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baidee!
지금부터 시계태엽을 감아 시곗바늘을 조금만 앞으로 돌려보자. 감자씨와 나는 비엔티안 야시장을 걷고 있다. 쿰쿰한 두리안 향은 아직 입안에 끈덕지게 남아있고, 해가 져서 날은 선선해졌지만 이미 낮에 흘린 땀으로 온몸이 끈적거린다. 밤 비행기를 타러 가기 전 샤워를 하고 싶었던 우리는 근처 마사지샵을 검색해 부랴부랴 예약을 한다.
야시장을 빠져나와 비엔티안 도로변을 조금 걸어 나가니 우리가 예약한 마사지샵이 나왔다. 늦은 시간이라 우리가 마지막 타임 손님인지 이미 가게 안 분위기는 한산했다. 캐리어를 한쪽에 맡겨두고 메뉴판을 살펴봤다. 한 번도 받아보지 않은 아로마 마사지를 골라볼까 잠시 고민하다가 혹여나 오일이 피부에 맞지 않으면 쓸데없이 예민한 내 피부가 뒤집어질까 싶어 그냥 바디마사지를 선택했다.
메뉴를 고르며 한 가지 의아한 점은 이름이 바디마사지라는 점이었다. 발, 어깨 같은 특정 부위만 받는 마사지가 아니면 다른 마사지샵에서는 보통 타이마사지, 라오마사지, 이렇게 마사지를 하는 방식이 메뉴에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마사지 방식은 명시되어 있지 않고, 마사지 부위인 전신을 표현한 '바디' 한마디로 퉁쳐놓은 것이다. 그 점이 의아하긴 했지만 일단 찝찝한 바디를 씻어내고 싶은 마음이 우선이었던 나는 서둘러 바디마사지를 주문했다.
마사지사는 먼저 1층에서 정성스럽게 발을 씻겨주고, 우리를 2층으로 안내했다. 건식 마사지이니 샤워를 먼저 하고 싶다고 하니 샤워실로 안내해 주었다. 수압은 매우 약했지만 하루 내 흘린 땀을 씻고 나오니 몸도 마음도 한결 개운했다. 뽀득뽀득해진 몸에 깨끗하지만 낡은 상하의 마사지복을 꿰어 입고 자리로 찾아갔다.
발, 어깨 마사지를 위해 소파가 놓여있던 1층과는 달리 바디마사지를 하는 2층은 구조가 조금 달랐다. 낮은 마룻바닥 위 몇 줄의 매트리스가 깔려있고 칸마다 커튼이 달려있어 구획을 구분하고 있었다. 덕분에 시각은 차단이 되지만 얇은 커튼 한 장이 소리를 차단할 수는 없었다. 입구 쪽에는 이미 마사지를 받고 있는 손님이 있었는데 말소리를 듣자 하니 한국인인 것 같았다. 우리는 안쪽 끝쯤 자리에 누워 마사지를 받기 시작했다.
악력이 좋은 마사지사의 손길에 노곤노곤해졌다, 찌릿하게 고통스러웠다가를 몇 번쯤 반복했을 때였을까, 입구 쪽이 시끌벅쩍해지기 시작했다. 당혹감이 서린 "이거 뭐야?"라는 물음과 그에 답하듯 "끄엑"하는 단말마 같은 비명, 그리고는 숨넘어갈듯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평온하게 마사지를 받고 있던 우리는 눈빛으로 '뭐지, 왜 저러지?'라는 말을 주고받다가 다시 마사지에 집중했다. 우리가 받은 마사지는 중간쯤까지는 다른 마사지샵에서 받았던 라오마사지와 다르지 않았다. 마사지가 중반쯤 무르익자 몸이 끓는 물에 소금 넣고 데친 시금치처럼 흐물흐물 거리며 졸음이 몰려왔다.
모든 일은 방심한 사이 일어난다고 했던가. 마사지 시간이 거의 끝나갈 때쯤 마사지사가 묘기 수준의 자세를 잡아더니 몸을 잡고 비트는 것이다. 입에서 절로 "꾸엑"하는 소리가 나왔다. 곧이어 감자씨가 "끄엑"하는 소리를 냈다. 이런 반응이 익숙한 듯, 아니 마치 더 신난다는 듯 마사지사는 팔다리를 마음대로 가져다 끌어 종이접기 하듯 접어댔다. 마사지사의 학종이가 되어 사지를 조종당하는 동안 "아니 이게 뭐야"만 번갈아 내지르다가 다 접은 종이학의 날개를 양쪽으로 쭉 펼치듯 몸을 스트레칭하면 "아악", "끄악"하고 합창을 했다. 아까 그 한국인 손님이 갑자기 소란스러웠던 것도 이런 마사지(마시자가 맞을까...?)를 받아서 그랬구나 하고 별안간 얼굴도 모르는 그들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마사지는 더욱 가열차게 이어졌고 마시지사는 내 몸을 일으켜 앉히더니 내 뒤로 가서 앉더니 두 팔을 등뒤로 가져갔다. 마사지사가 내 등을 다리로 받치고 팔을 당기며 몸을 뒤로 젖혔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매트 끝쪽에 앉아있다는 점이었다. 내 몸을 뒤로 젖히면서 자연히 뒤로 몸을 눕히던 마사지사가 매트 밖 신발을 벗어놓은 복도로 나뒹굴어졌다. 연이어 펼쳐지던 당혹스러운 마시지에도 혹시 실례가 될까 봐 꾹 참고 있었던 웃음보가 뒷구르기에서는 속수무책으로 터져버렸다.
나도, 복도로 나뒹굴어진 내 마사지사도, 감자씨와 감자씨의 마사지사도 한참을 깔깔대며 웃었다. 매트로 다시 올라온 마사지사가 아직 웃음을 멈추지 못한 채 앞으로 가라고 해서 낄낄거리며 앞으로 저만큼 가 앉았다. 네 명 모두 어느 정도 진정을 하고 마사지가 재개되었다. 하지만 한번 터진 웃음은 지독한 전염병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마사지를 받다가 아까 넘어지던 모습이 머릿속으로 재생되어 내가 "큭"하고 웃음이 터지면, 누군가가 또 "큭큭"하고 웃었다. 그럼 또 그때부터 네 명이 모두 한참을 "큭큭큭큭"거리며 웃었다. 그러다 누군가가 먼저 큼큼하고 목을 가다듬으면 그게 신호인 양 애써 웃음을 참았다.
웃음에 면역력이 없는 슈퍼전파자들끼리 모여 계속 웃다 참다를 반복하다가 점점 마사지의 난이도가 고조될 때쯤 어디선가 "북!" 소리가 났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는 데 온 신경을 쏟다가 미처 다른 것을 컨트롤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순간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가 네 명이 동시에 건물이 떠나가라 웃음을 터뜨렸다. 다시 애써 "큼큼"하며 애꿎은 목을 가다듬으며 마시지에 집중하려고 해도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았다. 결국 웃음을 참다가 내가 "컹!"하고 돼지소리를 내며 코를 먹자 잠시 또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가 별안간 감자씨의 마사지사가 "컹"하고 코를 먹었다. 네 명은 또 웃음이 터져 마사지를 도저히 받을 수가 없었다. 내 마사지사는 마사지도 아예 멈추고 뒤에서 거의 울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1층에서는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했는지 일이 끝난 마사지사가 올라와서 2층을 보고 갔다. 네 명이 마사지도 멈추고 자지러지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더니 발길을 돌려 퇴근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웃음 바이러스에 단단히 걸린 우리는 그냥 웃음배틀을 포기하고 주거니 받거니 미친 사람처럼 번갈아가며 웃으며 마사지를 겨우 마무리했다. 별안간 이어진 종이접기는 당혹스러웠지만 마사지는 시원했고, 여러 퍼포먼스(?) 덕분에 라오스의 마지막 밤이 유쾌했어서 팁을 넉넉히 챙겨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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