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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ikim Dec 13. 2024

세상을 향해 말을 걸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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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 취직한 도식은 늘 제일 먼저 출근을 합니다. 그리고 제일 늦게 퇴근을 합니다.

성실하게 열심히 일도 합니다. 도화도 윤석도 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방황하던 도식이 마음을 잡은 거 같아 흐뭇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구십니꺼?"

"당신들 뭡니까?"

"무슨 일도 때로 몰려온 거요?"

"최도식~ 최도식~"

"아... 아니... 왜 이러십니까? 꼬박꼬박 이자도 내고 돈도 까 나가고 있는데 무... 무슨 일입니까?"

"당신이 보증 선 채무자가 야반도주를 했어. 그래서 당신이 그 빚을 갚아야겠는데 당신이 빌려간 돈도 있으니 당장 9000원을 갚아야겠어. 금액이 너무 커서 우리도 이젠 자금을 회수해야 것다 이 말씀이웨다."

"무... 무슨 말입니꺼? 내가 빌린 돈은 2000원인데 갑자기 내가 왜 9000원을 갚습니꺼?"

"좋은 말로 해선 안 되겠네. 최도식 잡아~"

떼로 몰려온 사내들과 몸싸움을 하던 도식이 도망을 칩니다. 몇몇은 도식을 잡으러 따라갑니다.

그리고 제일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차분히 말합니다.

"최도식이 도망을 쳤으니 이를 어쩐다. 자~~ 이젠 이 공장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무슨 소리요?"

"최도식... 최도식이..."

"우리 도식인 1000원만 갚으면 될 일인데 여기서 공장 얘기가 왜 나옵니까?"

"아~~ 최도식의 가족분....

몰랐나 보네. 당신 동생이 얼마 전 우리에게 1000원을 또 빌려 갔수...

전에 빌린 돈에 이자까지 있는데 추가로 빌린다기에 담보나 보증을 추가하라 했더니...

고맙게도 여기 철석 엿공장에서 보증을 서 주셨더군.....

그런 이유로 최대식을 보증 선 이 철석 엿공장은 이제 우리가 접수해야겠어."

"거짓말~ 그런 거짓말에 우리가 속을 꺼라 생각하는 거요?"

"아~~ 아~~ 아니지. 거짓말이라니 말로만 돈장사를 하진 않지. 여기~~~문서를 보시오.

이거이 여기 철석 공장의 인장이 아니오?"

"무슨 소리요? 난 그런 인장을 찍은 적이 없소."

"보라구~~이거 자세히 보라구? 당신 공장의 인장이 맞잖소..."

"인장의 주인인 내가 찍은 적이 없는데 이리 주장한다고 당신들의 주장이 받아 줄성싶은가?

당장 내 공장에서 나가시오~"

공장식구들은 사내들을 공장 밖으로 밀어냅니다.

시끄러운 상황에 놀란 동네 사람들과 엿을 받으러 온 엿장수들 그리고 공장 거래처 사람들이 공장 앞에 몰려와서 서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사내들은 주변을 살피고는 난처한 표정으로 쭈뼛대다가 자리를 떠난다.

"자자 다들 자리로 돌아가서 하던 일들 마저 하시게....."

"자네는 나 좀 보게"

도화와 윤석은 윤석의 사무실로 들어간다.

"어찌 된 일인가?"

"아직도 도식이가 도박에서 손을 못 뗀 겐가?"

"나도 몰랐네. 미안하이.... 내 어찌든 자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네."

"자네가 무슨 수로?"

"그게 무슨 말인가? 내가 자네한테 헤라도 끼칠까 봐 그러는가?"

"지금 그런 말이 아니잖아?"

이 상황이 너무 미안한 도과는 윤석에게 맘에도 없는 소릴 하고 만다.

진심이 아닐 거라는 걸 알면서도 윤석은 맘이 상합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도과가 먼저 문을 열고 나갑니다.

시대는 일제 강점기인터라 윤석은 철석 엿공장이 주목받는 것이 걱정이 됩니다.

윤석은 조용히 파출소에 가서 무언가 긴 대화를 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도과야~ 벌써 도식이가 열흘째 보이질 않는데 무신 일이고?

니 얼른 탄광에 가 봐라.

윤석이가 도식이를 거서 찾아왔다 했었다. 이번에도 거 가있나 얼른 가 보 레이"

"어무이~ 도식이 기다리지 마이소. 없는 자슥이다 생각하란 말 입니다."

"이 놈아가 뭐라노? 그게 부모한테 할 소리가?"

"그람 우짭니까? 한 두푼도 아이고... 우짭니까?"

"안 돌아오는 게 안 잡히는 게 낫습니다.... 차라리 안 돌아오는 게 낫다 그 말 입니다."

도과의 모친은 공연히 도과를 나물 하며 울어 댑니다.

도과는 한숨만 깊어집니다.

"형님~"

"니가 또 여긴..."

"형님~ 미안합니더. 근데 우리도 우이할 수가 없습니더."

"무신 말이고?"

"우리 형님이 형님을 모셔 오라고 합니더?"

"저... 형님~

우리 형님은 무서운 사람입니더. 잔인하고 교활한 사람입니더. 우리도 이 조직서 벗어나고 싶은데 방법이 없습니다. 돈을 빌려 도박을 하게 하고 빚과 이자로 우리를 협박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죄를 짓게 만들고 그걸로 또 억압을 합니더."

"무신 말이고?"

"우리 약점을 다 가지고 있다. 그 말입니더...

게다가 돈을 빌린 우리를 서로 연대 보증한 걸로 묶어서 계속 우릴 얽어맵니다.

우쩔 수 없이 형님을 모시러 왔지만서도 걱정이 돼서 말하는 겁니더."

"그라믄 철썩 엿공장은 우에 된 건지 아나?"

"형님이 철석 엿공장을 탐냅니더. 근디 우에 된 건지 잘 안 된 것 같습니디더"

"그라믄 공장은 별일 없는 거가?"

"내가 듣기론 그렇다 들었습니더. 아마 무탈할 겁니더. 얼핏 들은 거라 그 내용은 잘 모릅니더."

"니... 혹시 우리 도식이 어디 있는지 아나?"

"모릅니더. 꽁꽁 숨어가 못 찾았어요. 그래서 형님을 찾는 거 아이겄습니꺼."

도화는 도식의 친구를 따라 길을 나섭니다.


그러고는 또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도과는 곰곰이 생각에 빠져 있습니다.

윤석이 도과에게 다가옵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가?"

"아... 아닐쎄. 그저 멍하니 잇는 게지. 지난번에는 내가 미안했네."

"아닐쎄. 난 괜찮네. 다 잘 해결되었으니 걱정 말게....

도식이에게는 여직 연락이 없는가?"

"면목이 없어서 목 돌아오는 게지...."

"저..... 미안하지만 우리 현민이 좀 이틀만 맡아 줄 수 있겠는가?"

"왜? 무슨 일 있나?"

"상갓집에 좀 다녀와야 하는데 거리가 있어서 아이를 데려가기가 좀 힘들 거 같아 그러네."

"아무 걱정 말고 집에 데려다 놓게....

춘식이가 좋아하겠구먼...."

"고맙네."

둘은 그렇게 서로의 서운한 맘을 풀었습니다.


한편 영이와 순이는 베를 짜고 있습니다.

"언니야~얘기 들었나?"

"응? 요 아랫마을에 전염병이 돌았다더라....

주로 아이들한테 걸리는데 걸렸다 하면 열이 높고 멀질 못하고 기침이 심해 아가 나무토막처럼 마르는 병 이래?"

"뭐라카노? 홍역이나 마마 도는 거 아이가?"

"홍역이랑 마마랑은 또 좀 다르다던데? 아그들 단단히 챙겨라. 별이랑 춘식이도 아팠다 하면 열이 무섭게 오른다 카이~~"

"알았다. 조심해야 겄네."

"계십니꺼? 춘식아~"

"아고 현민 어머니 아닙니까?"

"우인일입니꺼?"

"우리 현민 아버지가 아 여다 델다 놓으라 하던데요."

"무신 일 있습니꺼?

"멀리 상갓집엘 다녀와야 해서요. 현민 아버지랑 춘식 아버지랑 얘기되어 있다 하던데요?"

"아직 암 소리 못 들었습니더. 현민이 여다 두고 댕겨 오이소. 잘 델구 있을게요."

"언니..."

"괘안타...남도 아이고.....

춘식이가 좋아 하겠네.... 현민아 니도 좋제?"

현민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현민이 형~~~"

"춘식아~~~"

춘식과 현민이는 반가워하며 신이 났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어머니가 갑자기 왜?"

"초상집에 갔다가 돌아오시는 길에 쓰러지셨다는데 그대로......"

"도과 이 사람 우짜라고 이리 안 좋은 일이 겹으로 온단 말인가?"

윤석은 그의 친구들과 도화의 집으로 갔습니다.

야위어지고 넋이 나간 듯한 도과는 며칠 사이에 딴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윤석과 친구들은 삼일 내내 도화의 집에 머물렀습니다.

그렇게 도과는 몇 달 사이에 아들도 어머니도 잃고 경제적으로도 몹시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현민아~ 니 왜 이리 말랐노?"

영이가 걱정스런 눈으로 현민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왜? 처음 올 때보다 지금은 살이 좀 오르고 이쁜데.... 뭐."

"그니까 아가 너무 마르고 검다 아이가..."

"체질인 게지^^

현민아~ 현민이 무슨 반찬 먹고 싶니?"

"전.... 아무거나 잘 먹어요."

"아구... 이젠 대답도 하네!!!"

"얘는~~ 현민이가 얼마나 말도 잘하고 잘 웃는데~"

처음엔 어둡고 말이 없던 현민이가 일주일 만에 많이 밝아졌습니다.

"현민이 형이 별이랑도 장 놀아 줬어요."

"그랬구나!! 우리 현민이는 착한 오빠구나?!!"

"현민아~~"

밖에서 현민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현민이 어머니 오셨어요?"

"예."

"그간 고생이 많으셨지요?

얼마나 맘고생이 크셨습니꺼."

현민이 어머니는 그만 울고 맙니다.

잠시 후 현민이가 방에서 나옵니다.

현민이는 엄마를 보고도 반가워하질 않습니다.

아마도 현민이는 이곳이 맘에 들었나 봅니다.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현민입니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별말씀을요....

현민이가 너무 착해서 우리도 좋았는걸요.

우리 아이들과도 잘 지냈구요....

이거.... 현민이가 좋아하던 걸요,

유과 조금 만들어 봤어요. 현민이 주셔요."

"고맙습니다. 늘 신세만 지내요."

"신세라니요?!! 별말씀을요....."

현민이는 말없이 어머니 손을 잡고 집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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