 어떻게 나는 거야? 누구 다친 사람 없어?"

"어, 아무도 안 다쳤어. 와서 얘기해."


어머니와 함께 선착장으로 갔다. 기운이 다 빠진 삼 형제가 앉아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괜찮아? 배 사고는 어떻게 나는 거야? 꽝 부딪혔어? 물에 빠진 거야?"

"아.... 나중에 얘기할게. 사고 처리 마무리해야 해."


정말 온 가족이 아무 말도 없이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맑고 파란 하늘에 구름이 잔뜩 물을 머금은 솜이 되어 모두를 짓누르는 듯했다.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더니 남편이 돌아와서 말하길,


"우선 가래. 형들은 엄마랑 와."

"알겠어. 짐은 어딨 어?"

"짐 없어. 다 훔쳐 갔어."

"뭐? 뭘 훔쳐 갔다는 거야?"

"사고 처리하려고 내렸는데 동네 아이들이 돈 될 만한 걸 다 뜯어서 가져갔어. 아이스박스밖에 못 건졌어. 얼른 오라고."


망연자실을 온몸에 뒤집어쓰고 남편이 앞서 걸었다. 망연자실을 뒤집어쓴 것뿐만이 아니고 그가 걷는 걸음걸음마다 뚝뚝 떨어졌다. 그 척척한 발걸음을 뒤에서 따라 걷자니 나 또한 발이 너무 무거웠다.


한참을 걷더니 남편이 욕을 하기 시작했다. 분노가 터진 남편은 자기가 분명히 해류가 오는 방향으로 낚시하지 말라고 형에게 말했는데, 형이 그쪽으로 계속 던져서 낚싯줄이 모터에 걸렸다고 했다. 한 번 걸려서 모터를 들어 낚싯줄을 뺐는데, 두 번째엔 너무 심하게 걸려 다시 모터를 들어 낚싯줄을 빼고 있는데 파도가 와서 배가 방파제에 부딪히려 했다고 했다. 그제야 모터를 내리고 시동을 걸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고 했다. 큰 파도가 바로 밀려와 배가 방파제에 부딪혀 큰 돌들 사이에 끼었다고 했다. 크게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서도 계속해서 욕을 퍼부었다. 형 때문에 배를 날렸다고.


"괜찮아. 보험 처리하면 되잖아. 배는 보험 어떻게 클레임해?"

"보험 없어."

"왜? 그때 보험 든다고 전화하는 거 들었어. 35불인가 한다고 했잖아."

"어, 그런데 피시파인더 모델명을 정확히 알려주라고 해서 다시 알아보고 전화한다고 하고 못 했어."

"뭐? 보험도 안 들고 배를 몰고 나갔다고? 어............. 그럼 어떻게 해?"

"다 날렸어!!! 뭘 어떻게 해!"

"뭐???? 그럼 미용실 아저씨는 어떻게 해? 말씀드렸어?"

"어. 아저씨한테 돈 드린다고 했어."

"뭐라고??? 배 한 번 제대로 타보지도 못하고 몇 만 불을 날린다고?"

"내가 그런거 아니잖아"


정적이 흐른다. 무거운 정적을 이기지 못하고 남편은 티브이를 틀었다.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에 일어난 사고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해변에서도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라며, 헬기에서 찍은 방파제에 난파된 남편의 배가 화면에 잡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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