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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어앤디어 Aug 27. 2024

내 마음을 드러내는 과정

그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


캐릭터나 장면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의 눈빛이 반짝이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대화가 깊어지면서, 우리는 서로의 삶의 가치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는 2년간 연애를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 이유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자신의 취미에 몰두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소수의 친구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말에 공감했다. 나도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보다는,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더 선호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중시하며 내면을 돌아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로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관계가 연애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그러나 그와 대화 중 친구가 한 말이 떠올랐다.


"짝사랑은 희망고문이야."
"그렇구나, 그러면 너는 어떻게 견뎠어?"


친구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처음에는 매일 생각할 때마다 괴로웠어. 시간이 지나면서 받아들이게 되었어. 이제는 그냥 친구로 남는 게 더 나은 것 같아."


친구의 눈빛에는 슬픔과 동시에 결단력이 엿보였다.


"그렇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너에게 어떤 의미였어?" 라고 내가 물었을 때, 친구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뭔가 끌리는 게 있었고, 대화를 나누면서 나랑 잘 맞는다고 느꼈어."

"고백은 해봤어?"

"아직은 못했어. 너무 두려워서."

"왜 그렇게 두려워?"  

"음... 만약 거절당한다면, 그 사람과의 모든 관계가 틀어질까 봐."  


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불안한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건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야. 하지만 고백하지 않으면 아예 시작도 못 하잖아?"


친구의 눈빛이 다시 밝아지며, 힘든 감정을 조금씩 털어내는 듯했다.  


친구들 역시 짝사랑의 감정을 겪고 있었다. 한 친구는 고백했지만, 상대방이 마음이 없다는 대답을 들어 큰 상처를 받았다. 또 다른 친구는 짝사랑을 오래 품고 있었지만, 결국 고백하지 못하고 후회하고 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지만, 그 감정의 본질은 비슷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지만, 그 길 위에서 느끼는 감정은 비슷한 떨림으로 이어졌다.


각자의 짝사랑은 서로 다른 언어로 표현되지만, 그 언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은 비슷했다. 우리는 모두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려 애쓰며, 그 안에서 소통의 기회를 찾았다. 짝사랑의 복잡한 감정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그 감정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공유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짝사랑의 경험을 통해 상대방과의 관계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짝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나의 감정을 숨기고 있을 때, 그 사람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속에서는 "이럴 바엔 고백해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갈등이 내 마음을 스쳤고, 차가운 바람처럼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고백을 결심하게 되면, 그 순간은 긴장된 줄타기와 같다. 이 긴장감 속에서 나는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로 결심한다. 상대방이 나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어쩌지? 그 두려움은 내 용기를 시험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결국, 상대방의 반응이 아니라,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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