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아래
가을 하늘 아래
유니
종탑 위 십자가가
하늘을 향해 손을 든다
하늘이 구름을 품고
천천히 숨을 고를 때
종탑의 끝은
그 숨결에 손끝을 얹는다
바람은 그 위를 스쳐 지나며
하루의 기도를 속삭이고
햇살은 붉은 벽돌 틈새마다
조용히 마음을 비춘다.
오늘의 구름은
마치 하늘이 쏟아낸 숨결 같다
가득 차올라
세상을 감싸 안고도 남을 듯한
그 끝에 서서 나는
한참을 올려다본다
이 세상의 높이란 결국
닿으려는 마음에 있음을 안다
하늘과 땅이
잠시나마 하나가 되는 오후
그 사이에 선 종탑은
인간이 쌓아 올린
가장 고요한 경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