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baidee!
그리 길지 않았던 라오스 여행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을 겪고 많은 것을 보았다. 여행은 언제나 가기 전에는 마냥 설렘으로 가득 차 있지만 막상 떠나고 나면 마치 우리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거의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종종 순조롭다 싶다가도 금방 보기 좋게 우리의 예상을 빗나간다. 갑작스럽게 맞닥뜨리게 되는 의외의 상황들은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들지만, 그 우연함이 또한 여행의 묘미로 기억이 된다.
처음으로 혼자 떠난 해외여행에서 내가 탄 비행기는 도착지인 치앙마이에 착륙하지 못하고 비엔티안에 비상착륙했다. 식은땀이 날만큼 당혹스럽고 번거로운 상황에 놓였지만 이 우연이 참 재밌어서, 우연을 인연으로 만들어보자 싶어 다시 한번 비엔티안 공항에 착륙했다. 그렇게 다시 제대로 와본 라오스에서도 또다시 순조롭지 않은 흐름이 나를 이끌었고 나는 순풍을 탄 것처럼 지금껏 겪어보지 않은 세상에 놓였다.
소중한 No 고수 스티커를 잃어버릴 뻔했다가 생전 처음 보는 라오스인과 한바탕 웃음보가 터졌고, 번호판이 없는 수상한 택시를 타며 겁에 질렸다가 라오스의 교통 상식도 알게 되었다. 골목길을 지나가다가 개한테 사정도 해보고, 머리를 조아리며 카드에 기도를 한 결과 기적적으로 카드 결제에 성공하는 짜릿함도 맛봤다.
루앙프라방 야시장에서는 호탕한 구매자(일명 호구)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웠고, 박물관에 가서 라오스의 어두운 면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루앙프라방에서는 인드라이브를 잡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도 우리의 초보기사를 통해 느꼈고, 타버린 필름도 잘 찍은 사진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시지가 제법 웃길 수도 있다는 것까지...
앞으로 또 내 앞에 나타날 무수한 우연들이 어딘가로 나를 데려가다보면, 언젠가는 또다시 나를 비엔티안 공항에 착륙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까지 잘 지내 루앙프라방, 사바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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