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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득여사 Nov 04. 2024

밤이니까 하는 거야,  황홀하고 이상야릇한 거!

#밤의 물구나무 # 포커싱

우주의 별들이 수개월간 맹연습을 했다지.

우주 비밀공간 어딘가에서 몇 번의 리허설도 완벽히 끝냈다지.

오늘이 드디어 D-day!!

별들의 환상의 퍼레이드!!

우주의 별들이 펼치는 밤하늘 퍼레이드의 총감독은 카리스마 작렬의 문(moon) 감독. 

서슬 퍼런 달이였다지.


달감독, 문(moon) 감독은 변덕쟁이. 둥글둥글 둥글 납작한 어떤 날은 ‘잘한다! 잘한다!’ 세상 유하다가, 뾰족뾰족 어떤 날은 ‘정신 안 차릴래!’ 이별 저 별 트집 잡아 별들이 고생깨나 했다지. 도중에 끝끝내 버티지 못한 유약한 별들은 별똥별로 남겠다며 중도포기도 꽤 했다지 아마!

한낮의 태양이 지구 하늘을 지배하는 그 시간,

별들은 비밀 우주운동장에서 달감독의 지휘하에 별 땀 흘려가며 연습했다지. 헛둘! 헛둘!



쉿, 이제 시작한다. 별들의 퍼레이드.
지구의 관객은 흡 숨죽이고 캄캄한 밤하늘을 우러러보면,


마법의 성문이 스르륵 열린다.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건너와 눈물의 상봉을 한다.

멋진 닻을 올린 배가 하늘바다를 유유히 항해한다.

헨젤과 그레텔 과자집이 고소한 향을 풍기며 하늘땅에 지어진다.

인어공주는 왕자를 찾아 밤하늘 바다를 헤엄친다.

팅커벨과 피터팬은 네버랜드를 향해 하늘비행 슝~~~!!


지구의 관객들.

참지 못한 감탄사 우아! 와! 어머나! 마구 터져 나온다.

밤하늘 별들의 환상의 퍼레이드!



가을밤 일산호수공원에서 펼쳐진 환상의 드론축제는 이렇게 우리를 환상의 나라로 데려갔다.


밤이니까 가능한 드론축제! 밤하늘 무대에서 펼쳐진 공연은 황홀했고 흥분되었다.

드론은 밤이 되어서 비로소 별이 될 수 있었다.



낮에는 말이지...


굴러다니는 빨랫감

썰다 만 당근 조각

흩어져 있는 머리카락

침대 밑의 먼지

비뚤게 묶여 있는 커튼리본

질서 없이 뒤섞여 있는 일상의 도구들

낮에는 다 보인다.

눈을 질끈 감지 않는 이상 내 눈에 마구 보이는 현실 뭉치들

그래서 훅 들어가지 못한다. 낮에는.




밤이니까 하는 거야. 황홀하고 이상야릇한 거!


밤은 깜깜하고

밤은 고요하고


그래서

밤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한다.

밤은 포커싱.

밤은 핀조명.

주변의 자질구레한 것, 필요치 않은 것 가려주고 원하는 것에만 포커싱하게 해준다.


밤은 포커싱.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 보이는 것.

밤은 핀조명. 비추고 싶은 것만,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게 하는 것.

밤은 보이고 싶은 것만, 집중하게 해주는 것.

밤은 오히려 밝디 밝은 것.


어쩌면 밤은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잘 보이는 것이리라. 




그래서 황홀하고 이상야릇한 것은 밤에 하는 거구나.


포커싱.

감정에 포커싱.

철학에 포커싱.

생각에 포커싱.

상상력에 포커싱.

나와 너의 사랑에 포커싱.


쉿, 조용. 핀조명 비춘다. 나는 너에게 포커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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