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마련한 작은 초대
아들이 마련한 작은 초대
아들은 아내와 나를 비폭력대화 연수에 초대했다.
퇴임 후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리가 가끔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본 모양이었다.
괜히 언짢았다.
“내가 왜 가야 하나!” 마음속에서 반발심이 올라왔다.
게다가 15시간이나 앉아 있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엉덩이가 아팠다. 체중이 빠진 뒤로 딱딱한 의자에 오래 앉기 어려워 도넛 방석 없이는 버티기 힘들었다.
연수일이 다가오자, 나는 아내에게
“당신만 다녀와.”
라고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
연수 첫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그래도 한 번은 가봐야지. 아들의 성의를 봐서라도.’
그 마음 하나로 연수장으로 향했다.
참가자는 스무 명 남짓, 그중 남자는 네 명뿐이었다. 아내와 나는 단연 최고참이었다.
주제는 ‘대화의 두 가지 측면과 네 가지 요소’ ― 관찰, 느낌, 욕구, 부탁.
강사의 설명이 이어지고, 곧 낯선 이들과 둘씩 짝을 지어 서로의 감정을 말하고 듣는 시간이 주어졌다.
불편했다. 어색함이 온몸을 감쌌다.
도넛 방석으로 엉덩이를 달래 봤지만, 마음의 불편함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점심은 김밥이었다. 식당이 멀어 주최 측에서 간단히 준비한 식사였다.
아내와 나는 호수공원을 걸었다.
노랗게 익은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오후에는 네 명씩 조를 나누어 각자의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무슨 이야기를 꺼낼까 망설이는 사이, 모두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었다.
나는 아내가 자주 말하던,
“세탁실에서 나올 때, 전등 좀 꼭 꺼줘요.”
그 말을 꺼냈다.
사소한 이야기였지만, 이상하게 그 속에서 내 마음의 단단한 부분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연수가 끝나자, 아들 부부는
“끝까지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며 박수를 보냈다.
연수 둘째 날 아내가 물었다.
“이번 주에도 갈 거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레 가방을 들고 나섰다.
아들에게 예의를 갖추자는 마음에서였을까,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둘째 날은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웠다.
이번에는 네 명이 한 조가 되어 서로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그 사람의 ‘느낌’과 ‘욕구’를 되짚어주는 시간이었다.
젊은 엄마들은 자녀와 배우자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나는 오래전 부모님과 형제 이야기를 꺼냈다.
입을 열다 보니, 언제부턴가 마음속 깊이 눌려 있던 감정이 조용히 흘러나왔다.
연수가 끝날 무렵, 아내가 말했다.
“같이 와줘서 너무 고마워.”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미안했다.
이왕 들을 거였으면, 처음부터 마음 열고 왔으면 좋았을 걸.
연수를 마친 우리 부부를 위해 아들이 저녁을 준비했다.
“끝까지 참석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제야 알았다.
아들의 초대는 단지 ‘연수 참여’가 아니었다는 걸.
서로에게 다시 말을 건네기 위한, 작지만 소중한 시작이었다.
말은 참 신기하다.
말 한마디로 마음이 멀어지기도, 다시 가까워지기도 한다.
비폭력대화에서 배운 건 대단한 기술이 아니었다.
“그냥, 끝까지 들어주는 일.”
그 단순한 일이 생각보다 더 큰 사랑의 표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