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해보기로 했습니다.(2)

월 400 대기업을 나오며

by 나스

왜 이렇게 살고 있지?


내 머릿속을 가득 메운 질문이었다.

어느 순간 내 삶이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게 진짜 '내' 삶이 맞나?

전형적인 한국인의 삶을 그냥 살고 있는 것 아닌가?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진짜로 내가 원해서 선택한 건 무엇이었지?

그런 게 있기는 했나?

사회의 시선이 무서워서. 부모님의 반대가 무서워서.

내가 살아가는 삶은 도피에 가깝지 않았던가.

가장 안전한 길을 찾아서, 이 길이 맞는 지를 반문할 필요가 없는 그 길 위를 그저 걷고 있지 않았던가.

이런 삶에 도대체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어느 순간 무얼해도 재밌지가 않고, 기대가 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래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설레고, 재밌었는데.

이제는 그 좋아하던 여행조차 설레지가 않았다.

당장의 내일이 설레지 않는데 미래를 긍정적으로 그리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게 내가 원하는 삶이 맞나?

솔직히, 모르겠다.


온전히 직면하고 부딪혀서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결정해 본 경험이 적다보니 내 삶에서 내가 중점을 두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겠는 지경이 된 것이다.

모든 게 불확실했지만 그것 하나는 확실했다.



이건 아니다.



방향을 정하지 않고 그저 나아가기만 하는 것은 정말 문제다.

멀리갈수록 다른 길로 경로를 수정하기 어려워지는 법이니까.


휴직 후의 단촐한 계획은 호주로 워홀을 가는 것이다.

말이 워홀이지 해외에서 생활하는 경험을 하고 싶다.

대학생 시절 어학연수가 가고 싶어서 준비를 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가지 못했던 것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었다.

또한, 나에게는 정말 온전한 혼자가 되어 볼 시간이 필요했다.

한국에서는 그게 힘들 것이라는 게 나의 판단이었다.


해외에서 지낼 생각을 했더니 정말 오랜만에 설레고, 기대가 되었다.

미래를 그리면서 기대가 된다는 감각을 정말 오랜만에 느끼니 벅찼다.


그렇게 나는 휴직을 결정하고 호주행을 준비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대화의 일부를 남기려 한다.

휴직을 정하고 많은 선배님들과 커피타임을 가지며 휴직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반대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다들 공감을 해주셨고 응원을 해주셨다.

그 중 한 분과의 대화에서의 한 부분이다.



선배님 - "결정을 내린 게 되게 용감한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는데, 이해득실을 따져보니 그런 결정을 못내리겠더라고요."

나 - "이 일에 대한 확신이 없고, 하고 싶은 게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지 않으니까 이도저도 아니게 사는 것 같았어요."

선배님 - "이도저도 아닌 게 최악이죠."


단어 선택이 조금 극단적이어서 뇌리에 남았다.

그런데 정말 공감한다. 나도 우유부단하게 이도저도 아니게 살아가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서 빠르게 결정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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