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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도담 3시간전

마음의 환기

머리와 마음도 순환이 필요하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일을 찾고, 또 반복되는 일상 안에서 소중함을 찾고, 때로는 그 안에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사람 사는 게  비슷하다 하지만 때로는 내가 겪는 상황과  감정에 휘둘려 화도 나고 짜증도 난다. 하지만 이제는 화내는 것도 짜증 내는 것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기에 내 마음을 달래는 방법을 찾아본다.


마음의 풍요를 추구하면서도 물질적인 풍요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해 때로는 마음속에 혼란이 일어난다.


작은 것에 감사하며 잘 지내다가도 가끔은 돈이라는 세속적인 물질 앞에 쭈구리처럼 비굴해지고 내게 선택권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작아짐을 느낀다.




오늘은 이런 마음을 환기시키기 위해 아주 잠시 산책을 해보았다. 볕은 따뜻하지만 이제는 얼굴과 코끝이 시리다. 옷을 얇게 입고 나간 탓에 내가 걷고 싶은 만큼 오랫동안 걷지는 못했지만 정신이 조금 맑아지고,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주유 후 단골집 과일가게로 가서 필요한 사과와 바나나를 아주 싼 가격에 획득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매번 과일가게 사장님의 이러한 서비스 감사하고, 기분이 좋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깜박할 뻔한 도서관 인기 프로그램이 생각나 급히 차를 세우고 도서관 앱을 열어 가까스로 신청했다.


그리고 이웃집에서 나눠준 김장김치와 시어머니께서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택배로 보낸 김치를 정리하였고, 한 시간 넘게 친정엄마의 암보험 가입건으로 긴 시간 전화상담을 하였다. 진작 알아봐 주고 신경 써줘야 했었는데 보험 상담은 할 때마다 새롭다.


저녁준비와 아이의 학습 확인까지 하고 시계를 보니 8시가 넘는다.


아침부터 저녁시간까지 이 모든 것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산책할 수 있는 아침시간, 과일집 사장님의 행사상품, 마감직전 신청한 도서관 프로그램, 이웃언니의 김장김치 나눔과 시어머니의 택배, 오늘 저녁은 유튜브 시청을 하지 않은 아이의 모습까지도 감사하다. 그리고 금연으로 본의 아니게 내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신랑이지만 금연을 시도한 것 자체가 감사하다.


이러한 감사한 순간들을 두고 내 마음에는 왜 그런 비바람이 몰아쳤나 싶다.




나는 오늘 유독 내가 한가롭다 느꼈었고,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누린 것 같았지만 사실은 바쁜 하루를 보냈다.


예전의 나라면 지금의 몸상태만으로도 혼자 짜증을 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하루종일 들려오는 명상음악 덕분이었을까? 아님 아침을 상쾌한 산책으로 시작한 덕분이었을까? 또는 감사함이 묻어나는 일들 덕분이었을까? 무엇이 되었든 간에 두통은 있었으나 평소에 비해 꽤나 침착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긍정에너지와 선순환이라는 것이 있음을 체감한 하루였다.

우연히 명상을 접하고 명상음악을 일주일 전부터 듣는다. 책을 읽을 때도 좋고,  필사를 할 때도 도움이 된다. 게다가 오늘은 마법 같은 확언을 듣고 되뇌며

혼자서 마법사처럼 주문도 외워보았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책을 읽던 중 마침 오늘의 나와 어울리고, 공감할 만한 글을 발견한다.

마음이 한 곳에 머물면 상태는 악화된다.

하지만 걸으면 주변의 풍경이 바뀌어간다. 그런 흐름에 융화되면 마음도 흘러간다.
이것이 외롭고 우울하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아야 할 이유다.

계속 걷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래서 훌쩍 떠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기 위해'걷기'라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

사이토 다카시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中

오늘 있었던 감사한 일들과 나의 행위들이 나의 머릿속과 마음을 환기시켜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끔은 공기를 환기시키듯 내 머리도 마음도 환기를 시킬 필요가 있다. 특별히 정해진 방법은 없지만 누구에게나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의 마음을 환기시켜야 할 때가 다.


내게는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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