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법체류자가 되는 걸까?

2부 어쩌다 거절당한 비자인터뷰

by 미소나

2. 과테말라에서의 비자 인터뷰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가방에 서류와 폰 여권 등 필요한 것들을 챙기고 대사관 근처에 도착할 때 즈음 벌써 줄이 대사관 뒤까지 늘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인터뷰 약속시간까지 입장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택시에 내리자마자 바로 줄을 섰다.

조마조마하며 기다리고 있을 때 내 앞의 사람들이 본인들의 경우 이미 인터뷰 시간이 지났으나 대사관에서 입장하라는 안내가 없었고 안내를 기다리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안심하며 대기할 수 있었다.


드디어 나의 차례가 되어 입장하려 할 때, 대사관 입구에서 경비원이 본인 서류 및 여권 외에는 아무것도 반입할 수 없다고 하였고 그럼 경비원이 대신 맡아줄 수는 없냐고 묻자 밖에 기다리는 사람에게 내 짐들을 맡기라는 답변이 돌아왔었다. 당연히 나 혼자 왔기 때문에 어디 놔둘 데도 없어 굉장히 난처했고 인터뷰시간은 다가오는데 폰을 포함한 짐을 대사관 밖에 던져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당황스러웠다. 그때 비자인터뷰를 앞둔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이 선 듯 내짐도 맡아 주겠다고 하여 모르는 사람이지만 다른 방법이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짐을 맡기고 대사관에 입장하게 되었다.


대사관 밖에서도 줄을 서서 대기하였지만 내부에 입장하여서도 줄 서기는 계속되었다. 마침내 내 차례가 되어 준비한 서류를 직원에게 제출하였고 그 직원은 내 서류를 살펴보더니 과테말라 입국 도장을 찍은 여권복사본이 빠졌다며 그 서류를 갖고 다시 돌아오라고 하였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과테말라에서 이렇게 갑자기 서류를 다시 뽑은 후 돌아오라니, 어디서 뽑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답답한 상황에서 황당하기 그지없는 요청이었고 인사부서에서 일언반구도 없었던 상황이 일어나니 배신감과 함께 너무 막막했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려면 해당서류를 어떻게든 구해야 했기에 일단 대사관 밖으로 나오니 앞에서 내짐 들을 맡고 있던 사람이 무슨 일이냐 물어봤고, 내상황을 서툰 스페인어로 설명하니 바로 이해하여 가까운 곳에 복사집이 있다며 친절히 나를 도와주었다. 정말 3분 거리에 미용실(이지만 복사도 하는)이 있었고 작은 팻말에 복사집이라고 적혀있었다. 그곳으로 가서 미용실주인에게 여권 스캔을 요청하니 익숙하다는 듯 바로 복사하여 돈을 받고 건네주었고 나는 도와준 아저씨에게 감사를 표하며 대사관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 입장하였을 때 처음부터 다시 긴 줄을 기다려야 하나 하고 걱정하였으나 다행히 나처럼 누락서류(?)로인해 다시 줄을 서야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짧은 대기시간 후에 서류 확인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후에 비자 인터뷰차례를 기다렸는데 비자인터뷰 대기 시간도 생각보다 길었었다.


대기하며 같이 차례를 기다리던 쿠바사람과도 대화를 했는데, 그 사람도 나와 같이 짐을 많이 챙겨 같은 사람에게 짐을 맡겼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자리는 지켜줄 테니 혹시 그 사람이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지 확인해 줄 수 있겠냐고 하였고 마침 나도 걱정이 되던 터라 잠깐 나와 확인을 해보니 다행히 짐을 들고 도망가진 않았고 나를 보며 걱정하지 말라며 아내의 인터뷰가 끝나더라도 내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겠다는 답변까지 받았다.


안심하고 다시 돌아와 쿠바인에게도 아직 기다리고 있으며 걱정 말라고 전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내 차례가 되어 비자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은행창구 같은 느낌으로 해당 창구에 들어가서 인터뷰를 하였는데 담당 직원의 첫인상은 인터뷰 시작부터 표정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불친절함이 느껴졌고 빠른 말의 속도로 인해 다시 말해달라고 요청하여도 딱딱하고 단답으로 말을 하였다.

비자 인터뷰가 처음이었던 나는 익숙하지 않은 장소, 상황에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알던 스페인어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영어로 말을 하게 되었는데, 면접관의 표정이 더욱 안 좋아지며 '스페인어로 말해'라는 단호한 답변을 들었다.


흐지부지 인터뷰를 끝내고 기다리라 하더니 오랜 대기시간 끝에 돌아온 결과는 인터뷰 불합격 통보였다. 당시 공공기관이다 보니 나에게 직접적으로 인터뷰 최종결과 불합격이다.라고 설명하지 않고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간접적으로 그것도 익숙지 않은 외국어로 나에게 전달하였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럼 몇 시간 더 대기하라는 건가?' 아니면 '내일 다시 와서 인터뷰를 보러 오라는 뜻인가?'라는 생각이 들며 많이 혼란스러웠다.


계속 내가 잘 못 알아듣는 것 같자 그때 내 짐을 맡고 기다려 주었던 남미 부부가 쉬운 스페인어로 이번 인터뷰에서는 떨어졌으니 다시 멕시코로 돌아가서 인터뷰 재신청을 해라는 뜻이다라고 설명한 후에야 겨우 내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고 즉시 회사 인사직원에게 연락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 문의하자 인사담당자는 오히려 나에게 윽박지르며 뭘 했길래 거절당하냐, 이때까지 인터뷰를 거절당한 사람은 없었다.라고 오히려 나를 나무랐다. 내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냐 되묻자, 오히려 뭘 어떻게 할 거냐 반문하며 지금 거기서 할 수 있는 건 없으니 다시 멕시티로 돌아오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는 마무리되었다.


비자 인터뷰를 거절당한 것부터가 당황스러운데, 더 당혹스러웠던 부분은 대사관 직원의 불친절한 태도와 회사 인사담당자의 감정적인 태도였던 것 같다. 대사관에서 서류누락을 확인했을 때도 그렇고, 비자 인터뷰당시에도, 마지막으로 대사관 직원에게 인사담당자의 빠른 상황 파악을 위해 직접 전화를 통한 상황설명을 요청했을 때에도, 누가 봐도 외국인임이 분명한 나였지만 추가 설명 혹은 최소한의 도움도 전혀 주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멘털붕괴가 왔었다.


현실감각이 없는 상태로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돌아가면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숙소에 도착을 하고 나서도 너무 큰 충격이다 보니 머리가 멍하고 아무것도 못한 채로 바로 잠에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밤이 되니 조금씩 비자 인터뷰를 다시 봐야 한다는 사실과 이 모든 복잡한 과정을 나 혼자 진행해야 하는 것에 대한 막막함이 쏟아져 펑펑 울었었다. 한국에 있는 아빠에게도 전화하여 울면서 비자 거절당했다고 말하고 하숙집 주인에게도 비자 거절당했다는 소식을 메시지로 전했었다.


절망적이었고 온갖 생각이 들었으며 '취업도 쉽지 않았는데 비자까지 거절당하다니.. 이대로 불법체류자가 되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라는 생각에 많이 무서웠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다니던 회사의 경우 무비자면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없다 보니 월급도 받을 수 없었고 당연히 급여를 받는다는 증명이 되지 않으니 집계약도 할 수 없었으며, 내가 맡을 자리가 경력직의 자리다 보니 회사 적응도 쉽지 않았던 상황이라 이미 다방면으로 힘들었는데 비자까지 거절당하니 꾸역꾸역 붙잡고 있던 멘털이 한순간에 무너졌었다.


비록 비자는 거절당했지만 대사관에서 같은 인터뷰 예정자들에게 도움도 많이 받고 멕시코로 돌아가는 비행에서도 노부부의 도움을 받아 문제없이 탑승하고 많은 얘기를 나누며 무너졌던 마음을 조금 회복했던 것 같다. 그렇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멕시코에 도착했지만..


그때 당시에는 몰랐다, 그때부터 취업비자를 받기까지 1년이 걸릴 거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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