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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여행] 황금사원 탓 루앙에서 만난 사람들

Sabaidee!

by viajera 비아헤라

비엔티안 역에 도착해서 인드라이브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탓 루앙 황금사원에 도착했을 때는 다섯 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이미 운영시간이 종료되었으니 내부 입장은 안 되겠거니 싶어 바깥에서 멀찍이 서서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황금탑을 바라보았다.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도 뾰족이 솟은 탑 상단부가 보일 만큼 워낙 크기가 커서 외부에서도 잘 보였지만, 담에 가려지지 않은 온전한 모습을 가까이서 보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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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을 따라 조금 더 걷다 보니 살포시 모로 누운 황금불상이 보였다. 크기가 워낙 거대하여 가까이에서는 광각 기능이 없는 필름카메라로는 도저히 머리부터 발끝까지 잡히지 않았다. 부처님을 한 컷에 담아내기 위해 카메라 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고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났다. 적당한 거리에서 멈춰 서서 집중하여 숨을 참고 셔터를 눌렀다. 그와 동시에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하고 터지는 것처럼 주위에서 '와하하', '깔깔깔깔'하는 우레와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혼자 영문을 모르고 주위를 둘러보니 옆에 있던 감자씨와 불상 앞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쉬고 있던 동네주민들에게서 나오는 웃음소리였다. 이유인즉슨 비엔티안 아주머니들이 내가 그녀들을 모델로 사진을 찍는 줄 알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브이하고 포즈를 취했는데,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나는 계속 뒷걸음질만 치다가 돌아누운 부처님만 냅다 찍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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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상황을 알아챈 아주머니가 불상을 가리키며 아마 "저 사람, 우리가 아니라 저 불상을 찍고 있었던 거야."라고 말했을 것이고, 이에 다 같이 웃음을 터뜨린 것 같다. 처음부터 이 상황을 지켜보던 감자씨도 함께 웃음이 터진 것이었다. 그제야 알게 된 나도 순수하게 웃음 짓는 그녀들을 바라보며 함께 웃다가 이번에는 진짜 그녀들을 피사체로 담아 셔터를 꾹 눌렀다. 내친김에 가까이 다가가 사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냐고 여쭤보니 손가락으로 저기 멀리 열려있는 문을 가리키며 출입할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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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검은 안개처럼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사원 내부로 들어가니 황금으로 휘황찬란하게 빛났다. 루앙프라방과는 또 느낌이 사뭇 달랐다. 루앙프라방의 사원은 고요하고 정적이며 고풍스러운 느낌으로 MBTI로 따지면 소문자 i의 느낌이라면, 비엔티안의 사원은 화려하고 활기찬 대문자 E 느낌이었다. 불상과 장식들이 굉장히 화려하고 큼직큼직하니 웅장했지만, 장식의 세공과 조각상의 포즈는 또 익살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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탓 루앙을 지나 공원처럼 넓은 곳으로 가니 중앙에는 란쌍왕국 왕의 동상이 있고 그 주위를 주민들이 밤산책을 하기도 하고, 배드민턴을 치거나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라오스에서 사원은 단순히 종교시설이 아니라 일상과 맞닿아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어느새 으스름한 기색도 사라지고 온전히 어둠이 내려앉았고, 달빛 아래 빛나는 탓 루앙의 야경까지 눈에 담고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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