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새로운 문장의 발견

by 읽는 인간

브런치를 시작할 때는 마음이 가벼웠다. 읽었던 책들 중에서 골랐으니, 그저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다듬으면 될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막상 책상에 앉으니 당황스러웠다. 기억을 되살려 글을 쓰기에는 내 기억력이 너무 엉성했다. 덕분에 널브러진 책더미를 뒤적여 오래된 책들을 찾아 다시 읽었다.


책장을 넘기며 글을 읽는 게 좋았다. 잊고 있었던 오래된 책갈피도 찾았고, 삐뚤삐뚤한 밑줄도, 한쪽 귀퉁이에 깨알같이 적어둔 메모도, 뭔가 중요하다 싶어 접어둔 페이지까지 오랜 시간에 걸친 삶의 흔적을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를 설레게 한 것은 예전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문장의 발견이었다.


책을 읽고 생각하며 자연스레 뭔가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문학을 읽는데 꼭 뭔가 의미를 둘 필요도, 애써 의미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


연재 기간 내내 사람”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우리는 삶이 의도한 경로를 따라 목적지로 향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삶이 그리 녹록지 않다. 온갖 예측 불허의 변수들로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길을 가야겠다 생각하고 살아온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아.. 내가 걸어온 길이 이렇구나” 싶을 것이다.


옛 기억을 되새기고 나니, 내가 이런 글들을, 이런 작가들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무엇보다 “사람 냄새”가 좋았다.


브런치를 연재하다 보면 글을 쓰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 그래서 또 새로운 글밥을 찾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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