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저 퇴사할게요.

여러분 안녕히계세요, 저는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자유와 행복을!

by 누운달걀

띠리링띠링

띠리링띠링


오늘도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소리에 동도 트기 전인

새벽 6시반 힘겹게 눈을뜨고 몸을일으켰다.


눈을 감은 채 반사적으로 화장실로 들어가 칫솔에 치약을 묻히고

치카치카치카 양치를 하다가 문득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오늘은 내가 부장님께 퇴사를 하겠다고 노티를 하기로 마음먹은 바로 그 날이다.


약간은 설레는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할 준비를 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1%정도의 미련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진짜 퇴사를 해도되나?

나 이게 맞는걸까 살짝 고민이 됐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핸드폰 캘린더에 적힌 d-day 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오늘 얘기하는거야, 잘 할 수 있어!


사뭇 결연한 표정으로 집을 나섰다.

회사로 가는 차 안에서도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지 계속해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대비해야 완벽한 퇴사노티를 마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1%의 미련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부장님이 붙잡더라도 뿌리칠 수 있는 용기가 조금 더 필요했다.


회사에 도착해서 업무를 하는데 온 신경이 부장님 자리에 쏠려 업무에 도무지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원래 오후 2시쯤 하기로 마음먹었던 노티를 오전에 해치워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전화통화를 하고있는 부장님 뒤로 우물쭈물 다가갔다.

전화가 끝난 부장님은 뭐 할말이 있냐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난 차에서 수없이 시뮬레이션 돌렸던 그대로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장님, 드릴말씀이 있습니다."


나의 결연한 표정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셨는지 부장님이 회의실로 가서 이야기하자고 날 이끌었다.


둘만 남겨진 회의실엔 정적만이 감돌았다.


그 정적을 깬건 부장님이었다.


"그래, 무슨 이야긴데?"


이미 알고있는 듯한 눈빛이었지만 제발 그말만은 하지말아달라는 무언의 압박이 담긴 한마디였다.


하지만 난 그말을 꺼낼 수 밖에 없었다.


"부장님, 저 퇴사하려고 합니다."

.

.

".....따로 이직처가 있어?"

.

.

"아뇨, 그런건 아닌데 그냥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거라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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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100% 굳힌거야? 아니면 고려해볼 여지가 있는거야?"

.

.

"이미 마음먹었고, 바뀔 여지는 없습니다."


이 말을 하는데 심장이 미친듯이 쿵쿵 뛰었다.

1%의 미련이 1%의 용기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래, 너무 아쉽지만 어쩔수없지..그래도 언제든 번복할 수 있으니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네 알겠습니다. 근데 번복하진않을것 같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퇴사면담은 끝이났다.


허무하면서도 후련했다.


이제 진짜 끝이다. 번복할 일 없다고 내가 내입으로 말을 했는데

한입으로 두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더 붙잡아도 붙잡히지 않을거였지만, 더 붙잡아주지 않은 부장님한테 서운한 마음도 괜시리 들었다.


'그래도 나 꽤 유능했는데 안붙잡네...흐음..'

뭔가 찝찝한 마음을 가지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래도 드디어 퇴사다. 날짜까지 정해졌다.

그토록 바라던 퇴사가 드디어 현실이 되었다.


나 진짜 퇴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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