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1년 전 시작된 '사케'에서의 혼술.
특히나 스트레스가 많았던 오늘.
그녀에겐 익숙한 분위기의 이곳이 마음을 달래줄 공간, 바로 아지트인 것이다.
가게주인이 오랜만에 온 그녀를 보며 안부인사 겸 말을 건넨다.
잘 지냈어요?
사케 바로 준비해 드릴게요, 편히 기다려요.
주방으로 들어가는 주인을 향해,
사장님은 오랜만에 뵈어도 여전하신 것 같아요~
늘 차분한 목소리와 부드러운 표정은 저에게 큰 안정감을 주시니 말이에요.
주방에서 사시미 재료를 꺼내어 손질하는 주인이 유정을 바라보며 인사말을 건넨다.
그렇게 봐주니 고마워요~
유정 씨도 늘 흐트러진 모습 없는 한결같음이 대단한 것 같아요.
기분 좋은 말을 서로 주고받는다.
퇴근하고 집에 가려다가 여동생한테 아이 부탁하고 왔어요. 도저히 집으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하루였거든요. 사장님 가게에서 조용히 한잔하고 나면 늘 복잡했던 마음이 정리가 된달까요? 오늘도 그럴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 사이 준비된 사케와 사시미 안주를 주인이 내어서, 주방을 마주한 그녀가 늘 앉는 바 테이블 자리 앞에 조용히 내려놓는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은 어디든
문제가 많고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수만 가지 다른 각각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일을 하고 유정 씨는 그 일을 모두 컨트롤해야 하는 책임자이다 보니 스트레스가 더 많을 것 같고요~
작은 사케잔에 첫 잔을 주인이 천천히 채워준다.
감사합니다, 사장님은 말씀이 많지는 않지만
과하지 않은 위로로 오히려 제 닫힌 마음을 자꾸만 풀어놓게 만드세요.
첫 잔을 마시고 잔을 내려놓는다.
첫 잔의
달디 단, 차가운 온도의 사케가 빠른 속도로 식도를 지나 위까지 그녀의 온몸을 단향으로 물들인다.
잠시 후 다른 손님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
주인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왔어요~? 늘 앉는 테이블 비어 있으니 앉아요.
천천히 생각정리하면서 마시고 있어요~유정 씨.
유정의 두 번째 잔을 채워주며 주인은 다른 손님
응대로 잠시 자리를 옮긴다.
두 번째 잔도 목 넘김이 부드럽다. 잔의 마지막 남은 사케 한 방울의 끝맛은 더 달게 느껴진다.
잔을 살며시 내려놓으며 다음잔을 따르려
도쿠리를 한 손으로 잡는다.
좀 전에 들어온 손님이 테이블로 이동하려 유정이 앉은 바테이블을 지나치려는 순간,
저, 혹시 팀장님 아니세요?
여긴 회사 근처인데... 팀장님이 계셔서 놀랐어요.
지한이 그녀를 알아보고 말을 건넨다.
순간 그녀는 도쿠리 잡았던 손을 떼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지한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저녁식사를 제안했던 그에게, 퇴근 후 육아를 핑계로 다음에 하자며 거절을 했던 한 시간 전의
상황이 그의 얼굴에 겹쳐진다.
여긴 어떻게~지한 선생님이?
난처한 표정으로 어색한 미소를 짓는 유정.
주인이 주방에서 둘을 번갈아 보며 말을 잇는다.
서로 아는 사이인가 봐요~
지한 씨는 몇 달 전 직장을 옮기면서 이 근처로 이사를 왔다고. 혼밥혼술하러 자주 들르는 친구예요.
아, 그랬구나. 이 친구 이번에 저희 팀에 새로 온 후배예요. 여기서 만날 줄은 1도 상상 못 했어요.
동네가 너~~~ 무 좁아요, 사장님. 그렇죠?
어색한 농담을 건네는 유정.
유정이 앉아 있는 빈 옆자리를 보며
팀장님~혼자 오셨으면 같이 앉아도 될까요?
응~그래요. 같이 한잔해요.
지한이 조용히 의자를 꺼내어 옆자리에 앉는 동안
유정이 묻는다.
오늘은 밥 먹으러, 술 마시러, 아님 둘 다?
팀장님한테 보기 좋게 까여서 술 한잔이 먼저였죠.
웃으며 대답하는 지한이 유정의 빈 잔을, 주인이 먼저 건네준 지한의 빈 잔을 유정이, 서로의 잔을 조용히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