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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우 Oct 25. 2024

[실습 22일] 편한 일이 최선은 아니라는 생각

벌써부터 나타난 권태로움

나는 이곳에서 신입사원도 인턴도 아닌 실습생으로 존재한다. 이것은 나에게 별 책임을 맡기지 않는다는 것이고 복잡한 일을 시키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분명 편하게 돈을 벌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정말 내가 이것을 원했을까? 어째서인지 군대 때 생각이 자꾸만 난다. 어차피 해야하는 일이니 시간이나 때우자는 생각. 

국방의 의무를 반드시 다해야 하는 것처럼 돈 또한 어차피 벌어야 하니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고 여기서 내가 하는 일은 그때처럼 시간을 때우는 일이다. 더욱 비슷한 것은 내가 하는 일들에 큰 책임이 필요없다는 것.



그래도 조금 다르긴 하다. 나의 인생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긴 하다. 학교를 벗어나니 생각이 트여진 듯 전공따위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초기 설정에 휘둘리는 작품이 쓰레기이듯 과거의 결정에 얽매이는 것이 삶을 망치는 길이니까. 나는 하고싶은 것을 해야 살 수 있는 사람이구나. 이것이 나의 저주이자 운명이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선 사람 간의 연결이 필수이다. 그리고 이 연결이 가능하기 위해선 본인의 가치관과 유사한 곳에 속해야 한다. 돈이고 명예따위가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만이 그를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다른 길로 갈 수 밖에. 



대학에 와서 느낀 것은 과학이 진리는 아니라는 것. 

과학이란 인간이 자연을 해석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임을 느껴버린 나는 흥미를 잃어 버렸다. 그러니 권태로울 수 밖에. 심지어 돈을 벌기 위해선 순수학문을 공부하는 것도 아닌 공정이나 기계, 화학물질들 속에 갇혀 생을 보내야 한다. 그럴바에야 사람과의 관계로써 돈을 버는게 낫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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