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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닿는 자리에 # 12

가을이 멈춘 자리에

by Unikim

가을이 멈춘 자리에


유니


가을이 멈춘 자리엔

온갖 아름다운 빛들이 어우러져

추억들을 속삭인다


바람이 나뭇결 사이를 스치면

붉은 잎 한 장이 천천히 떠 오른다

그러고는 사뿐히 호숫가 물빛에 내려앉는다


한 해의 끝자락

햇살은 금빛 실로 남이섬을 꿰매고

걷는 발자국마다 가을이 부서진다


떠나온 마음에도 단풍이 든다

말하지 못한 시간들이

하나둘 바람에 흩어진다


선선한 남이섬의 바람이

노란 잎을 스치니 서서히 날아 오른 잎

붉은 잎 곁에 다가가 앉는다


호숫가 물결이 잔잔히 흔들거리자

햇살은 단풍들을 엮어

우리에게 가을의 옷을 지어 준다


걷는 길 걸음걸음에

바람이 살짝쿵 오감을 스치니

내 마음도 이내 그 길 따라 물든다


누군가의 미소 같던 그날의 햇살은

남이섬의 11월 속에

조용히 흘러간다


단풍들 사이로 하아얀 연기 한 줄

초가지붕을 뚫고 오르니

가마솥 찐빵 내음 남이섬을 채우고


거리거리에 선 눈사람들은

이른 겨울을 재촉하 듯

그 자태 뽐내 보는데


반가이 만난 가을은

뭐가 그리 바쁜지

벌써 이별 인사를 하려 하네


짧고도 화려한 계절

그런 너이기에

더욱 반갑고 또 그리운 게지


늦가을 노을인가 초겨울 새벽인가

매서워진 바람은 멈춰 선 가을에게

쓸쓸함으로 스며든다


찬란한 단풍 빛과 따사로운 햇살

차가운 바람과 낙엽이 공존하는

가을이 멈춰 선 어느 날


너도 나도 우리도

이 가을에 멈춰진 채

아름답지만 쓸쓸한 추억을 가득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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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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