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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홍 Jul 17. 2024

챕터 5 렌트 대란? 흥 웃기는 소리!

코로나가 끝나고 국경을 재오픈한 이후로

그동안 밀려 있던 인원들이 전 세계에서 쏟아져 들어오면서

렌트 대란이라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다.


렌트 대란? 흥 웃기는 소리!

이 넓은 땅에 나 살 집 하나 없을라고.


인플레이션이다 뭐다 해서 렌트비도 엄청 올랐다지만

나는 지금 3분이면 트레인을 탈 수 있는 초역세권 $180/w인 집에서 살고 있다.


심지어 방도 일반 싱글룸 보다 크고 나랑 룸메만 사용하는

벽난로 딸린 리빙룸에는 새 TV를 사주셔서 로컬 방송이나 유튜브 틀어놓고 할 일 하면 딱!


모든 빌 포함에 밥과 바나나 브레드까지 항상 구비해 주시는

너무나 친절한 집주인 분 덕분에 다이어트가 안 되는 게 유일한 단점.


주말에는 근처 베이커리에서 크루아상이나 초코빵을 사다주시는데

식탁에 내 이름과 하우스 메이트 이름이 적힌 봉투를 볼 때마다

어릴 때 엄마가 피아노 레슨 가기 전에 밥을 해두고 각자 자기 거 먹으라고

내 이름과 동생 이름을 포스트잇에 적어두고 갔던 기억이 난다.


엄마 사랑해.

어른이 되어서는 어린 시절 사랑 받았던 따뜻한 기억들로 살아가는 듯.


이 집에 오기까지 많은 일을 겪은 덕에 세 번의 이사를 했는데

집을 옮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마다 인스펙션부터 이삿날을 잡기까지

보통 이틀 정도 걸렸으니까 렌트 대란은 정말 웃기는 소리가 맞았다.


우선, 나는 호스텔에서 Flatmate를 다운로드하였고

지리도 익힐 겸 7일 서비스를 결제하고 바로 몇 군데의 인스펙션을 잡고 돌아다녔다.

*유료 결제 시 집주인 핸드폰 번호가 공개되어서 어플을 통하지 않고 바로 연락이 가능하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역시 직접 돌아다니면서 보이는 게 더 많았다.


차 구매 전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퍼스는 자동차 중심인 도시라 트레인역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허허벌판인 길가에 버스 정류장 표시 막대기가 딸랑 하나 있는 경우가 많았고


어떤 집은 하우스 메이트가 강한 향신료를 쓰는 아시안 친구들이라

비위가 약한 나는 부엌을 같이 공유하기에는 무리가 있겠다 싶었다.


또 어떤 집은 매우 예뻤지만 집주인이 옐로 피버여서

범죄도시 4 보러 갈 필요 없을 정도로 콘텐츠 하나 가 뚝딱.

*해당 어플에 리포트했고 결국 그 계정은 벤을 당했다.


이틀을 이렇게 돌아다니니 호주 집구조도 알게 되고

호주인 집주인들이랑 직접 전화하고 이야기하면서 하면서 호주 영어에 걸음마도 뗐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 밖에서도 이 넓은 호주 땅에서

계속 의지하며 연락하고 지낼 수 있는 소중한 친구들을 만난 건

고생스러운 이사가 준 행운의 선물!


호주 워킹 홀리데이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나 인식,

뭐 때문에 안되고 요즘 힘들다는 말은 진짜 몇 년째 돌고 있는 말인데

내가 여태껏 태어나서 경기가 좋다는 소리 한 번도 못 들어본 거랑 똑같은 듯.


인생은 타이밍이고 그 타이밍은 내가 만들면 된다. 될 일 될.

두 번 째 집주인이 직접 손으로 작성한 계약서. 룸메이트를 넘어서 한 지붕 아래 가족처럼 지내자는 마음이 손글씨 만큼이나 예뻤다.

Let’s create a harmonious environment where everyone feels at home.

We’re more than just roommates; we are little family under one roof.

Let’s treat each other with kindness, empathy, understan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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