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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도담 Sep 29. 2024

내 별명과 강아지 이름이 같은 기막힌 우연

장난스러운 별명이 주는 웃음과 활력! 나는 장아치!

가족 내 분위기가 좋고 갈등 상황이 적은 평범한 일상을 누릴 때는 신랑도 나도 장난을 잘 치는 편이다. 

그 장난의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부부는 아이를 낳고 결혼 전에도 치지 않던 장난을 자주 치곤 했었다. 남들 보기에는 점잖은 신랑이지만 와이프에게는 아재개그와 푼수 섞인 모습도 보여주는 과묵하지만 나름 카멜레온 같은 중년의 아재다.


그는 중년의 아재답게 내게 아재아재한 개그와 초등학생도 울고 갈 만큼 유치하고, 이상한 별명들을 나에게 지어준다. 대체 나이가 몇 살인가 싶을 만큼 그 별명들을 듣고 있노라면 아주 가관이다.


마치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시절 짓궂은 남학생이 여학생을 놀리는 딱 그 정도의 수준으로 와이프를 놀리는 중년의 신랑 모습에 별명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집 꼬맹이도 함께 까르르 웃는다.


최근 어떤 계기에 의해 나는 그 많고 많은 별명들을 다 재치고 "장아치"라고 불리어진다. 


장아치란? 나의 성과 양아치의 아치를 합쳐서 만든 단어이다. 사실 양아치라는 단어는 주로 부정적으로 쓰이는 단어지만 그가 추임새를 넣어가며 나를 부르는 억양을 듣고 있을 때면 단어 자체의 부정적 의미보다는 당시 상황과 분위기 때문에 웃음이 난다.


한 예로 신랑이 사용하기 위해 충전시켜 둔 보조배터리를 내가 홀랑 가져가서 쓴다거나 신랑이  엉따(엉덩이로 따숩게 해 둔)해둔 소파의 명당자리를 뺏기라도 하면 나를 보고 씩 웃고는 추임새를 넣으며 "역시 아치! 아치! 장아치!"라고 노래 부르듯 나를 향해 별명을 부르곤 한다.


그런 이상한 별명을 불리던 어느 날 우리는 신랑의 외사촌 집에 방문하여 2마리의 귀여운 포메라니안과 마주한다.


우리 집 귀염둥이는 한참을 강아지와 놀더니 갑자기 내게로 달려와서 "엄마 별명이랑 갈색 강아지의 이름이 같아" 하며 웃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나는 그 녀석과 묘한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신랑의 조카들이 "아치야, 아치야!" 하며 부르다. 한 번 더 "장아치"하며 부른다.


완전 띠로리!


그렇다 나는 신랑의 외사촌 형과도 성이 같다. 그래서 그 집 강아지도 "장! 아! 치!"이다.


나는 형님에게 물었다 "강아지 이름을 왜 아치라고 지으셨어요? "라고 그러자 형님이 진심을 다해 얘기한다. 귀엽긴 한데 집에서 가장 사고도 많이 치고  양아치 짓을 해서 아치라고 지었단다.


그 대답을 듣고 신랑과 나는 둘 다 박장대소했고 영문도 모르는 형님은 나의 별명을 듣고 그제야 웃으시며 아치가 집에서 저지른 만행들을 읊어주신다.


사람을 좋아하고 애교 많은 아치는 기분이 언짢으면 앙칼진 모습을 보이고, 때로는 집안을 돌아다니며 사고도 많이 친다고 한다. 인정하긴 싫지만 분명 나와 닮은 구석이 있긴 하다.


그 와중에  나는 강아지 아치의 만행과 나 자신을 비교하며 "나는 사고 같은 건 치지 않잖아"하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하고 있다.


나는 너무나 귀여운 그 녀석과 묘하게 비슷한 점을 발견하며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자주 만나는 사이가 아니라 만날 때마다 불편했던 나는 그날 유독 많이 웃고 편안하게 대화에 낄 수가 있었다. 그 귀여운 녀석을 보며 "너와 난 레벨이 다르다"며 싱거운 소리를 하자 신랑은 재미난 지 곰국 우려먹듯이 나를 놀려댄다. 


그럼 나는 그의 마지막 남은 현금을 거나 그가 먹으려는 아이스크림을 뺏어먹는 등 아주 소심하게 응징한다. 그런데 응징을 하고 보니 그가 나를 아치라 부를 만도 하다는 생각도 든다.

 

별명도 정도껏 지어야지 매번 나에게 다양한 별명을 짓고 부르는 그에게 결혼 전에는 "해님" 하더니 지금은 대체 "왜 그런 이상한 별명만 짓는 거야?".

" 이쁜 별명 좀 지어주지 "라고 말하자

씨익 한번 웃으며 그렇게 부르면 정감 있고, 재미있단다.


아주 황당하고 이상한 별명을 불러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웃는 웃음이 비웃음도 아니고, 마치 한 편의 개그프로를 보는 양 웃는 모습이 나 역시 정감 있고 재미있다. 


와이프를 놀려먹는 신랑의 모습에서 연애할 때는

보지 못했던 그의 유쾌한 모습을 발견하며

나의 희생 아닌 희생으로 우리 집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진다.


그래서 나는 신랑이 별의별 웃긴 별명을 만들어 부르고, 나를 놀려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그의 애정 어린 장난이 나와 아이를 웃게 만든다.


우리도 여느 부부들처럼 사소한 것에 다투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가 자리를 비운사이에는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부부로 지내온 시간 동안 우리는 좀 더 서로에 대해 알고 연인 때와는 다른 친밀감과 믿음으로 힘든 시간들 조차 버텨내고 있다.


서로에게 시간이 필요할 때는 약간의 침묵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지만 그 또한 어찌 보면 우리만의 문제해결 방식이다.  그 시간 동안 마음을 재정비하고. 고조된 감정을 가라앉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가 지어주는 다양한 별명들은 어찌 보면 나의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비록 연애 때처럼 우리 사이에 설레는 긴장감은 없지만 그만큼 우리는 서로 편안해졌고, 엉뚱한 내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나는 해석한다. 꿈보다 해몽이다.  서로가 서로를 놀리며 웃는 그 상황이 우리에게 편안함을 준다.


근심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잘 살아보고자 웃음을 찾는다. 사소한 일들에 웃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러다 보면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다.


앞으로도 작은 것에 감사하고, 웃을 수 있는 일들이

많기를 바라며 몸도 마음도 건강한 우리가 되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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