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와 융을 넘어 인간 이해를 돕다.
살면서 난제에 부딪힐 때. 감정처리가 힘든 상황을 마주할 때. 사람으로 인해 힘들 때. 뭐든 스스로 소화해 낼 능력이 없거나 이런 고충을 의논할 대상이 없으면 꼭 탈이 난다. 주위에 고충을 나눌 좋은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리고 나눌 대상이 부모나 배우자라면 얼마나 복 받은 삶인가? 특별할 게 없더라도 방법은 있다. 이동식 박사의 책들에서 찾을 수 있다.
이동식 박사(1920~2014, 정신과의사)는 정신치료 명의名醫셨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정신치료의 개념을 확립하신 분이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서 정신치료적 의미를 찾아 그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동양의 유불선 사상과 서양의 정신분석을 아우르는 지혜의 깊이가 놀랍다.
이동식 박사의 책은 6권이 출판되었고, 그중 5권은 교보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전공책이나 번역서처럼 난해한 이론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교보문고에 넘쳐나는 작가들처럼 피상적인 내용은 더욱 아니다. 정신건강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을 주위에서 들어봄직한 일상적 언어로 설명해 준다. 책을 읽다 보면 스스로 깨달은 자만이 남을 깨우칠 수 있다는 의미를 알게 된다. 저자의 수십 년에 걸친 정신치료 경험과 지혜가 담긴 것이라 낱장하나 허투른 게 없다.
부부관계 문제나 자녀양육 문제, 부모자식 문제, 직장생활 문제, 인간관계 문제와 같은 다양한 사례를 만날 수 있다. 피상적인 현상 보다 근저에 깔린 원인이 무엇인지 살피게 된다. 이동식 박사의 책들은 내 삶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일상에서 겪는 고민이나 신경증으로 힘들어하시던 분들 중, 이동식 박사 책들을 수차례 반복해서 정독하다 깨달은 바가 있어 증상이 완화되거나 치료되었다는 분들도 많다. 한때 결혼하는 후배들이나 출산을 준비하는 지인들에게 책을 자주 선물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마음이 동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이제는 그만두었다. 그래도 이런 책이 있다는 정보를 알아두면 필요할 때 찾지 않을까 싶다.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 현대인의 정신건강, 불광출판사, 이동식
- 현대인과 스트레스, 불광출판사, 이동식
- 현대인과 노이로제, 불광출판사, 이동식
함께 읽으면 좋다.
- 도정신치료 입문, 불광출판사, 이동식
- 노이로제의 이해와 치료, 일지사(절판), 이동식
- 한국인의 주체성과 도, 학지사, 이동식
아주 오래전 약속장소를 찾다 근처에서 상담센터 간판을 보고 웃었던 적이 있다. 보통 이런저런 문구로 홍보를 하기 마련인데 그곳은 부부/가족상담의 대상을 간단명료하고 큼지막한 글씨로 간판에 적어둔 것이다. "외도후유증, 이혼고민, 사춘기문제, 성격차이", 참 사람 사는 게 고만고만하구나 싶었다.
이렇게 고민이 있을 때마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센터를 찾아 치료를 받으면 얼마나 좋겠냐 마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이동식 박사의 책들이 따듯한 위안과 현실적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사는 동안 만나게 되는 고만고만한 문제들은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책 본문에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치료가 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도 잘 사귀어 자기 혼자의 세계를 벗어나서 점차로 세계를 확대시켜 가는 것이다. 무수히 많은 학생들이 지나치게 엄하고 몰이해한 부모의 영향으로 정신이 집중되지 않고 두통이 생겨 머리는 좋으면서 공부는 못하고 있는 사실을 볼 때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검토해야 한다."
"남을 불쾌하게 하고 적의를 표시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태도나 언동으로써 호소하는 것에는 ‘왜 너희들은 나를 사랑해 주고 인정하고 받아주지 않느냐?’ 하는 숨은 뜻이 있다. 이러한 경우의 유일한 약은 은근한 이해와 용납과 따뜻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고 실천해야 한다."
"수줍고 소심해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이유는 적개심 때문이다. 적개심은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정서적 욕구와 사랑이 채워지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적개심을 억누를 경우 복수심과 열등감으로 자라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라면서 가족들과 건강한 정서적 교류의 기회를 많이 갖고 부모 특히 어머니로부터 정서적 욕구와 사랑이 충족되어야 한다."
"노이로제는 잠시 생각을 잘 못 내서 생긴 게 아니라 해결되지 못한 적개심으로 인해 발병된 정신질환으로 치료대상이다. 노이로제는 중고교, 대학 1년에 회복의 기회를 갖는다. 이것은 이 시기에 ‘반항’의 현상으로 나타나며, 아직 주체성이 살아있어 부모로부터 독립을 외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량을 가지고 주체성의 독립에 귀를 기울여 주어야 한다."
"연애 상대를 우상화하는 것은 건강한 ‘자아’가 형성되지 않음이다. 한눈에 반하는 감상적인 사랑을 기대하는 것은 사랑하는 태도와 능력이 배양되지 않음이다. 연애 상대의 결점을 들추는 것은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건강한 연애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점검해봐야 한다."
"신경질적인 사람은 건강한 사람보다 신경질적인 사람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신경질적인 사람일수록 자신의 신경질은 도외시하고 상대의 신경질을 문제 삼는다. 결국, 미성숙한 두 노이로제 환자가 만나 서로에게 사랑을 갈구할 뿐 자신의 책임은 외면함으로 결과는 파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