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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만랩 Jul 15. 2024

나의 달리기를 태양계로
비교해 본다면?

좋아하는 일에는 그만큼의 시간과 희생, 관리가 필요하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달리고 싶어졌다. 

그만큼 달리기가 너무 즐거웠고, 시간만 되면 달리기에 관련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달리기를 위한 시간을 24시간 중에서 일부를 빼놓아야 했다. 

일에 지장이 없고, 가장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고, 가족 구성원들에게 나의 달리기로 인해 피해가 없어야 하는 시간을 정해야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가 그 시간을 매일(최근에는 주 3일로 바꾸었다) 반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부지런해져야 했다. 




나이가 들면서 새벽잠이 없어진 건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다. 물론 내 동년배들 중에서도 아직까지 아침잠이 많은 친구들도 있고, 저녁형 인간으로 사는 친구도 많다. 하지만 나에게는 새벽이 가장 적합한 시간이었다. 

모든 스케줄을 일단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스케줄로 바꿔야 했다. 그에 따라 생활패턴도 점차 바꾸지 않으면 매일 달리기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원래 새벽 1시나 2시쯤 잠을 자던 습관도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려면 적어도 11시 정도에는 이불속에 있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낮시간을 최대한 집중해서 활용해야 했다. 


달리기 때문에 모든 생활패턴이 바뀐 것으로 비칠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일이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일을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건, 그동안 쓰고 있었던 나의 비효율적이었던 시간을 정리하고 그 시간 중에 어느 한구석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어쩔 때는 기존에 해왔던 일들과의 이별도 감수해야 한다. 나는 우선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드라마를 TV로 보는 걸 포기했다. 나이가 들면서 눈물이 많아져서 자꾸 TV 앞에서 창피하게 찔찔거리는 것도 싫어서였지만,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시간에 그동안 해왔던 일을 하지 않으면 잠을 줄이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달리기 시작한 처음에는 시간이 나면 새벽이든, 저녁이든 언제라도 운동화를 신고 달리러 나갔던 때도 있었다. 아침 알람을 맞춰놓고 자긴 했지만 전날 일이 많았다던가, 피곤해서 알람을 못 듣고 늦잠을 자면 저녁에 달리는 식으로 하다 보니 뭔가 생활패턴이 뒤죽박죽 엉키는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모든 시간은 해야 할 타이밍을 정확하게 정해서 하는 게 좋겠다 생각한 이후로 나는 새벽 달리기로 완전히 고정하고 딱 하루만 제외하는 걸로 시간을 설정했다. (러닝크루 정기런 모임만 저녁이어서 예외를 두었다) 

또한 달리다 보면 오늘은 조금 더 달리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욕심으로 시간이 지체되는걸 스스로에게 자제를 당부했다. 그래서 일부러 일어나는 시간과 운동 종료시간 알람까지 핸드폰에 모두 세팅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살아가면서,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그저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나 조직이나 단체에 속해서 일하는 경우가 아닌 나와 같은 자영업자의 경우 시간을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반면, 자칫 잘못 활용하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가 그냥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달리기를 하면서 모든 해야 할 업무시간과 휴식시간에 알람을 설정해 두었다. 어찌 보면 하루종일 알람시간에 맞춰서 움직이는 톱니바퀴 같은 생각도 들지만, 하루를 24시간으로 정하고, 1년을 12개월로 나누고 각 계절마다 절기를 만들고, 365일을 1년으로 고정하게 된 건 단순히 천문학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고대부터 인간의 관습과 습관에 따라 가장 안정적인 패턴으로 시간의 개념을 나누려는 노력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자유로운 영혼이라 하더라도 시간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고 패턴도 동일하게 가져가는 것이 인체의 리듬에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달리는 시간이 새벽이든, 낮이든, 밤이든 나에게 맞으면 그게 베스트타임이다. 다만, 그 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시간대를 선택하는 게 가장 좋다는 게 나의 견해이다. 인생은 달리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태양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주변 행성들이 부딪히지 않도록 서로 간의 활동범위와 주기, 시간을 설정해야 한다. 



달리기는 이제 나에게 있어 인생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달리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일 수 있겠지만, 준비하는 과정과 내일을 위해 회복해야 하는 시간까지를 포함한다면 아마도 3시간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정도의 큰 무게를 차지하고 있다. 수면시간을 제외하고 깨어 있는 시간을 대략 17시간 정도라고 본다면 그중에서 약 18%를 차지하는 비중이고 결코 적지 않은 시간투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달리기는 태양계의 핵심인 태양은 아니지만 그래도 화성 정도의 가치가 있다. 단지 행성의 크기로 순위를 매기는 게 아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거리로서의 위치로 표현될 것이다. 화성은 아직 인간이 도달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다가갈 수 있는 행성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심지어 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제2의 지구처럼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은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행성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언젠가는 우리가 화성에서 살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나의 달리기는 그런 위치에 있다. 

언젠가는 왠지 내가 원하는 속도와 거리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고, 언제까지라도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은 그곳에 나의 달리기가 존재하고 있다. 


난 달리기를 통해 오늘도 인생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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