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퇴고하면서 배운 것들
글을 고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퇴고 목록’과 ‘오답 노트’다. 퇴고 목록은 말 그대로 무엇을 점검할지 정리한 것이다. 무턱대고 본다고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볼지 생각하고 하나씩 봐야 한다. (중략) 오답 노트는 ‘이렇게 쓰지 않고, 저렇게 쓰겠다’라는 기준으로 정리한 항목들을 모은 것이다. 노래하려면 음을 알아야 하고 그림을 그리려면 색을 알아야 하듯, 글을 쓰려면 문법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오답 노트의 주요 항목이다. 물론 문법에 어긋나거나 틀린 것뿐 아니라 어떻게 쓰겠다고 마음먹은 나름의 규칙들도 항목이 될 수 있다.
-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
한 번에 하나씩 고치는 것도 중요하다. 어휘는 단어 선택, 문장은 단어 배열, 문단은 문장 첨삭이 핵심이다. 단어 하나하나가 문맥에 맞는지 볼 때는 그것만, 문장 중에 비문이 있는지 찾을 때는 그것만, 문단의 완결성을 점검할 때는 그것만, 전체 문맥을 살펴볼 때는 그것만 한다. 또 뺄 게 없는지 보고, 빠진 게 없는지 보고, 바꿀 게 없는지 본다. 문장과 문단 순서를 바꾸거나 단어를 바꿨을 때 글이 확연하게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연도나 사람 이름, 수치 등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는지 보고, 띄어쓰기가 틀리거나 오자와 탈자가 있는지 본다.
-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
오 선배가 요구한 그 두 글자를 삭제하려면 문장 구조는 물론 글 전체를 뒤집어야 했다. 단순하게 글자만 빼버리면 문장이 성립하지 않았다. 그러니 문장 속에 있는 단어 앞뒤를 바꿔야 했다. 겨우 문장을 맞춰놨더니 이번에는 글이 뒤죽박죽이 됐다. 결국 나는 분통을 터뜨리며 오줌도 누지 못하고 여섯 시간 동안 글을 고쳤다. 그 날짜와 그 기사를 기억해 뒀어야 했다. 역사적인 날이었다. 글쓰기라는 작업이 얼마나 어렵고 또 재미있는 일인지 알게 된 날이었다.
- <기자의 글쓰기>, 박종인
글도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아주 못 쓰지만 않으려고 하면 된다. 쓰기는 어렵다. 고치기는 쓰는 것만큼 어렵지 않다. 쓰는 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고, 맨땅에 머리 박는 일이다. 그러나 고치는 건 재미있다. ‘이걸 왜 이렇게 써놨지?’ 하며 틀린 걸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또 자기 글이 점점 나아지는 걸 보면 기쁘다. 헤밍웨이는 “내 초고는 다 걸레다. 쓰레기다”라고 하며 수십, 수백 번 고쳤다. 원래 잘 쓴 글은 없다. 잘 고쳐 쓴 글만 있다. 좋은 글은 얼마나 잘 고치는지의 싸움이다.
-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