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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 Jul 22. 2024

멈춤을 말하다

멈춤이라는 단어는 늘 불안한 상태일까?

서로에게 아픔만 주는 날이 존재할 것이다.

그것이 언제든 연인 사이에서는 갑자기, 뜬금없이 일어날 것이다.

타이밍이라고 했는가.

사랑도 타이밍, 이별도 타이밍.

그리고 이 모든 것에는 용기도 존재한다. 아픔을 잠시나마 회복하기 위해 멈춤이 필요하다.

그 멈춤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이별이든, 아니면 잠시나마 마음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든.

난 오늘 내 마음을 돌아보기 위해 잠시 멈춤을 말하였다.

헤어짐을 고한 건 아니었다. 난 헤어짐을 고하기엔 사랑이 크다.

물론 그는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우리 스스로가 서로에 대해 느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음 했다.

나는 왜 거기서 화를 삭이지 못했을까. 그는 왜 그리 지쳐했을까. 요즘 같은 때를 보면 나는 분명 잘 받아줬을 텐데.


사실 나는 나에 대해서 오늘 고민이 늘었다.


상담실에 앉아 말하는 나는 너무나도 로봇 같았다. 나에게 선생님이 말했다. 그녀의 표정, 그녀의 입. 다. 눈에 하나하나씩 그려진다. 상담실에 앉아있는 나. 물을 마신다.

로봇 같다고.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그저 애쓰는 그냥 그런 사람 같다고. 전혀 내가 아닌 거 같다고 했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생각하냐고 했다. 스스로를 알고 그렇게 하는 거냐고.

내가 내려놓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자존심도 아픔도 상처도 모두 다. 나는 의존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를 절제하고 싶다고 했다. 근데 속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미칠 것 같다고 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다가도 나 스스로의 이런 모습을 보면 해탈한 것만 같다고 했다.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그렇게까지 하는.


사랑해서 내가 이러고 싶다고 했다. 근데 그건 올바른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오늘 결국 내가 회피하던 것들을 마주하고 말았다. 내 잘못된 신념들이. 그렇게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져 내렸다. 처절했다. 상담실에서 나오는 나의 발걸음이 다시 무거워졌다.


모든 게 올바른 방식이 아니라고 했다. 극단적인 방식일 뿐. 절대적으로 옳지 못하다고 하였다.

나도 아는데, 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일단 표현 방식을 좀 더 유하게 하라고 했다. 절제하며.


그리고 병원에 가 앉아 있는 난 너무나도 버거웠다. 이 상황들이 모든 것들이. 왜 나에게만 모든 게 이렇게 일어나는 건지 나는 누구에게 위로를 받아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었다. 그나마 믿었던 사람마저 나를 위해주는 말을 하지 않았었다. 괜찮냐고 한 번만 물어봤다면. 아프진 않냐고 물어봤다면. 


나를 돌아봤다. 내가 그동안 어떻게 했는지. 어떻게 견뎌왔는지. 분명히 나아진 것은 맞다. 맞지만 그 나아진 건 절제력일 것이다. 근데 그를 향한 절제는 내가 해보지 못한 거라 몸이 견디질 못한다. 분명히 겪어야지만 나아지는 것은 맞다. 그가 했던 아픈 말들을 복기해 본다. 고통스러운 건 여전하다. 아, 난 아직 멀었구나 싶었다.


위가 칼로 찌르는 거처럼 하루종일 아팠다. 이유를 오후에 되어서야 알았다.


아, 내가 못 견디고 있구나.


하지만 사람이란 견디고 다치고 무너져도 다시 한번 일어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그렇게 20대 초에 2년이라는 시간을 혼자 견뎠다. 미치광이가 되어도 나는 좋았다. 결국 마주한건 업그레이드 된 미치광이 나였지만.

난 또 한 번 견뎌낼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


서로 옭아매고 의존하며 갉아먹히는 사랑이 아닌, 보듬어주는 사랑을 하고 싶다. 나는 그러고 싶다.


당신은 어떤 사랑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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