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지홍 Jun 29. 2024

0화 영혼이 숨 쉬는 시기

다른 인생이 있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싫다.

퇴사 이후 약 반년을 쉬었다.


나의 이 시기를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퇴사, 비자 신청, 아이엘츠 학원 등록. 이 모든 게 1주일 안에 이루어졌다.


나의 결정은 겉으로는 갑작스러워 보였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늘 내게 이야기해 왔었고, 이제야 행동할 수 있게 된 것뿐이었다.

오히려 해고 통보를 속으로는 매우 기뻐하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이 나의 결정을 강제하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보내버린 비겁한 30대가 되어버렸던 걸지도 모르겠다.


난 도대체 무엇을 그렇게 망설였던 걸까?

다른 인생이 있었을 수 있다고 평생을 후회하며 살 자신도 없으면서.


귀국 후 2년 간의 한국 생활 동안 나는 만성 피로가 아닌 만성 불안에 시달렸다.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부캐를 만들어 부업은 물론 자격증도 따고 재테크 공부에도 뛰어들었다.

참, K 직장인이라면 업무 향상에 도움 되는 실무 공부와 독서는 디폴트다.


공백 없이 빽빽한 나의 커리어 타임라인

잠시 멈추어 되돌아보니 그건 처절한 생존의 흔적일 뿐이었다.


이직 이후 안정기에 접어든 중국 생활을 접고 귀국한 이유는

한국에 있는 또래들이 나보다 훨씬 더 앞서 나가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는데

남부럽지 않은 돈이 통장에 찍혔지만 그건 비극적인 Paid Actor로서의 삶이었던 것 같다.


타인에 대한 판단과 비교가 만연한 곳.

취미도 생산성을 따질 정도로 휴식이 용납되지 않는 곳.


나는 퇴사 후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잃어버린 나를 되찾고 새로운 꿈을 꾸며 다시 살아있음을 느꼈다.


일상의 리듬을 늦추고, 새로운 배움의 시간을 늘리고,

나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느끼는 직관의 시간들.


새로운 결심 이후에 모든 건 가능했고, 모두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Don’t take life too seriously.

Just follow your intuition and your hear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