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또 하나의 특별한 선물

by 허정호

또 하나의 특별한 선물

7월. 사무실 직원들과

회식으로 퇴임을 대신하기로 했다.

나는 직원들이 ‘좋아하는 문장’를 하나씩 받아

머그컵에 새겨 선물하기로 했다.

그것이 나의 마지막 인사, 그리고 담담한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식당에서 만나기로 한 식구들이

갑자기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아빠 퇴임을 축하드려요.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퇴임을 축하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잔디밭과 사무실에서

즐겁게 마지막 날의 사진을 남겼다.

그 순간, 나의 긴 직장 생활이 따스한 장면으로 정리되어 갔다.

식당에 도착하니, 또 하나의 플래카드가 나를 반겼다.

직원들이 준비한 "명예로운 퇴임을 축하합니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축하하러 와 준 예전 동료의 얼굴도 보였다.

머그컵을 하나씩 둘러보며 서성이는 직원들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러던 중, 또 하나의 선물이 펼쳐졌다.

아들이 준비한 직원들과 지인들

그리고 가족과 친지들이 출연한 축하 영상 메시지였다.

그 영상 속에서 반가운 얼굴들이, 따뜻한 말들이,

하나하나 내 마음에 내려앉았다.

‘그래, 내가 32년 동안 잘 살아온 것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 믿음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직원들은 꽃다발과 행운의 열쇠와 패를 선물했다.

패에는 함께한 단체 사진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너무 고마웠다.

나는 한 사람씩 머그컵을 건넸다.

작은 컵 하나였지만, 그 안엔 수많은 고마움을 담았다.

송별사 중 한 대목이 내 가슴에 오래 남았다.

"소장님 정년퇴임이라 쓰고, 우리는 행복 끝이라 읽습니다."

그 말이 내게는 무엇보다 큰 찬사였다.

회식이 마무리될 즈음,

또 하나의 영상이 상영되었다.

나의 60년 인생을 담은 기록.

그 안엔 일과 사람, 그리고 가족이 있었다.

살아온 시간이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울컥하는 마음이 온몸을 타고 올라왔다.

아내, 아들, 딸…

그들이 있어서 오늘이 있었구나.

아내는 나에게 또 하나의 뜻밖의 선물을 건넸다.

프라이팬이었다.

‘이제는 당신이 요리할 차례예요’ 하는 눈빛이 농담처럼 따뜻했다.

회식이 끝나고, 식당 문을 나서던 순간

직원들은 “잘 가세요!” 외치며 나를 헹가레로 세 번이나 들어 올렸다.

가볍지 않은 내 몸이 하늘로 들려 오르던 그 짧은 순간,

내 인생의 무게도 함께 떠오르는 듯했다.

keyword
월, 목 연재
이전 02화방송국으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