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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청반바지, 예뻤다>

- 깜찍하네 ^^  남편이 놀라워한다. 언제 샀어?

by 김현정 Jul 31. 2024

찢어진 숏데님팬츠

블랙    슬리브리스

허리까지 오는 물결 웨이브 헤어

내가 예뻐 보인다.


나는 생전 처음으로 찢어진 숏데님팬츠를 샀다. 나도 이런 옷을 한 번 입고 싶었다. 찢어진 옷을 입지 못하게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냥 나는 이런 옷을 입을 수 없는 사람이어서 이런 옷을 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찢어진 데님은 핫해 보이고, 힙해 보이지만 나하고는 거리가 먼 옷이었다. 


2024년, 나는 안 해 본 것, 처음 해 보는 것, 새로운 것, 새로운 경험, 새로운 체험 그리고 새로운 일, 새로운 직업, 새로운 꿈(?) 알 수는 없지만 알게 되면 나는 모든 것을 다 새롭게 하고 싶었다. "새로운 것"으로 나를 무장하고 싶었다. 새로운 사람이 되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었다. 


의류브랜드도 2024년 이전에 구매한 브랜드는 더 이상 구매하지 않았다. 새로 입어보는 브랜드들, 나의 모습이 훨씬 더 좋아 보였다. 젊어 보였다. 예뻐 보였다. 새로움에서 에너지를 얻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아직은 찢어진 숏데님팬츠를 입고 현관 밖으로 나갈 수 있을 만큼의 담력은 없다. 내 집에서 걸어 다니면서 전신거울을 한 번 훑어보고, 포즈도 한 번 해보면서 약간은 어색하지만 아직은 괜찮은데 ^^  이런 옷차림을 즐겨본다. 내 옷차림이 신선해 보인다. 깜찍해 보인다. 젊어 보인다. 그냥 나 혼자 즐긴다. 나의 새 삶을, 나의 새 인생을.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나머지 인생은 타인의 시선을 덜 의식하고 그렇게 살고 싶다. 좀 더 자유롭게~!



모든 것이 새롭다. 

새로운 것, 새로운 것을 해보는 것 자체가 나름 재미가 있다. 젊은 날 해보지 못한 아쉬움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더 늙어서 그런 것도 안 해봤다며 자책하고 속상해하기보다는 아직은 젊으니, 오늘이 제일 젊으니 아무도 보지 않는(남편만 보는) 내 집에서라도 해변에 온 것처럼 즐기니 마냥 좋기만 하다.


나는 누가 나한테 해주길 기다리고 있지는 않습니다. 해주길 기다리면서 속상해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나를 위해서 선물을 할 때가 많습니다. 속상하면 나 혼자서라도 좋은 곳에 가서 나를 위한 대접을 합니다. 울적하면 나 혼자서 아이쇼핑을 한다거나 아니면 생일날 입을 옷을 미리 사놓거나 또 그도 아니면 비싸지 않은 몇 천 원 하는 헤어핀 하나라도 사 와서 울적한 마음을 달래거나 속상한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나를 위해서 뭔가를 하나 하고 나면 좀 풀립니다. 다 풀리지는 않아도, 풀려고 노력하면서 행복해지려고 나름 애썼던 것 같습니다. 내 생일도, 어버이날도, 크리스마스도 내가 나한테 선물을 해줍니다. "너, 이것 갖고 싶었지?" 내가 나를 책임지려고 합니다. 내 마음도, 내 기분도, 내 미래도. 언제나 내가 선택해야 하니까요.

남편도 자녀들도 좋은 날을 기억해 주고 선물을 주지만 어쩌다 그런 날을 바빠서, 또 무심해서 간혹 잊더라도 그렇게 기분이 우울하거나 그렇게 속상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먼저 나한테 선물을 해줬으니깐요. 



남편한테 자식들한테 지난 4년 상처받고, 고통받고, 트라우마로 힘들고 아플 때 했던 말이 있습니다.

"이 정도였으면 벌써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이 정도였으면 정신과 약 달고 살았을 거다."

나는 내 마음이 아픈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약을 먹고 싶지도 않았고 의사와 상담을 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의사에게 그동안의 아팠던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그 과정이 더 힘들 것 같았고, 애써 잠재우고 있었던 그 기억들, 그 감정들까지 다시 쏟아져 나와서 고슴도치처럼 나를 따갑고 아프게 할까 봐 무섭고 두려워서 싫었습니다. 의사에게 내 감정을 내 삶을 내 인생을 맡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나를 아니까요. 그래서 더 수렁에서 나오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정상이었으니깐요. 단지 마음이 아픈 거였으니깐요. 그리고 그 원인과 과정을 알고 있으니깐요. 언제나 내 인생을 선택하고 지켜왔는 것처럼 단지, 내가 나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니깐요. 


나는 나를 알고 있었기에 나를 내가 치료하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환경부터 바꾸고, 사람부터 바꾸고, 생활부터 바꾸고, 일상이 안정화되도록 의지를 갖고, 하나씩 노력하면 달라질 거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습니다. 


아픈 환경을 즐거운 환경으로, 아픔을 주는 사람들을 피하고, 즐거움을 주는 사람들로 채우고, 내가 원하는 생활로 채우고 그렇게 하니 마음의 아픔도 조금씩 벗겨지고 새 살이 생겼습니다. 변화를 시도한 것, 잘한 일인 것 같습니다. 한 발 딛는 게 어려웠을 뿐입니다. 한 발 딛고 나오니 걷게 되고 뛸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마음의 안정을 찾았습니다. 간절히 원했었던 소소한 일상의 안정감, 행복감을 찾았습니다. 겉으로만 웃는 게 아니라 진정 속에서 우러나오는 웃음, 웃고 있습니다. 


지나간 터널, 길었지만 그 터널 밖은 눈부십니다. 잘 살았다. 그리고 잘 해냈다. 그다음은? 더 잘 살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더 잘 해낼 거다. 너니깐. 나는 너를 믿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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