텁텁한 회사생활
그렇게 사회의 냉혹함을 겪게 된 나는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퇴사를 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찾은 곳은 미국과 가장 가까운 멕시칼리에 뜬금없이 생산관리직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계획 없이 갑작스럽게 퇴사를 하다 보니 안 그래도 스트레스지수가 높은 마당에 불안감까지 더해져 정말 걸리는 곳 아무 데나 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도 나에게 맞는 혹은 희망 직무 쪽으로 가야 했었지 않았나 싶긴 한데 다시 돌아갔어도 빨리 자리가 나는 곳에 갔을 것 같다. 취업하려고 해외까지 왔는데 오랜 기간 무직인 것도 이상하니까
그렇게 가게 된 멕시칼리는 정~말 더웠다. 기억에 6월에 갔었는데 벌써 한여름 느낌의 더위였으니 말이다.
미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딱 9월까지 있다가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그 시기가 멕시칼리에서 가장 더운 시기여서 멕시칼리에 사는 내 친구는 내가 멕시칼리의 힘든 계절만 겪다 갔다고 많이 아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7~8월에는 평균 기온이 48~52도 정도를 유지하다 보니 정말 극한의 환경이어서 밖에 나가기가 두려울 정도였기 때문이다.
회사 이야기를 해보자면 생산 팀장님 바로 밑이 나였는데, 생산 팀장님이 그동안 혼자 모든 일의 총괄을 맡다 보니 당연히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건지, 신입을 위한 설명을 하나도 해주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나에게 일을 맡겼었다. 팀장님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간단한 일이었지만 생산에 대한 기초지식도 없는 나에게는 정말 막막한 일이었고 맡은 일과 관련하여 어디서 정보를 얻는지 각 용어의 의미는 어떻게 되는지 등등을 문의하였으나 명쾌한 답변을 얻지 못한 채로 일을 해야 했다.
결국 같은 부서인 현지인 직원에게 물어 물어 겨우 일을 해내었었다. 하지만 답답했던 것은 그 현지인 직원들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눈치껏 알게 된 정보라 이 데이터가 정확한 사실인지 본인들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번 팀장님의 의견이 바뀌는 것도 계속 일을 헤매게 되는 데에 한몫을 했는데, 예를 들면 A 방법을 통하여 데이터를 추출하라고 하여 그렇게 했더니 다음날에는 왜 B 방법으로 하지 않았나라고 화를 내는 식이다. 심지어 B 방법은 전날 우리가 사용한 방법인데도 말이다.
이런 식의 답답함이 반복되고 주변에서도 아무것도 안 알려주면서 일을 하라 그러는 게 너무한다. 말이 안 된다 라는 반응이 보이자. 나는 '내가 잘못된 게 아니구나', '이 상황이 이상한 게 확실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솔직히 또 퇴사를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선 듯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직 경력도 없는데 퇴사를 너무 자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여기 사람들이 너무 친절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상처를 현지인 친구들과 직원들이 많이 도와주고 위로해 줬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을 언제 만날지도 모르고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회사에서는 한국인 직원기숙사가 있어서 타 부서 대리님과 함께 지내었는데 그 대리님도 나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고 주말에 심심하지 않게 대리님 모임에 가서 같이 놀고 가끔 미국 가서 장을 보기도 했다. 이렇게 멕시코에 와서 처음 맞는 따뜻함이라 그런지 일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버텨볼 만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던 와중
생산팀장님이 날 부르더니 나와 함께 일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계약 해지 통보를 했다. 수습 3개월이 막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설명해 주지 않았고 다들 추측하기로는 내가 본인과 지내기보다는 현지인 직원들과 지내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 분명히 내 의견을 피력하다 보니 그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계약 해지 통보를 한 것 같다고 하였다. 다른 가설로는 매년마다 본사에서 멕시코법인에 할당하는 생산부서 금액이 있는데 일정기간 생산 직원을 고용하지 않으니 그 금액을 삭감하려 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단 나를 고용하고 본사에 보고를 마쳤으니 비용 절감을 위해 나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견도 나왔었다.
그럼에도 다들 의아해하던 이유는 이전에도 나와 같은 포지션의 한국인 직원이 왕왕 있었고 그들은 스페인어도 전혀 못했으며 일도 거의 안 하여 생산 팀장님이 진짜 모든 일을 다 하였지만 잘리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상황이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그렇게 일방적인 계약 해지통보를 받고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와 정말 멕시코 취업은 내 길이 아닌 걸까?' 혹은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서 국내취업을 하는 게 더 나을까'라는 생각도 들 정도로 심각하게 내 향후 거취에 대해 고민해 보았었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도전해 보자는 것이었고 그렇게 멕시칼리에서 다시 멕시코시티로 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