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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문R Aug 28. 2024

말하기보다 글쓰기가 더 어렵더라 1부

"말하듯이 쓰라"는 주문에 딴지 걸어보기


브런치에 글쓰기 책을 읽으면서 공부하는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강원국 작가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이다. 책은 제목부터 나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 책이었다. 말하는 것보다 글 쓰는 것이 배는 어려운데 말하듯이 쓴다라니. <나는 말하듯이 쓴다~~>라고, 뒤에 물결표시를 붙여 놀리는 듯한 말투로 읽어야 하는 제목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책 제목 가지고 이렇게 투덜거린 이유는, 내 직업이 프리랜서 강사이기 때문이다. 강의 경력 10년을 훌쩍 넘긴, 말을 하는 것이 업인 사람이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 강의로 돈을 벌고, 남는 시간을 쏟아 '글'이라는 것을 쓰기 시작했다.

나의 짧은 글쓰기 경험을 돌아보니, 말 잘한다고 글 쓰는 것이 쉽다거나 잘 쓰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글 쓰는 것은 말하는 것보다 심오하고 복잡하며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나의 말을 수십 번, 수백 번은 벼리고 촘촘하게 쌓아야 쓸 수 있는 것이 글이다. 블로그에 쓰는 짧은 글일지라도 생각하고 생각해서 써야 했다.


물론, 강의와 글쓰기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 그래도 이 글에서는 글쓰기가 말하기보다 훨씬 어렵다고, 말하기로 돈을 버는 강의와 글쓰기를 비교하며 주장해보고 싶다.



강원국 작가는 자신의 책 제목에 대해 머릿말에 이렇게 밝혀 놓았다.    

이 책의 제목인 ‘나는 말하듯이 쓴다’에도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 첫째, 평소 말하는 만큼 자주 쓴다, 둘째, 말 같은 구어체로 자연스럽게 쓴다, 셋째, 먼저 말해보고 쓴다는 의미다.

-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


그러니 이번 글은 책 제목만 가지고 심통을 잔뜩 부리는 글이 될 것이다.



* 쓰다 보니 글이 길어져서 2개로 나눠서 발행하겠다.  



나는 말하기(강의)보다 글쓰기가 더 어렵더라


하나, 강의는 청중을, 글쓰기는 독자를 분석해야 한다.


강의는 주제가 정해진 상태로 의뢰가 들어오니 주제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가장 먼저 고민할 것은 강의 대상, 즉 '내 강의를 듣는 사람은 누구인가'다.

나이, 성별, 직업군, 그에 따른 특성, 청중의 숫자, 선호하는 강의방식, 강의 주제에 대한 선행학습 여부, 예상되는 인식 등등을 고민해야 한다. 10년 전의 중학생과 지금의 중학생이 다르고 3월의 중1과 11월의 중1이 다르니, 강의를 준비할 때마다 그 대상을 다시 분석해야 한다. 내 감만으로 분석해서는 안된다. 항상 세상사에 대해 눈과 귀를 열어 놓고 있어야 한다.


글쓰기를 시작하니, 타깃 독자를 정하고 글을 써야 한다고 한다. 그 타깃 독자는 구체적일수록 좋단다. 육아서를 쓴다면 유치원 부모인지, 초등 저학년 부모인지, 초등 고학년 부모인지, 부모의 나이는 어느 정도인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 등을 고민해서 써야 한다. '30대 초등 남자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직장맘, 육아와 일을 병행하느라 힘겹다' 이런 식으로 한 인물을 떠올리며 그 사람을 앞에 두고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내포독자가 명확할수록 이야기는 구체화된다. 생명력을 얻는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가 된다. 단 한 사람을 위한 이야기니, 단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 <동화책 쓰는 법> 이현,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이유미에서 재인용


블로그 글을 쓸 때는 불특정 다수를 향해 '읽을 사람은 읽고 말 사람은 말아라'라는 막무가내 정신만 가지고도 가능하다. 하지만 출간되는 책 속 글은, 항상 이 글이 가닿을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써야 했다. 근데 이것도 이론이지, 막상 글을 쓰다 보면 까먹는다. 내 글을 읽고 싶은 사람 따위는 잊고, 내가 하고 싶은 글만 쓰게 된다.


하지만 강의는 다르다. 눈앞에 중학생들이 '이 사람이 도대체 뭔 말을 하려고 하나'하는 눈빛으로 삐딱하게 앉아 있는데 어떻게 청중을 까먹을 수 있겠는가. 내가 준비해 온 강의가 얘네들에게 무언가를 남기긴 했을지, 아님 졸음을 주었는지 보기만 하면 안다.


그러니, 독자를 상상해야하는 글쓰기가 강의보다  어려운 것이다.



@ Unsplash의 Product School



둘, 강의는 강의 목표를 따라 말해야 하고, 글쓰기는 핵심메시지를 따라 써야 한다.


청중을 분석하면 그다음 고민해야 하는 것이 '강의 목표'이다.

모든 학습 설계에는 '강의 목표'를 정하도록 되어 있다. 어린 시절, 국민학교 칠판에 인쇄되어 있던 '학습목표', 바로 그것이다.

딱딱하게 말하니 '강의 목표'지만, 나의 방식으로 설명하면 '이번 강의를 통해 청중에게 남기고 싶은 단 하나의 메시지, 문장' 정도가 되겠다. 강의 시간은 한정적이니, 그 목표는 그 시간 안에 이해가능하도록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하여, 다른 것은 다 까먹어도 좋으니 '이것'은 기억하기를, '이것'만은 남기를 바라면서 강의를 구성한다. '이것'을 남기고 기억시키기 위해, 관련 이론, 논문, 기사, 사례, 책의 구절 등등을 찾는다. 이것저것 중구난방, 나열식으로 늘어놓는 강의는 재미없다. 삼천포로 빠지는 것 같아도 결국은 '그것'으로 돌아가는 강의, 전혀 연결되지 않아 보이는 것들이 '그것'으로 연결되는 강의가 청중들에게 '아하!'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강의를 할 때는 강사인 나도 신이 난다.


글쓰기를 하니, 강의할 때 '강의 목표'와 비슷한 단어를 만나게 되었다. 바로 '핵심 메시지'다. 주제, 키워드, 핵심문장 등과 같은 말이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에서는 나의 글을 읽는 사람이 밑줄을 긋게 만들만한 문장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다못해 임팩트를 줄 수 있는 한 줄, 즉 독자가 자연스럽게 펜을 꺼내서 밑줄을 긋게 만들 만한 문장이 하나쯤은 있어야 합니다. (저도 매번 그런 글을 쓰진 못하지만요) 그러자면 자신이 쓰고자 하는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곱씹어 생각하고 쓰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이유미


독자가 글을 읽었을 때 남는 무엇, 밑줄 긋고 싶은 문장. 이런 것이 핵심메시지다. 공저를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바로 핵심메시지를 쓰는 것이었다. 주제에 맞는 에피소드들을 써두고, 그 에피소드들과 이어지는 메시지를 써야 한다. 여기에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으면 나만의 글이 완성되는 것인데, 이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분명히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는데 막상 글로 쓰려니 평범해지거나, '공자님 말씀'이 된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안갯속을 헤매는 길을 잃기도 했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하려고 에피소드를 떠올렸는데, 에피소드만 남고 메시지는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메시지를 포스트 잇에 써서 붙여두고 글을 써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쓰다 보면 이 산이 아닌가 보다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핵심메시지 고민하다가 인풋이 모자라나, 글쓰기 재주가 없나, 하면서 나 자신을 한탄하게 되고, 글쓰기가 싫어지게 된다.


강의는 의뢰하면서 주제가 주어진다. 이를 바탕으로 목표를 정하면 된다. 하지만 글쓰기의 핵심 메시지는 자기가 만들어 꼭 붙잡아야 한다. 그러니 말하기보다 글쓰기가 훨씬 어렵다.




*** 2부로 이어집니다.


표지사진: UnsplashIon F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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