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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뽀리 Jul 13. 2024

휴직을 했는데 괜찮지가 않아요.

내가 문제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휴직만 하면 나는 다 괜찮아질 줄 알았다.


고통스럽던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고, 불편한 사람들을 마주할 일도 없으며,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업무생각도 떨쳐버릴 줄 알았다.


그러나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새로운 부서에 간 지 2달 만에 휴직을 하게 된 나는,

일하기 싫어서 도망간 직원이 되어버렸다.

팀장님, 과장님이 괴롭혀서 휴직했다는 소문도 들렸다.(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가십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내가 휴직을 한 이후,

내 공석은 평소 나와 친하게 지내던 직원이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이 사실이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내가 조금만 더 버텼으면 그 직원의 업무가 갑자기 바뀌거나 힘든 자리에 가지 않아도 됐을 텐데..

모든 것이 나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 같아서 죄책감이 심했다.


그러다 직장에서 휴직자의 복무점검 등의 이유로 연락이 올 때면 여전히 패닉상태에 빠졌다.

전화도 아니고 그저 그런 문자 한 통이었는데,

그런 연락이라도 받은 날이면 내 하루는 무너졌다.


이제는 사람들이 많은 곳-대형마트, 카페 등에 갈 때면 주위를 살피고 눈치를 보게 되었다.

나를 아는 사람, 직원들을 마주칠까 봐 두려워서.

나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간 패배자며 행복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이었다.


갑자기 옆 차선에서 나를 향해 클락션을 울리기 시작했다.

내 속도가 너무 느리나? 차선을 침범했나? 내가 뭘 잘못했는지 급하게 확인하며 쳐다봤는데

웬걸.. 직원이었다.

내 차를 알아보고 반가워서 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우리 집 방향으로 따라오기 시작했다. 나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걷잡을 수 없는 공포와 생명의 위협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우리 집이 어딘지 아는데, 집까지 따라오면 어떡하지? 경찰을 불러야 하나?

수많은 생각들에 휩싸이고 눈물이 주체 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래, 주차장까지 따라오면 차 문을 잠그고 경찰을 부르자.'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다행히 집까지 따라오지는 않았다. 혼자 과대망상에 휩싸인 것이다.


이렇게 나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고,

병원에서는 나에게 집에만 있지 말고 운동을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예전에 다니던 헬스장 피티선생님께 연락을 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난 선생님은 나를 보자마자 그렇게 밝던 애가 어쩌다 이렇게 됐냐며 놀라셨다.


하루종일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다가 운동을 가는 게 쉽지는 않았고 나는 특히나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도저히 밖에 못 나가는 날에는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수업을 취소했다.


헬스장에 도착해서도 선생님은 수업 전에 항상 나의 컨디션을 먼저 확인하셨는데,

하루는, 오늘 기분은 어떻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눈물이 났다.

놀란 선생님은 나를 달래주시며 운동하지 말고 집에 가서 쉬라고 하셨다.

그만큼 선생님은 나를 배려해 주셨다.


이렇게 휴직기간 동안에도

하루하루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 마냥 기분과 감정, 체력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출근만 안 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고 즐거운 휴직 라이프를 보낼 줄 알았는데,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회사가 아닌 ''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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