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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도담 Nov 27. 2024

위로의 순간들

반가운 사람과의 식사 한 끼 그리고 차 한잔이 주는 위로

올해 겨울의 첫눈 오는 날!

계획된 만남이 있었다. 다소 언짢은 일이 있었으나 좋은 사람과의 만남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좋지 않은 생각은 접어두고 그냥 넘어간 오늘이었다.


이제는 예전만큼 화가 나지 않는다. 몸 안에 있던 화와 분노가 어느 정도 사그라든 듯하다.

아니면 마음을 비운건지, 포기란 것을 한 건지...


오늘 내가 발행할 글은 사실 다른 글이었다.

연재를 한 이후 글을 발행해야 하는 날 발행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생각날 때 가끔 글을 미리 써두곤 한다.


그런데 오늘 약속된 만남으로 위로도 받고 감사하게 글을 써 내려간다.



경기권에 살게 되면서 도로 위눈에 대한 위험성을 알기에 어지간해서는 눈 오는 날은 운전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은 교생선생님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그저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맛있는 점심과 커피 한잔 그리고 무엇보다 반가운 얼굴을 마주하니 내게 있었던 일들은 까마득히 잊고 깔깔깔 소리 내서 웃게 된다.


반가운 마음에 계속 미소 짓는 내게 선생님이 아주 선생님 다운 명언을 내게 전한다.

"오늘은 우리가 남은 생에 가장 젊은 날이야"

그랬다. 매순간 우리는 가장 젊은 날이다.


위로란 행복이란 이런 것이구나!

반가운 사람과의 만남!

사소한 일에도 까르르 웃는 웃음!

마음을 움직이는 교훈적인 혹은 건강한 말들!

맛있는 식사!

눈 오는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 한잔!

지극히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이 내게 위로를 주었고, 행복을 느끼게 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얼마 전 깊은 공감을 하며 읽고, 열심히 여러 문장을 필사했던 이솜 작가의 에세이

 "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생각났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부질없는 아쉬움에 소중한 순간을 놓치는 것보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이 순간을 두 눈에 가득 담는 일이다.



그렇게  소중한 것들은 대부분 평범하고 일상적인 그래서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다.

출처 : 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
작가 : 이솜에세이

우리는 그렇게 만남의 순간부터 헤어질 때까지 웃고 있었고, 선생님과의 건강한 대화로 즐거운 시간을 이어갔다.


선생님은 경기권에 꽤 오래 머물렀으나 여전히 부산 억양을 사용하여 더욱 정겨운 느낌이었다.


나와 함께 웃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또 한 번 위로를 받고 선생님 앞에서 나는 여전히 재잘거리는 고등학생 소녀였다.


그렇게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여느 주부들처럼 가성비 좋은 다이소에 들러 알뜰 쇼핑도 했다.


우리는 아쉬움을 잔뜩 남긴 채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은 여전히 눈이 많이 내렸고, 내리는 눈을 보며 걱정하는 예전과 달리 하얗게 펑펑 내리는 눈을 눈에 담고 마음에 담고 돌아왔다.


얺잖은 기분으로 몸부림 칠 수도 있던 하루가 이렇게 위로가 되고 행복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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