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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여행] 비엔티안, 너는 밤에 더 예뻐

Sabaidee!

by viajera 비아헤라


다시 인드라이브를 불러 빠뚜싸이 독립기념문으로 이동했다. 빠뚜싸이는 제2차 세계대전과 프랑스 독립전쟁으로 인해 사망한 라오스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기념물로 비엔티안의 대로 한가운데 우뚝 서 있었다. 웅장하고 당당한 모양새가 마치 이 관문을 지나야 진짜 라오스가 펼쳐진다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프랑스 개선문을 모티브로 했지만 라오스의 전통양식이 가미되었고 내부는 화려한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빠뚜싸이를 둘러싼 도로 건너편에는 관공서들이 밀집되어 있고, 기념문 주위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비엔티안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저녁 산책을 하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나와 자전거를 타는 가족도 보이고, 연인들은 분수대 앞 벤치에 앉아 데이트를 즐겼다. 여행자들은 기념문 뒤 돌기단에 걸터앉아 비엔티안의 야경을 바라보며 고단한 여정에 쉼표를 찍고 있었다. 우리도 비어있는 반대편 돌기단에 걸터앉아 비엔티안의 빛나는 밤을 바라보며 라오스의 마지막 밤하늘에 반점을 꾹 눌러 찍어 보았다.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인드라이브를 다시 부르려고 했는데, 우리가 여행하던 기간이 마침 아세안 정상회의가 개최됐던 때라서 각국 정상이 지나가는지 도로를 통제하고 있었다. 차가 다니는 길까지 걸어가다가 보니 태극기를 단 차량이 지나갔다. 기념문 근처 도로에는 군인인지 경찰인지 모를 제복 입은 분들이 일정 거리마다 한 명씩 배치되어 있었다. 그들이 없는 곳까지 내려가서 인드라이브를 불러 시내로 갔다.



시내를 온 이유는 비엔티안의 유명한 맛집 도가니 국수를 맛보기 위해서였다. 인드라이브에서 내리니 야시장이 어지럽게 펼쳐있었다. 게다가 인파도 넘실거려서 잘 찾아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간판에 큼직하게 한국말로 '도가니 국수'라고 적혀 있어서 금방 눈에 들어왔다. 가게는 손님으로 이미 꽉 차 있었고 손님 중 대부분은 거의 한국 사람 같았다. 주문을 하고 바깥 벽에 있는 세면대에서 손을 씻으려는데 도마뱀 서너 마리가 갑자기 안내판 뒤에서 까꿍하고 나타나는 바람에 순간 놀라서 뒤로 주춤했다. 갑자기 나타나 물을 튼 인간 때문에 자기들이 더 놀랐던 건지 이내 불이 나게 꼬랑지를 빼고 사라졌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혹여나 다시 나타날까 두리번두리번 한껏 경계하며 후딱 손을 씻고 자리로 돌아갔다.



도가니국수 소자를 주문하고 기다리니 금방 국수가 나왔다. 도가니국수는 국물이 깔끔하고 맛이 곰탕과 비슷해서 우리 입에 잘 맞았다. 고기도 쫄깃하고 질기지 않아 맛있었다. 소자를 시켰는데도 양이 많아서 '원래 양이 많겠거니' 하고 먹으면서 '대자는 얼마나 크다는 거야?'싶었는데 계산할 때 대자 가격을 받았다. 음식이 잘못 나온 걸 그때서야 알았지만 맛있게 잘 먹었으니 그냥 별말 없이 값을 치렀다.



국수를 먹는 내내 순둥순둥한 하얀 강아지와 사람을 좋아하는 미묘 개냥이가 주위를 맴돌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치즈냥이는 테이블 아래를 누비고 다니며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가히 고양이계에 장원영이라고 할만했다. 우리 테이블에 왔을 때 냥냥이와 눈 맞춤을 하는 바람에 심쿵해서 홀린 듯 도가니 고기를 건져줄 뻔했지만, 함부로 음식을 줄 순 없어 이내 정신을 차렸다.



식사를 마치고 도가니국수 가게 맞은편에 있는 서점을 구경했다. 라오스 여행, 라오스의 역사와 관련된 로컬 서적과 라오스를 찾은 여행자가 떠나기 전 남긴 듯한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으로 쓰인 중고외서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어로 쓰인 책이나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은 없어서 그저 둘러보기만 했다.



먹거리 야시장에는 온갖 음식들이 펼쳐져 있었다. 열대과일을 둘러보다가 용기를 내서 아직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두리안을 사봤다. 맛보기 전 먼저 코에 갖다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아보니 생각보다 지독하지는 않았다. 한 조각을 들어 입에 넣어보니 혀에 닿는 질감은 녹진하고 씹어보니 식감은 퍼슬퍼슬해서 낯설었다. 먹다 보니 분명 처음 먹어보는 맛이지만 입 안에 남는 맛이 왠지 언젠가 먹어본 어떤 맛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끝내 어떤 음식이었는지 기억이 나진 않았다.



마사지샵에 가서 마지막으로 마사지를 받고(마사지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유명하다는 시눅커피에 갔다. 라오스에서 고급 커피 브랜드이지만 개인적으로 샤프론 커피가 더 입에 맞았다. 마지막 일정으로 마그넷을 사기 위해 메콩강 야시장으로 갔다. 옷을 비롯한 상품들의 가격이 정말 쌌다. 쇼핑은 여기서 해야 할 듯한데 코끼리 바지 같은 옷을 제외하고는 여행자보다는 현지인들이 찾을만한 물건이 많고, 기념품 파는 곳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결국 마그넷은 손에 얻지 못하고 야시장과 메콩강 야경 구경만 실컷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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