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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아민 Jun 27. 2024

우는 엄마 나서는 누나 1

그 속에서 나의 역할



 누나는 2002년에 태어났다. 나는 2010년에 태어났다. 다시 말해, 2027년인 지금, 누나는 25살이고 나는 17 살이다.  일기의 시작를 누나 얘기로 시작하다니, 내가 이렇게 감상에 젖다니, 여러모로 나에겐 놀라운 일이다. 나는 ''외엔 딱히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슬픈 영상을 보아도 울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나  아니다. 너무 많은 것에-좋든 나쁘든- 관심을 둔다. 닫힌 방문 앞을 지날 때면 종종 우는 소리가 들린다. 코가 맹맹해져서  티가 나는데 아닌  하며 엄마에게 말을 건다. 이해가 안갔다.


 겨울에 태어난 누나는 매년 생일이 다가올  마다 투덜투덜거렸던 기억이 있다. 여름에 태어난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아 중학생이던 어느 시점에 문자로 물어  적이 있다. 누나는  가지 이유에 번호를 붙여 답장  했다.



1. 빠른년생

- 유치원 때 이리저리 반 옮기며 적응 못함

- 애들이 언니 오빠라 부르라고 놀림


2. 방학

- 새학기 시작 전이고 겨울 방학 시즌이라 친구들한테 생일 축하 잘 못받음


3. 학원

- 방학이면 학원 많이 다니는데 학원 방학만 없어서 생일에도 계속 굴러야 


4. 등등



  이런 답장이  있어.   대충 읽다 말았다. 그리고 글을 쓰는 지금은  읽었다.


 언젠가 누나의 생일에 아버지가 주전부리를 잔뜩 사서 들어온 적이 있다.  냄새를 풍기고 멀리서부터 노래를 부르며 들어왔다. 주전부리라 적긴 했는데 그냥 수퍼 불량식품이었다. 아버지는 누나의 기호를 모른다. 누나는 문구를 좋아한다. 그리고 짜장면을 싫어한다. 오죽하면 이런 일도 있었다


 우리는 학교가 끝나면 엄마와 아버지가 있는 우리의 가게로 갔다. 함께 중식을 먹었다. 나는 주로 짜장면을 먹었는데 누나는 울면이나 면을 먹었다. 정말 그냥 면에다 얼음만 띄워서 먹었다. 누나는 이게 맛있어?라고 물으면 '' 혹은 '맛있어' 아닌 '쫄깃해'라는 말을 했다. 초등학생 때의 일이지만 여직 기억하고 있는 나도 스스로가 신기하다.


 밥을 먹을 때, 한가한 시간이 오면 주방장 아저씨가 우리에게 다가온다. 큰아빠라 부르라며 너스레를 떠셨다. 우린 아빠가 없다. 아버지만 있었다. 초등 저학년 일땐 그냥 그 아저씨거 싫은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보면 아빠라는 단어에 무언가 불쾌함을 느낀 것 같다.


 우리는 저녁이 되면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어두운 골목에서 징검다리 놀이를 하거나  오줌 같은 원시적인 얘기 따위에 폭소했다. 이상한 표정과 몸짓으로 서로를 웃겼다. 나는 6살이었다.  나이 아이들은  그런  같다. 그런데 누나는 나보다 8살이나 많은데  그랬을까?


 집에 돌아온 우리는 이런 저런 놀이를 한다. 그리고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면 후다닥 숨었다. 우리는 그걸 즐겼다.


도어락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그걸 즐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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