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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자 Sep 02. 2024

여의도에 취직하기 위해 준비한것

마음

마음이다.

여의도에 취직하기 위해 준비한 모든것들을 하나로 이으면

꼭 원하는 직무를 하겠다는 마음이라고 결론이 지어졌다.

꼰대 같고 고리타분한 이야기지만 어떤스펙을 쌓고 특별한 활동을 하는 모든것들은 

마음이 생겨서 동기가 생기고, 강한 동기가 생겨서 결국 긍정적인 산출물로 남아 취직에 도움을 주었다.

주변에 친구/후배들이 취업에 관한 이야기를 할때 무슨자격증, 토익은 몇점, 인턴은 어떤회사에서 어느정도의 기간동안 하는게 바람직하다기 보다 본인이 정말 이걸 원하는지 생각해 보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을 들이는게 맞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는데 내가 뭐라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것도 낮부끄러워 여기에나마 끄적거려 본다. 지방대를 나왔다는 사실이 나 자신을 더욱 채찍질 시켰고 때론 불안하게 만들어 뭐라도 닥치는대로 급하게 해내려고 하는 마음이 강했는데, 약간은 느긋하고 깊이있게 고민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성급한 마음을 따라왔다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회사를 제발로 걸어 나왔기 때문이다.


아, 여의도에 취직하기 위해 준비했던 또 한가지는 꼭 여의도에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무슨일이든 하겠다는 약간은 노예같은 각오와 태도였다. 지금 돌아보니 생각보다 나는 보수적이고 꼰대화 되어가서 한국의 취업시장에 최적화된 노예의 인재상을 따라가고 있는 사람의 선봉에 서있는듯 하다.

무슨일이든 할테니 내가 원하는 직무만 하게 해준다면 아무렴 연봉따위 최저시급에 가까워도 좋다는 마음이였고, 정말 범법의 행위가 아니라면 술을 고래처럼 마셔보라던지, 막힌 화장실 변기를 뚫고 오라던지의 일 마저도 군말없이 할 수 있음을 늘 어필해왔고 어쩌면 이 생각은 내가 가진 인생관의 일부이기에 자연스레 묻어나온것 같기도 하다. 나는 왠진 모르겠지만 무슨일이든 못할건 없고 죽기야 하겠냐 라는 마음으로 담대하게 하루를 살아나간다. 이것이 막나가는 욜로의 마음인지, 정말로 당당하게 세상을 마주하는 마음인진 모르겠으나 한가지 확실한건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별일이 별일이 아닌것 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게 때로는 삶을 굉장히 가볍고 속편하게 만들어준다. 초등학생땐 미처 챙기지 못한 준비물에 등굣길이 찜찜하던 나였는데 요즘은 까먹고 넘어간 부모님의 생일까지도 별거 아닌양 넘어가기에 참으로 내가 많이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꼰대와 MZ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한데, 나를 채용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꼰대의 축에 가까우니 나 또한 그들의 기준과 취향에 맞추어야 함이 당연하지만, 그럴수록 스스로를 잃어가는 마음이 든다. 따라서, 취업준비간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고시공부를 하듯 철저한 통제속에서 극강의 공부효율을 뽑아내기 위해 다이빙하는 과정은 좋지만, 그 속에서 스스로를 잃는다면 공허함과 우울함 속에서 헤엄치지 않을까. 취업의 전에는 일단 취업만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이 생기겠지만, 인생은 꽤나 길고도 지겨운 여정이다. 마치 끝날듯 끝나지 않고 결말이 열려있는 지루한 드라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공부의 과정에서, 취업의 과정에서 스스로를 없애갔었다.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일에서만 찾으려 했고 회사에 다닐때도 나라는 사람을 일을 제외하고 타인에게 설명할때 알수없는 이질감을 느꼈다. 일을 실수없이 잘 해내고자 하는 마음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서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한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들이 모여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인생에서 무가치한것으로 정의하고 배제해 나갔으며, 그런축에 관심이나 흥미가 가는 순간에는 스스로를 죄인처럼 여겼다.


브런치 연재일을 맞추고자 급하게 글을 써내려갔는데, 좀더 진득하게 글을 쓰는 태도와 마음을 가져봐야겠다.

마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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