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란 아이는 참 특별해 독특해 그래서 너무 그리워
요즘은 너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도 어렵다. 내 입으로 그 그리운 세 글자를 굴려 발음할 때면, 인생 마지막 순간에 먹는 솜사탕처럼 너무 달아서 슬프다.
내게 닿자마자 사라져 슬프다.
그래서 그 대신 '이것' 하면 바로 네가 생각나는 것들을 나열해 보고자 한다.
분명 더 많을 텐데, 생각날 때마다 계속해서 더 적어나갈 거야.
1. 캡사이신
너는 매운 음식을 아주 좋아했다.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늘 갖은 음식에 캡사이신을 듬뿍 뿌려먹었다. 아직도 신기한게 너는 너의 자동차가 생기고 나서는 그 차 조수석 옆 수납공간에 캡사이신을 꽂아놓고 다녔었다. 그런 너를 보고 나는 엄청 웃었더랬다. 그러면서 매운맛에, 캡사이신에 진심인 너를 다시 한번 알 수가 있었다.
2. 불은 라면
너는 꼬들한 라면보다 불은 라면을 좋아했다. 어느 정도냐면 라면을 가스레인지로 끓이고 나서 그 라면을 다시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완전히 더 불려서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라면은 꼬들라면이라 완전한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네가 끓여준 불은 라면은 식감이 더 몰캉몰캉해서 잘 넘어갔고 생각보다 맛있었다. 아마 근데 네가 끓여줘서 그랬던 것 같다.
3. 홍어
너는 홍어를 좋아했다. 특히 그냥 삭힌 게 아니라 푸욱 삭힌 홍어를 좋아했다. 제사나 명절 때 홍어를 살 때면 늘 너를 생각하며 홍어를 살정도였으니까. 나는 홍어를 못 먹었었는데 네가 먹어보라고 주는 홍어는 먹었었다. 너는 무슨 음식이든 너무 맛있게 먹어서 보는 내가 오졌다.(전라도 말로 흡족하다는 뜻) 내가 '이거 내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물으면 너는 '이 정도는 언니가 잘 먹을 수 있을걸?' 하면서 익은 김치와 수육과 홍어를 같이해서 삼합을 만들어 내 입에 넣어주곤 했다. 이 홍어도 네가 줘서 먹었던 것 같다.
4. 소주
너는 술을 무척 사랑했다. 널 보면서 어쩌면 저렇게 술을 좋아하고 즐길까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너와 함께 취하는 게 즐거워서 나도 술을 좋아하게 됐다. 너와 나는 술에 관해 중간이란 없는 자매들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한번 먹기 시작하면 집에서 4차까지 마셔야 직성이 풀렸었다. 우리가 오랜만에 만날 때면 나는 너랑 소주마실 생각에 늘 설렜었다. 너랑 노는 게 너무 즐거웠으니까.
5. 짬뽕
너한테 뭘로 해장하냐 물으면 너는 짬뽕을 자주 말하곤 했다. 나는 짜장면 파라 술 먹은 다음날 너무 짜고 자극적인 짬뽕으로 해장하는 게 이해가 안 갔었는데 너는 짬뽕이 해장으로 딱이라며 즐겨 먹었다.
6. 안녕, 자두야
솔직히 말하면 나는 네가 '안녕, 자두야'를 그 정도로 좋아하는지 잘 몰랐다. 나중에서야 너의 주변 사람들이 네가 이걸 보고 있는 모습을 늘 봤었다며 전해줘서 그때 알았다. 너는 아마 이걸 보면서 우리 자매를, 가족들을 종종, 자주 떠올렸었던 것 같다. 한번 봐보고 싶은데 도저히 용기가 안 난다.
7. 담배
너는 담배를 폈다. 사실 네가 스무 살이 넘었을 때도 나는 네가 담배를 피우는 게 싫어서 너를 단속하곤 했었다. 나이는 성인이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아직 애기였으니까. 너와 같이 여행 가서 담배로 조금 트러블이 있고 나서는 '나는 정말 담배 피우는 사람과는 사귀지 못할 것 같다'라는 것도 네가 깨닫게 해 주었다. 어느 순간부터 다 큰 어른인 너를 내가 담배로 단속하는 게 이상한 것 같아 잔소리만 조금 하기 시작했다. 건강을 위해서 끊으라고. 같이 술 먹다 네가 피러 나갈 때면 나가서 그냥 같이 옆에 있어주었다. 난 담배를 피울 줄도 모르고, 피는 사람도 안 좋아하지만 너는 참 맛있게 피는 사람 같아 보였다.
8. 틴트
지금은 입술에 바르는 립스틱, 립글로스 등으로 불리지만 우리에게는 틴트란 말이 더 맞지 않을까. 너는 늘 자기 전에도 입술을 붉게 만들고 싶어했다. 색깔은 네가 맞다고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김치색 :) 보통은 외출할 때가 아닌때에 집에서 자기 전이나 막 일어나서는 굳이 입술을 신경쓰지는 않을텐데 너는 입술 색깔에 집착하는 면이 있었다. 이건 너의 친구들도 기억을 하고있더라. 털털해보이면서도 미(美)에 관심이 많았던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