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는, 이 놈의 퇴고
10명의 초보작가가 쓴 공저가 세상으로 나오려 하고 있다. 몇 주 전 한 출판사와 계약이 성사되었으니 정말 로 벌어질 일이다.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믿기지 않는다. 내가 쓴 글이 인쇄되어 매대에 깔리다니.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또다시 원고 수정이 시작되었다.
이번 공저 출간은 라이팅코치 에세이가주 님의 지휘 하에 의해 진행되고 있으니, 출판사는 에세이가주 님과 의사소통을 한다. 출판사에서 여러 요청 사항이 전달되는데, 대부분 원고 수정에 관한 부분이다. 나머지 작가들은 또 자신의 원고를 고치기 시작한다. 오늘 또다시 수정사항을 전달받았다. 오탈자, 띄어쓰기, 맞춤법의 오류가 있는지, 따옴표의 방향이 올바른지, 따옴표에 삐침이 있는지 등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공저를 쓰기 시작할 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미 수 차례 퇴고해서 넘긴 원고지만, 출판사에 의해 계속적인 수정 요청이 있을 것이니 준비하고 있어야 함을.
맞춤법을 수정하려고 원고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내 원고의 문제점들이 또, 또, 또 보인다. 삭제했어야 할 글들, 중언부언들, 어색한 표현들. 몇 주 만에 다시 보니 여기도 고치고 싶고, 저기도 고치고 싶다. 이놈의 퇴고는 끝이 없구나....
글은 고치는 것이고, 고쳐야 글이 된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3번 고친다. 첫 번째는 노트북으로 써 놓은 글을 모니터로 보면서 고친다. 두 번째는 핸드폰으로 글을 불러와서 고친다. 노트북으로 볼 때와 핸드폰으로 볼 때 다르게 읽히기 때문이다(어디선가 주워들은 팁이다). 세 번째는 다시 노트북으로 고치는데 이때 맞춤법 검사를 한다. 그래도 발행한 후 다시 보면 틀린 부분이 보인다. 그럼 또 수정한다.
공저원고를 쓰다가 알게 되었다. 나의 블로그 글 고치는 정도를 가지고 진정한 '퇴고'라 볼 수 없다는 것을. 진짜 퇴고는 내 글이 다시는 보기 싫을 정도로, 토가 나올 정도로 하게 된다는 것을.
공저 원고를 수십 번은 봤지만, 다시 보면 안 보이던 것이 또 보인다. 아직 토는 하지 않았으니 수정을 더 해야 하는 것인가 싶을 때, 마감이 왔다.
처음 퇴고를 할 때는 내 글이 나아질 수 있는지 의심했다. 퇴고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초보작가였으니 막막했다. 할 수 없이 퇴고에 대해 공부하면서 글을 고쳤다. 공저를 쓰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공부였다. 퇴고의 퇴고를 거듭한 후 초고를 다시 보니, 초고는 사라졌고 다른 글이 되어있었다.
강원국 작가는 <나는 말하듯이 쓴다>에서 '쓰지 말고 고쳐라'라고 했고, 박종인 기자는 <기자의 글쓰기>에서 '글은 쓰는 게 아니라 고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은유 작가는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에서> '글은 쓰기만 한다고 글이 아니라는 것, 글은 자꾸 고쳐야 글다워진다'라고 했다.
잘 쓰려고 하지 말고 못 쓰지만 않으려고 하면 된다. 다시 말해 잘 고치면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쓰는 데 공들이면서 진을 다 뺀다. 쓰고 나면 꼴도 보기 싫다. 그래서 고치는 걸 소홀히 한다. 이에 반해 잘 쓰는 사람은 쓰는 행위를 ‘목적’이 아니라 ‘고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 고치기 위해 쓴다. 고치는 데 무게를 둔다.
-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
글은 쓰는 게 아니라 고치는 것이다. 글은 써서 고쳐야 끝난다.
- <기자의 글쓰기>, 박종인
이번 칼럼에서는 어떤 소재를 다룰지 오며 가며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글감 구상하는 시간을 다 빼고, 온전히 노트북 앞에 앉아 원고 한 편을 완성하는 시간만 총 열 시간이 걸린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초고를 스는데 한 서너 시간 걸리고, 퇴고하는 데 한 예닐곱 시간 걸리는 것 같아요. 초고와 퇴고의 비율이 4대 6이죠. 처음엔 초고 작성에 시간을 더 들였어요. 그런데 글은 쓰기만 한다고 글이 아니라는 것, 글은 자꾸 고쳐야 글다워진다는 걸 인지하고는 퇴고하는 데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게 되었습니다.
-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은유
사진: Unsplash의 Maxime Rossignol
내가 경험한 퇴고의 방법들
이번 글에서는 내가 공저 퇴고를 하면서 공부했던 퇴고의 방법들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좌충우돌했던 나의 퇴고 수난기라고 할 수 있겠다.
(글이 길어 1,2부로 나눠 발행한다. 퇴고는 그만큼 중요하니까.)
내가 읽었던 글쓰기 책 대부분에서 말하는 퇴고의 방법은 출력해서, 소리 내서 읽어보기다.
오류는 초고를 완성한 후에 바로잡는다. 바로잡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낭독이다. 소리 내서 읽는다. (중략) 반드시 ‘소리 내서’ 읽어야 한다. 낭독이다. 낭독을 하면 두 가지 효과가 생긴다. 첫째, 리듬을 알게 된다. 내 글이 리듬을 타고 있는지 아닌지 알게 된다. 둘째, 보이지 않던 실수가 보인다. 내 목구멍에서 나오는 목소리일지라도 내 귀로 듣게 되는 목소리는 객관화된 목소리다. 즉 내 목소리가 제삼자 역할을 하게 된다.
- <기자의 글쓰기>, 박종인
에세이가주 님도 모니터 화면으로 수정하지 말고 출력해서 수정하라고 했고, 대부분의 책에서 강조하는 부분이니 나도 따라 해봐야겠다 마음먹었다.
일단 모든 원고를 출력했다. 중얼중얼 소리 내면서 읽어봤다. 글쓰기 책들에서 퇴고할 때, 같은 단어가 반복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는지, 길게 늘어진 문장은 없는지, 주술 관계의 문제는 없는지, 어색한 문장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소리 내어 읽으니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 찾아진다. 박종인 기자는 "소리 내다가 읽기가 거북해지고 막히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앞부터 다시 읽게 된다. 그 문장이 틀린 문장이라는 뜻이다"(<기자의 글쓰기> 중에서)라고 했는데,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다. 특히 내가 반복해서 쓰는 단어들, 앞뒤 문맥이 맞지 않는 문장들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두 번째 방법은, 시간 여유를 가지고 다시 보는 것이다.
에세이가주 님이 전체 작가들이 퇴고한 원고를 모아 검토할 시간 동안, 나머지 작가은 다음을 기다리면서 쉬었다. 퇴고 후 1주일 쉬고 다시 퇴고하는 흐름이 생긴 샘이다. 1주일 동안 원고를 보지 않아도 되니 너무 좋았다. 돌이켜보니 퇴고 과정에는 이 반복되는 여유가 꼭 필요했다.
시간보다는 횟수가 중요하다. 글과 멀어졌다가 다시 보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 주야장천 보고 있다고 고칠 게 눈에 띄지 않는다. 중간중간 다른 일을 하다 와서 독자의 눈으로 다시 봐야 한다.
-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
이때 원고를 쓴 다음 곧장 퇴고하기로 자세를 취하는 것보다 며칠 묵혀두는 게 좋습니다. (중략) 며칠 후 육성으로 글을 읽으면 어색한 지점이 눈으로 읽을 때보다 확실히 잘 찾아집니다.
-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이유미
덧붙여 강원국 작가는 '다양한 환경에서도 고친다'라고 했다. '집에서, 지하철에서, 카페어서 고친다. 고치는 시간도 다양하다. 아침에도 고치고 저녁에도 고친다'(<나는 말하듯이 쓴다> 중에서)
퇴고 일정상 생긴 쉼이지만, 다른 일을 하며 글을 묵힌 후 다시 보니 어색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쉬고 난 후 원고를 출력해서 소리 내서 읽으면서 고치기를 반복했다. 반복하고 반복해도 헤매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렇게 퇴고하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계속되는 글은 다음 주 수요일에 발행되는 2부에.
표지사진: Unsplash의 Patrick F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