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느낀 것]
한달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날짜가 얼마나 지났는지 중요하지 않게 된다. 정확히 40일인지 41, 42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곳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어느새 이들과 동화되어간다. 인간의 당연한 숙명이다. 한 사회안에 속한 인간은 살기위해 그 사회에 녹아들 수 밖에 없는 법. 회사 안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닌 대전광역시. 연구특수단지로 발전된 이 도시자체가 뿜는 부정스런 에너지가 나를 잠식하고 있다.
내가 느낀 부분을 서술하자면, 이들은 확실히 이과적이다. 손익계산이 그들의 사고방식 기저에 깔려있고 돈을 높은 가치로 둔다. 또 철저히 현실적이어서 사회의 위계질서에는 쉽게 순응한다. 이곳에 꿈은 없다. 현재의 번영과 존속을 가장 우선으로 두어 과거의 것과 미래의 것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조금 정신적인 부분이고....
물리적인 부분에서도 파악하자면, 이들은 대부분 돈이 많다. 한국의 제조업기반 대기업들이 R&D에 많이 투자하고 또 대한민국자체도 이공계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터라 이들의 수입은 꽤나 많나보다. 하긴 이들의 학력도 높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교육에도 신경쓰는 듯하다. 30~40대 부부가 많이 살아서 그런지 대부분의 상업과 행사는 가족중심이었고 시에서 추진하는 것들도 대부분 어린아이를 기르고 있는 가족들을 겨냥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문화적이지는 않았다. 일회성 이벤트라 볼 수 있었다. (컨텐츠들이 얕고 넓었다는 뜻이다.) 아마 이들은 시간도 없나보다.
그래서 여기 있다보면 저런 인간상을 표준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외의 다른 인생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이게 전부인것처럼.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나의 미래가 그들이 되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가끔씩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은 그들의 모습이 별로 부럽지 않아서인 것 같다. 내가 저렇게 사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나는 이 간접적 영향아래에서 살고 있다.
[돈-권력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기]
심지어 직접적인 가스라이팅도 볼 수 있다. (이것은 여기의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에서 느낀 부분이다.)
사람들은 돈과 권력을 찬양한다. 네이버 경제뉴스와 그 댓글들을 보라. 도대체 왜??? 라는 질문이 한동안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오늘에서야 답이 생겼다.
돈과 권력을 많이 가진 이들은 이 돈과 권력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안에서만 힘을 갖게 된다. 그때 이 힘은 자립적인 것이 아니다. 완전히 타자적인 힘이다. 돈-권력의 힘이 존재하려면 동시에 이를 인정해주는 이들이 있어야만 한다. 먄약 아무도 그의 힘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돈-권력이 있어봐야 무용지물이다. 그 힘으로 부릴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해야만 힘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 힘에 굴복당하려면 그 힘을 인정해야 하고 부러워 해야만 한다. 사람들이 돈을 만능적인 것이라 생각할 수록, 권력을 탐하는 욕망을 가질 수록. 가진 자들의 힘은 더욱 거대해진다.
그러니 그들의 힘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더 강화하기위해 그들이 해야할 일은 사람들을 돈과 권력의 세계로 많이 끌어들이는 일이다. 그들의 힘을 떠받들여 주어야만 그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자꾸만 그 외에 것들을 박해하려 한다. 사랑을 믿는 이들을 낭만적인 것으로 비틀어 마치 바보취급을 하기도 하고 멋을 쫒는 자들을 아직 어린 애라고 비아냥거린다. 마치 어른의 세계에서는 돈과 권력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유일한 것처럼. 다른 가치의 가능성을 제거한다.
허나 정말 세상이 그런가? 삶은 다채롭고 비예측적이며 변화한다. 실재, 진리는 없으며 우리는 각자의 세계에 살고 있다. 나는 그냥 사랑과 멋을 쫒으련다. 그들이 아무리 가스라이팅하더라도 돌아서지 않으련다. 그 말들이 더이상 조언이 아니고 걱정도 아닌 가스라이팅이라는 것을 느껴버린 이 순간. 난 돌아서고 싶어도 돌아설 수 없게 되었다.
사랑은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거기엔 고통도 있고 인체 호르몬작용도 있다. 서로에 대한 진심어린 존중과 공감. 그것만으로 기쁨은 작용할 수 있다. 기쁨으로 우리는 살 수 있다.
또 그들은 멋을 외면에 불과하고 헛바람이라 치부하지만 사실 멋은 미적인 것이며 긴 역사를 자랑한다. 자본보다 더 먼 시간 인류가 누린 것은 멋이었다. 아름다움의 대한 탐구는 플라톤시대에도 있었으며 지금의 문화산업도 멋으로 작동한다.
앞서 말했듯 세상에서 가장 외적이고 타자적이며 인정을 갈구하는 것은 돈과 권력이다. 반면 멋은 가장 자립적이다. 거울앞에서 본인의 모습을 만족스러워하는 것. 개인의 취향을 담는 것. 이는 철저히 타인의 시선과 별개의 일이다.
조금 말이 많이 샛만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은 다른 삶의 가능성을 기억하자는 것이었다.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생활이 세계의 전부가 아님을 상기하자는 것이었다. 돈과 권력은 갖고싶은 자들이나 마음껏 가지라 하자. 나에게는 다른 쫒고싶은 가치들이 더 많다. 돈,권력은 그들에게 맡기고 나는 나의 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