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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득여사 Nov 11. 2024

막어른과 참어른

"커서 되고 싶은 게 뭐야?"

이번주 중고등부 경도 MR(경도지적장애) 사회성그룹치료 시간.

첫 번째 활동은 ‘친구에게 물어봐’였다. 서로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는 시간이다. 아이들의 질문의 폭은 그리 넓지 않아서 그동안 그룹치료 때 여러 방법으로 익혔던 질문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런 활동에서 늘 첫 번째 친구의 질문이 기준이 된다.

첫 번째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은 뭐야?’로 시작했다. 예상대로 줄줄이 질문들이 ‘좋아하는~’으로 문장을 출발한다.  ‘좋아하는 동물은 뭐야?’ ‘좋아하는 과자는 뭐야?’ ‘좋아하는 아이돌은 누구야?’ ‘좋아하는~’ 끝없는 돌림노래가 계속될 것만 같았다. 질문의 확장을 도와줄 타이밍이다. 나는 슬쩍 질문할 친구에게 "커서 되고 싶은 게 뭔지 물어봐"라고 귓속말을 해 주었다. 귓속말을 들은 친구가 수연이(가명)를 보고 묻는다.


"커서 되고 싶은 게 뭐야?"

질문을 받은 수연(가명)이가 너무 당연하다는 듯 대답한다.

"어른"

질문 한 친구와 수연이는 서로 질문을 잘했고, 잘 대답했다는 순수한 눈빛을 자랑스럽게 주고받는 상황. 다른 네 명의 친구들도 맑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른'이 되고 싶다는 것은...


아! 그렇지!  어른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니고 ‘되고 싶은 소망’이 될 수 있는 것이구나!

맑은 표정의 수연이는 내게 ‘어른’이라는 철학적 사유를 던져주었다.


아이는 커서 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

꿈꾸고 노력하고 도전한다.

아! ‘어른’은 노력하고 도전하는 꿈일 수 있겠구나.


나이가 들었다고 어른이 아니고

윗세대가 되었다고 어른이 아니고

시간의 흐름에 그저 따라간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다.



막어른과 참어른.


되고 싶고, 이루고 싶고, 하고 싶다는 것은 그만큼 그것이 ‘가치 있다’이다.

어린 사람이 꿈꾸고, 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어른은 ‘참어른’이다.

저렇게는 되고 싶지 않아 다짐하게 만드는 것은 ‘막어른’이다.


어린 사람이 막어른에게 묻는다.

“막어른님 어떻게 막어른이 되셨나요?”

막어른이 대답한다.

“그거야 당연히 한해 한해 나이가 들어가다 보면 어른이 되는 거지.”

"나이가 들면 어른이 되는 건가요?"

"그럼, 그게 다 자연의 섭리라고. 당연한 것을 뭘 그렇게 물어보니? "


어린 사람이 참어른에게 묻는다.

“참어른님 어떻게 참어른이 되셨나요?”

참어른이 대답한다.

“생각을 많이 했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인지.”

“그래서 그 답을 찾으셨나요?” 어린 사람이 기대에 차서 묻는다.

“아직도 찾고 있단다. 그 답을 찾아가는 중이지.”

“아직도 찾고 있다고요? 그럼 아직 당신은 어른이 되지 않았나요?” 어린 사람이 의아한 듯 묻는다.

“되어가는 과정이야. 어른은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지 않을까? 멈추어 있지 않는 것.”



어린 사람이 막어른에게 묻는다.

“막어른님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우리들에게 좋은 조언 한 말씀해주세요.”

"너희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를 거야. 어른이 되면 정해진 세상 이치를 다 알게 되는 법이지. 너희는 어른들을 보고 그대로 따라오면 되는 거야.”


어린 사람이 참어른에게 묻는다.

“참어른님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우리들에게 좋은 조언 한 말씀해주세요.”

참어른이 대답한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여러 방법을 시도 중이야. 너처럼.”

“저처럼요?” 어린 사람은 의아한 표정이다.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생각하고 시도하는 시간이 조금 더 길 뿐이지. 우리는 같은 인생 여행자 아닐까?”

“인생의 여행자”

그래, 우리는 모두 인생을 여행 중이지. 여행을 하다 보면 지혜도 생기도 나름 여행의 방법도 터득하게 되긴 하는 것 같아.”

“우리는 함께 가는 인생의 여행자이군요.”

“그렇지! 너에게도 여행의 지혜가 있고 나도 마찬가지지. 우린 서로의 지혜를 나눠줄 수 있을 테지.”




어른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가 가볍지 않다. 참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아직 답은 잘 모르겠다. 인생이 멈추지 않는 것처럼, 어른이라는 것도 멈추지 않는 진행형의 의미가 아닐까? 그렇기에 우리는 섣부른 조언이나 인생의 정답이라는 어설픈 주장을 하는 것을 조심해야지 싶다. 인생 여행길에 만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조력자가 될 수 있다면 참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오늘도 막어른이 아닌 참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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