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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갱년기가 딱 맞춤이다.>

- 갱년기가 어울리는 여자도 있다. 

by 김현정 Jul 22. 2024

나는 55세, 갱년기다.


네이버 사전에 갱년기의 정의로는 인체가 성숙기에서 노년기로 접어드는 시기이다. 대개 마흔 살에서 쉰 살 사이에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데 여성의 경우 생식 기능이 없어지고 월경이 정지되며, 남성의 경우 성기능이 감퇴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갱년기의 여성에게 일어나는 신체적, 생리적 장애, 두통, 수족 냉감, 어깨 결림, 기억력 감퇴 따위의 증상이 나타난다. 초로기에 볼 수 있는 보통의 우울증보다 불안이나 고민이 심하여 침착성이 떨어지며 초조와 흥분의 정도가 강하다.


갱년기의 정의에 나오는 증상들 중 정서적인 부분은 내가 아주 힘든 4년, 사업할 때 있었던 일이다. 그것은 갱년기로 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갱년기와는 무관하게 원인이 없어짐으로 지금의 나하고는 관련이 없다.


갱년기의 신체적 증상에서 생리적 장애는 여성이 폐경기가 되니 생리적 장애라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아주 편하고 좋다. 중1부터 시작한 매 달 한 번의 생리를 안 하니 생리통이 없어지고, 생리대를 사러 안 다녀도 되니 통증 경감, 시간 절약, 물자 절약이 되어 갱년기를 즐기고 살고 있다. 


생리대를 휴대하지 않아도 될뿐더러 그것이 차지하는 공간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다니고 있다. 가령 얇은 책 1권, 향수, 립스틱, 립밤, 핸드크림, 앙증맞은 손거울, 손수건 등으로 나의 여성적 취향이 드러나는 것으로 채우고 다니며 화장실에서 화장을 수정하고, 핸드크림을 바르고, 향수를 살짝 옷에 바른다. 뿌리는 것보다 나는 그게 훨씬 좋다.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기 위해 거울 앞에 서서 아가씨들만 화장을 고치고 머리카락을 귀 뒤로 보내고 옷매무새를 다듬는 게 아니라 나도 그렇게 하고 있다. 아가씨들 틈에 끼여서 나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 나도 아가씨인 것 같다. 단지 임자 있는 아가씨다.(그런 마음이어서 그런가, 결혼했어요? 그런 질문을 좀 받는 편이다. 애는 낳았어요? 그런 질문들이 참 좋다. 그런 질문을 즐긴다.)




55세가 되니 정말 홀가분하다. 나의 자녀들은 경제적 독립을 하여 거처를 따로 두고 생활한다. 나는 남편과 둘, 신혼부부처럼 살고 있다. 아들만 둘이어서 그런가 딸을 키우는 것보다는 훨씬 걱정이 덜 된다. 나는 윤여정 여배우와 좀 비슷하다. 알아서 잘 살겠지, 서로 간섭하지 않고 자신의 삶과 인생을 살면 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그러니 따로 걱정을 굳이 하지 않는다. 다 컸으니 알아서 한다, 그런 편이다.


55세가 되니 또 편하다. 그동안 아주 열심히 살아서 내가 쓸거리들은 마련해 두어서 남편한테 아쉬운 소리를 안 해도 된다. 그 점도 남편과 자식들한테는 내가 짐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좀 큰 소리를 하고 산다. 이것도 열심히 살아서 얻은 부산물이어서 가끔 내가 나를 생각해도 이 여자, 괜찮네 싶다. 



갱년기에 있을 우울증, 슬픔도 나를 반기지는 않는다. 나는 내 삶을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공간과 시간을 선택해서 열심히 배우러 다니고 있기 때문에 밥을 잘 챙겨 먹지 못할 때가 많다. 토마토, 당근, 오이, 삶은 감자, 삶은 달걀 한 두 개를 먹고 다녀도 배가 덜 고프고 군살이 빠지니 옷을 입어도 전보다 더 맵시가 나서 나는 그냥 요즘 살맛 나게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네이버 사전에 나오는 갱년기 여성이 아니다.

살맛 나게 살아가는 55세 여자다. 55세 여자도 얼마든지 더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나이다. 오히려 더 홀가분하고 좋을 수 있다. 생리적 현상의 구속에서 벗어나서 정신적으로는 더 젊어질 수 있다. 


단지 내가 나를 사랑하기만 하면 된다. 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은 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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