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출근, 그리고..

어쩌면 그리울 회사 생활

by 나스

드디어’ 마지막 출근을 했다. 휴직을 선언하고 두 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한 줄 요약하자면, 생각보다 별 감흥이 없다.


휴직을 선언하고, 초반에 빠르게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선배님들과 커피타임을 가졌다. 대부분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했다.



“제가 들었는데요”

“무엇을요?”

“휴직..하신다면서요?”



그렇게 한 분, 한 분과 커피를 마시면서 휴직에 관한 얘기를 나눴었다. 아무래도 회사인지라 모두에게 온전히 솔직하지는 못했고, 대략적으로 포장하거나 얼버무린 부분도 많다.


그러고 두 달이 흐르면서 나도, 주변도 자연스럽게 무덤덤해졌다. 솔직히 ‘쟤는 언제 휴직하는거지’라고 생각한 분들도 있지 않았을까? 일단 나는 ‘나 언제 휴직하는거지’라는 생각을 참 많이도 했다. 뭐랄까, 모든 게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휴직이 시작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그 와중에 다른 파트에서 새로운 분이 인수인계를 받기 위해 오셨다. 연차가 꽤 높으신 분이셨는데, 성격도 좋으시고 일적으로나 태도적으로나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었다.

우선,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시는 게 눈에 보였다. 이 일을 재미있어 하시고, 열정적으로 임하시는 분. 그래서 많은 지식을 갖고 계신데, 한참 후배인 나에게도 겸손하게 배우려는 자세로 대해 주셨다.

인수인계의 주체는 나였지만, 오히려 함께 일하는 기간 동안 내가 더 많이 배웠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했더랬지.


이 분과 처음부터 함께 일했다면, 내가 이 일을 재밌다고 느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휴직을 준비하면서 이런 가정을 해보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물론, 휴직을 하지 않았다면 이 분과 함께 일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평소엔 사람이 부족하다 아무리 말해도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넘기기 일쑤고, 빈 자리가 생겨야만 겨우 인력 이동이 이뤄지는 게 회사라는 조직의 이치이니까.

떠나보리라 마음먹은 덕에, 이 일이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비로소 보게 되었다. 참 웃기지, 끝을 마음먹고 나서야 시작이 보이다니.


그렇게 인수인계를 진행하고, 휴직을 위한 절차적 준비와 심적 준비를 하다 보니 두 달이라는 시간은 빠르게, 하지만 동시에 느리게 흘러갔다. 요동치던 감정도 그 지리한 기간동안 조금은 안정을 찾은 것 같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든, 다른 업을 선택해서 회사를 갔다고 해도, 나는 결국 언젠가는 해외에서 살아보겠노라 선언을 하고 그걸 행동으로 옮겼을 것 같다는 묘한 확신이 생길 때도 있었다.


마지막 출근을 하며 내 머릿속에는 그저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출근하기 싫다.’


음, 마지막까지도. 정확히는 ‘올해’ 마지막이긴 하지만. 아, 물론 연쇄적으로 ‘빨리 퇴근하고 싶다. 피곤하다.’라는 생각도 하긴 했다. 불안하고 허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했다. 휴직을 선언한 후 약 두 달 간 출퇴근을 하며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를 충분히 겪고 나니, 이제는 조금 무뎌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마지막 출근이라며 다가와서 인사해주고, 잘 다녀오라며 응원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

특히, 오후 일정으로 인해 오전 금식을 해야 했는데, 뭐라도 사주겠다며 조각 케이크를 포장해주고, 병음료를 사 준 그 소중하고 따뜻한 마음들은 그리울 것 같다.


퇴사가 아니라 그런가, 어쩐지 섭섭함 보다는 후련함이 조금 더 크다.

‘왠지.. 졸업한 것 같다.’

이른 퇴근을 하고 오후 일정 전에 소파에 널부러져 있으며 생각했다.


메신저로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마음껏 방황해 보면서 많이 배우고 올게.’라고 했는데, 솔직히 방황보다는 탐색에 가까울 것 같다. 자기 탐색. 나는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고 싫어하며, 뭘 하면 재밌는지. 이제 좀 알아봐야지. 더 늦기 전에.



그간 정말 많이 들은 노래 한 곡을 공유하며 이번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에스파 - prologue’


삶이란 미로, 때론 헤매도

그 자체로 소중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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