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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홍 Jul 13. 2024

챕터 4 워킹 홀리데이에 학교라니? 노빠꾸 만학도

Life knows better.

학교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왔다.


워킹 홀리데이에 학교라니?

나도 나름 보수적인 면이 있어서 최소한의 에어백은 두고 일을 벌인다.


간호로 커리어 전환을 고려하고 있기에 그들과 일해볼 수 있으면서

영주권 직업군에 속하는 코스가 있길래 도전해 보기로 했다.


결정을 내리자마자 강남에 있는 유학원 세 군데에 메시지를 보냈고

가장 답장이 빨리 온 유학원과 바로 수속을 진행했다.


나는 이런데 시간 쓰는 걸 싫어하고 차라리 돈을 주고 맡기자는 주의인데

이런 성향이 중국에서 지낸 이후로 더 강해졌다.


能用钱解决的事都不是事 钱解决不了的事才是大事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작은 일이야,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야 말로 정말 큰 일이지.


이 상황에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뭔 말인지 알 거다. 유노왓암생?


사실 브리즈번이 목적지 었는데 3월 이후 거의 모든 학교의

인텐시브 코스 오픈이 미정이어서 다른 지역을 알아봐야 했고 그게 퍼스였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는 학업이 4개월만 허용된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를 물으니

이 쪽에서 일하는 지인들이 실습 연계까지 제대로 해주는 학교여서 택했다고 한다.


또 잘 얻어걸렸구나.

나는 그냥 여기가 제일 저렴해서 고른 거였는데.


역시 Life knows better!

인생은 길을 보여주기 위해 길을 잃게 한다.
돌아가는 길투성이의 인생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일과 행복한 일은 동시에 일어난다.
플랜 A 보다 플랜 B가 더 좋을 수도 있다, 가 아니라 더 좋다.
플랜 A는 나의 계획이고 플랜 B는 신의 계획이기 때문이다.

류시화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중에서


돌아보니 나는 살면서 정말 많은 일을 저질렀고 수습하며 살았다.

일을 저질렀다고 말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선택을 하며 살아온 것 같다.


막말로 이 세상에 위험부담이 단 1도 없는 길이 존재할까?


호주에 간다고 했을 때 가족과 친구들은 내 도전에 같이 설레어한 반면

그다지 친하지 않은 주변인들은 인종차별과 물가 이야기를 “꼭” 꺼냈는데

그들이 왜 그저 지인이었는지를 깨닫고 인간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다.  


걱정을 빙자한 초치기와 사기 꺾기.

내가 정말 너무너무 극혐 하는 한국인 종특이다.


한혜진 님이 유튜브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누군가의 용기와 모험심을 들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에게 위기감을 느낀다고.


항상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사는 한국의 삶이 디폴트라 여기고 살아왔는데

그걸 부정하는 다른 삶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은 걸까?


“남들처럼“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사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싶고

적당히 일하고 놀고 싶은데 좋아하는 거 하면서 돈 벌고 할 거 다 하는 거 보면서 베알이 꼴리는 걸까?


대학 안 나와도 돈 잘 벌고 보장된 워라밸 속에 행복한 호주도 그들 나름의 다른 힘듦이 있을 거다

하면서 굳이 굳이 힘듦을 상기시켜 주려는 이유가 뭘까? 그렇게 물가가 걱정되면 입금이라도 하시던가요.


“You are so brave!“

호주에 와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나는 내가 용감한 사람이라는 걸 호주에 와서야 비로소 인정하게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오지홍 씨는 항상 씩씩해서 좋아요. 그게 참 부러워요.”라는 말을 종종 듣곤 했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무슨 일이 생겨도 내 인생은 계속되는데 그럼 주저앉아서 신세한탄 해야 하나? 라며

나보다 용감한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심드렁했던 확신의 T 인간..


대체 나를 움직이게 하는 건 뭘까?


시작할 때는 고민하고 주춤하더라도 한 번 결정 내리면

뒤도 안 돌아보고 노빠꾸로 추진하는 나.


처음엔 낯선 용어들 때문에 과제하기도 벅찼지만

또 어찌어찌해내고 벌써 다음 달이면 실습을 앞두고 있다!


언어를 할 줄 아는 덕분에 일본, 중국 친구들과 허물없이 지낼 수 있고

뒤틀린 걱정들과는 달리 내가 벌인 일을 행복하게 수습해 나가는 중이다.


오리엔테이션 첫 날부터 “Thanks for coming to Austrailia. we need you guys.”라며 따뜻한 말을 아끼지 않았던 Letta의 마지막 날.


Rather than waste your time being stressed over making the right decision.

Make the decision right. Choose randomly. It doesn’t matter what the decision is, big or small.

You can’t know. There’s no way of knowing that you wouldn’t have been worse or better the same, and that’s why regret is so mindless.

 Because the choice you didn’t take, you’re presuming it would’ve been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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