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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ikim Dec 04. 2024

시가 있는 곳, 마음이 머무는 곳

우리의 바다


우리의 바다

                                                      유니


새벽 두 시

우린 일출을 보기 위해

긴 고속도로를

달린다


모두가 잠든 시간

온통 고요한 세상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이란


미안함과 두려움과

냉철함과 설레임이

함께

밀려온다


고요함을 우리가

깨트리는 것 같아

고요한 세상에게

미안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을

뚫고 달려야기에

두렵고


온 신경을 깨워

이 시간에

집중해야 하기에

냉철해지고


달리면 달릴수록

바다에 가까워지고

또 동이 틀 것이기에

희망에 설레인다


이 세상에

덩그러니 우리만 있는듯한

이 순간들을

우리는 애정한다


우리는 차 안에서

나즈막한 목소리로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고


반짝이는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우린 잠시

동심에 잠겨 본다


밤새 달려

도착한 정동진

아직은 해가 없어

까만 바다


아직 푸르름은

보이지 않지만

익숙한 바닷바람이

우릴 반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수평선이

붉어지고


눈부신 해님이

쑤욱

아니 수줍은 듯

고개를 내민다


이내 세상은

점점 밝아지고

까맣던 바다는

푸르른 빛을 되찾는다


넓고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느끼고


바람에 실려온

바다 냄새를 맡고

이내 입안으로 들어오는

짭조름한 바다의 맛


그리고

그 사이로

수줍은 듯 비추는

햇살의 눈부심이란


숨죽여

새벽을 달려온 우리는

오감을 열어

온몸으로 바다를 만난다


그러고는

이 바다에 근심일랑 던져두고

해님에게 희망이를

받아 든다


바로 이 맛이지 이 맛

이 순간을 위해

우린 그 새벽을 가르고

이곳에 왔지


오고 가는

자연의 오묘한

흐름의 규칙 속에서

우린


오늘도

몸과 마음에

힐링이라는

큰 선물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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