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회사의 분위기

추구미는 단체주의

by 미소나

그렇게 입사하여 새로운 환경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당연히 내가 원래 갈 예정이었던 부서도 아니고 관련 인수인계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한동안 우왕좌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갔다. 하지만 담당 사수에게 받은 참고 자료나 사수들의 보조를 하며 차츰차츰 적응을 하게 되었고 업무는 보조를 하며 파악을 해가는 과정이었으나 문제는 업무가 아니었다.


문제는 회사 내의 한국인 간의 친목 다지기였다.

평소 나는 회사 내에서의 친목은 일을 하며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회사는 주중은 물론 주말에도 회사 직원들과 함께 하는 것을 지향하는 친목 친화적 회사였다.


내향형 인간으로서 이러한 분위기는 정말 적응하기 쉽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주중에 일을 했다면 주말은 꼭 혼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이 필요한 사람으로서

주말까지 시간을 내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주말까지 사내 직원들과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회사사람들에게는 좋게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자주 과장님이나 회사 대표님에게 업무에 소극적이며 수동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대표면담도 꽤 자주 했었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서 내 직속 사수들은 많은 의문을 표했었지만 대표가 그렇다는데 어쩌랴, 개인적으로는 일개 수습 직원의 업무문제도 아닌 외적인 문제로 대표와의 면담을 이렇게 자주 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면담 주제는 동일했다. 밥 먹는데도 혼자 먹고 친해지려고 신입이 주말에도 노력해야지 왜 이렇게 소극적인가? 하지만 그에 대한 나의 변론은 항상 존재했다. 밥의 경우 혼자 먹는 직원은 이미 파다했고 주말의 경우 모든 직원이 친목을 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서 회사의 인종구성(?)을 말해보자면 20%가 한국인 80%가 현지인(멕시코인)이다.

그리고 멕시코인들은 아주 자유롭게 워라밸을 지키며 근무하고 있었다. 정시출퇴근, 점심시간은 자율적으로 밖에 나가 사 먹어도 되고 도시락을 싸와도 되고 같이 먹어도 되고 혼자 먹어도 되고, 주말의 경우도 일이 있다면 근무를 자율적으로 하고 일이 없다면 개인시간인 것이다.


이 지점에서 내가 깨달은 생각은 이 회사의 한국인 직원들은 대표도 포함하여 한국인들은 한국인들끼리만 친하게 지내고 생활하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나의 경우 한국인보다 친한 현지인 직원이 많았는데 그 부분이 한국인 입장에서 불만이었던 것 같고, 말로는 회식은 자율이다 음주 여부도 자유다라고 말하며 굉장히 쿨하고 강요하지 않는 척을 했지만 그 이후의 행동은 전혀 쿨하지도 존중하지도 않는 모습을 많이 보여 정말 앞뒤가 다른 사람들이고 뭘 말하든 항상 그 뒤에 숨겨진 뜻을 알아내야 한다는 점이 너무 힘들었다.


예를 들면 'OO 씨는 너무 수동적인 것 같아요'는 주말에 재택근무하지 말고 회사에 나와서 일하라는 뜻이고

'OO 씨는 뭔가 사람을 대할 때 적극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는 주말에도 사수를 불러 함께 장을 보거나 밥을 먹으라는 뜻이다. 사회초년생의 입장에서 본의도를 파악하기 힘들었고 그 이후에도 대표의 경우 잠깐 커피타임을 가질 때 당시 나는 수습이 끝나고 일이 익숙해져 가는 시점이었는데 그때 들어온 지 일주일도 안된 신입을 예시로 들며 'OO사원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길래 새로 온 △△씨와 이렇게 다르지?'라고 말하며 △△씨를 보고 배우라는 식의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한 번은 공휴일에 단체 회식을 진행한 적도 있는데 그때 긴급외근이 잡혀 회사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외근을 간 적이 있었다. 그 이후에 남아있던 친한 직원이 뒷이야기를 해주었는데 한 직원이 '하 진짜 예의 없다 신입이 회사 회식이 있으면 아무리 외근이 있어도 안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는 말에 아무도 반기를 안 들었다고 한다. 아니 긴급 외근인데 어떻게 무시하고 회식을 이어갈 수 있단 말인가? 거기에 침묵으로 동조를 한 모든 직원들의 의도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렇게 회사의 업무보다 한국인 직원들 간의 친목다지기가 0순위이다 보니 업무관련해서도 지장이 가는 경우가 있었고 나에게 대표 면담이나 업무지원 방해 등 여러 퇴사 압박을 놓다 보니 더 이상은 뭘 더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들어 퇴사를 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 바로 이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마무리되었으면 좋았겠다만, 그 이후 들은 이야기로는 다들 나를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환승이직한 배신자로 몰아갔다고 한다. 이직이 배신자까지 될 일인가? 싶긴 하지만 내가 배신감을 느낀 이유는 따로 있었다. 같이 팀으로 움직인 사수들에게 내가 분명히 내 퇴사 사유는 환승 이직이 아니라 업무 적성 불일치문제로 퇴사를 하며 그 이후에 좋은 자리가 나서 이동을 한다고 언급을 하며 송별회까지 했는데 그 당시 회식에서는 아무도 그 부분을 언급하지 않고 심지어 그 사수 중 한 사람은 내가 환승이직한 배신자라는 의견을 오히려 주도했다고 한다.


이런 게 회사생활이라면 앞으로의 인생에서의 직장생활에 자신이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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