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기 전, 마지막으로 꼭 챙기는 나의 여성적 취향이 생겼다. 매거진, 텔레비전 방송에서 광고를 하여도 무심하게 넘어간 것이 향수였다. 향수는 향인데, 내게는 그저 냄새나는 무엇일 뿐이었다. 무향이 좋았다. 화장품 냄새와 섞여서 사람의 냄새가 섞여서 나는 향수는 내게는 그저 어떤 관심도 갖게 하지 않는 인공물일 뿐이었다. 당연히 향수를 담는 병에도 눈길이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조형미가 뛰어난 병이라고 할지라도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 당연하다.
또 나는 어린 시절부터 알레르기가 심해서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향수를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다. 향수 선물을 받으면 내가 쓰지 않으니 한창 외모에 관심을 많이 둔 내 자녀들에게 양보했었다. 참, 양보는 아니다. 내가 필요 없으니 그냥 준 거다.
그런 내가 향수를 쓴다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특별한 일이다. 지금은 향수를 쓰지 않으면 외출을 안 한다. 어떻게 나는 향수를 쓰게 된 걸까? 그것도 크리스찬 디올 향수를 쓴다. 그 향이 참 아름답다. 고급진 느낌이 들게 만드는 향이다.
지난겨울에 백화점의 크리스찬 디올 매장에 잠깐 들렀었다. 디올립밤을 사려고 갔었다. 처음으로 명품 립스틱을 내 손으로 사고 싶었다. 온라인 매장에서 검색을 하고 오프라인 매장에 들렀는데, 그 립밤을 구매하니 디올향수를 종이가방의 리본에 뿌려서 주는 것이다. 디올 종이가방을 내 파운더룸에 두었는데, 그 은은한 향이 배여서 아름다운 향이 나의 기분을 한층 좋게 해주는 것이었다. 퇴근한 남편도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오면서 "어, 이게 무슨 냄새야, 향이 좋은데." 내가 신발을 벗고 들어올 때 그 종이가방을 입구에 잠깐 두었는데 그것뿐이었는데, 향이 사람의 마음을 밝게 해 준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알레르기가 있어서 지금까지 향수를 쓸 수가 없었다. 메이크업 제품도 기초스킨제품도 무향이 맞다. 향이 강한 걸 쓰면 금방 간지럽다. 반응이 빨라서 그래도 다행이다. 금방 알아차릴 수가 있다. 바디워시도 쓰지 않는다. 바디워시 제품보다는 도브비누를 쓴다. 순하고 향이 무난하다. 아기나 어린 유아들이 쓰는 제품이니 나한테는 적합한 제품이다. 그런데 이 향수는 알레르기 반응이 없다.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 잠시 방문하여도 1ml 향수를 준다는 것이었다. 선착순. 그 주, 주말에 매장에 갔었다. 향수값에 놀랐다. 내 생애 처음이니. 그동안 향수값도 몰랐으니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사려고 한 것부터가 나한테는 이례적이고 놀라운 일이니, 향수값에 놀라는 것은 당연함이다.
그러나 나의 놀람을 내 얼굴에 표 내지는 않았다. 우스운 취급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여기는 고급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오는 곳이니까 내가 놀라워하고 비싸서 못 사는 것처럼 굴면 모양새 빠진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50ml를 사려고 했었다. 비싸지만 그 향수병도 아름답고 그 향수의 향은 지나가는 사람을 잠깐 서게 한다.
얼마 전 미술관에서였다. 내 옆을 지나가는 여자에게서 그 디올향수가 느껴졌다. 그녀를 뒤돌아보았다. 어떤 여자여서 저 향수를 쓸까? 무릎길이까지 오는 프라다 남색 사파리를 입었다. 커리어우먼처럼 근사하게 보였다. 미디엄길이까지 오는 생머리, 이마에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내린다. 들고 있는 백도 호브형의 프라다 가방이다. 내가 갖고 싶은 가방이었는데 나는 비싸서 구매할 생각도 못했었다.
나는 그 향수를 갖고 싶었다. 다른 누군가도 내 향을 맡고 한 번쯤은 서리라. 아름다운 향이 느껴지는 여자가 되고 싶었다. 매장 직원은 마케팅을 잘했다. 50ml보다 100ml를 권했다. 돈 차이가 불과 6만 원 정도다. 100ml를 사려고 하니 이번에는 150ml를 권한다. 돈이 5만 원 차이다. 한 눈에도 무게가 나한테는 벅찰 수 있겠다 싶었다. 들어보니 나한테는 꽤 무겁다. 그래도 나는 돈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았고, 스킨 샘플을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많이 주었고 특히 아주 정중한 서비스를 해서 나는 좋아요, 그것 주세요. 해서 사게 되었다.
세워두지 않고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그 고급 서비스룸에, 내가 앉아 있으니 향수와 샘플 화장품, 그리고 명함, 친절하고 상냥한 응대, 나는 그 향수가 주는 고급진 서비스가 좋았다. 그 고급진 서비스도 산 것이다. 그때 내가 우울했었다면 분명히 그 우울함도 날려버렸으리라.
내 화장대 중간에 놓여있는 크리스찬 디올 향수, 내 생애 처음으로 산 향수, 기분이 우울할 때, 기분이 속상할 때, 내 마음이 우중충할 때, 그때 나를 달래준 향수다. 나는 잘 구매했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우울한 마음, 속상한 마음, 깨림칙한 마음, 우중충한 마음, 미운 마음, 나쁜 마음도 지워주고 마음을 부드럽게 기분 좋게 해 준 향수.
요즘 시대에는 나를 위한 마음 챙김과 심신안정을 위한 명상, 힐링, 아로마테라피센터에서도 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온오프라인에서 그런 광고를 많이 보았다.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써봤는데 반신욕도 그중의 하나였고, 향수를 쓰게 된 것도 그중의 하나다. 어린 시절부터 알레르기로 피부과도 많이 다니고, 성인이 되어서도 체질적으로 약한 것이 피부, 알레르기였는데 지금은 그 부분이 완화되어서 향수를 즐기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행복하게 된 이유를 묻는다면 향수도 그중의 하나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향수 #행복 #심신안정 #힐링 #알레르기 #명상 #크리스찬 디올 향수 #고급미 #우울한 마음 #서비스 #마케팅 #친절 #정중하다 #방법 #아로마테라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