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11화

아쿠아리움의 인어공주

by 미히

"우리가 찍을 건 '인어공주의 재해석'이야."


정이나가 다부지게 말했다. 그녀는 방 안을 둘러보며 분위기를 가다듬었다.


"로케이션은 환상적이고, 배우는…."


그녀는 이시연을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돌, 완벽하지."


정이나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가 인어공주 역이고, 시연 언니는 육지공주, 너는 왕자야."


전우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첫 촬영지는 이 방이야. 시연 언니와 너가 서로 그윽하게 바라보는 장면이야.


그걸 보고 나는 슬픔에 겨워서 아쿠아리움으로 가서 뛰어내리는 거지."


이시연은 흥미를 느끼며 말했다.


"인어공주 마지막 장면이네?"


정이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간단한 장면부터 찍을거에요."


"마지막으로는, 인어공주가 아직 두 다리를 갖기 전, 왕자의 개인 수조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찍을 거야.


그때, 수조로 빠진 휴대폰에서 우연히 광고를 보게 돼.


그 광고는 마녀가 올린 광고야. '뭐든 다 이루어드립니다.'라는 문구로."


정이나는 말을 하며 눈이 반짝였다.


"꿈에서 영감을 얻었지, 깨어나자마자 그 광고를 만들어 놨어."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광고 사진을 이시연과 전우성에게 보여주었다.


영상 속 사진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마녀의 제안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시연이 감탄하며 말했다.


"편집 실력이 꽤 좋은데? 무슨 앱 쓴 거야?"


그녀는 정이나의 작업에 놀라며 물었다.


"고마워요, 언니." 정이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요즘 AI가 좋잖아요, 이거 5분밖에 안 걸렸어요."


정이나는 전우성을 바라보며 다시 계획을 구체화했다.


"중요한 건 의상이야. 아쿠아리움인데 인어공주 코스튬은 있겠지?"


전우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이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손을 마주 비볐다.


"좋아, 시작하자. 그리고 영상 장비도 훌륭해."


그녀는 방 안에 놓여 있는 이시연의 방송 장비를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엇보다, 전우성 네 대사가 없으니 좋지."


전우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정이나는 기분이 고조된 듯, 손을 털며 말했다.


"그럼 아쿠아리움의 인어공주 프로젝트, 시작해볼까?"




이시연과 전우성은 서로를 마주보며 연기 준비를 했다. 정이나는 카메라를 들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큐!"


정이나의 신호에 맞춰 촬영이 시작됐다.


아이돌 출신인 이시연의 연기는 훌륭했다. 카메라가 돌자, 전우성 또한 그녀의 연기에 맞춰 진지하게 연기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빛 교환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컷!"


정이나가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이시연과 전우성은 촬영을 끝내고 표정을 풀며 활짝 웃었다.


둘은 하이파이브를 했다.


주지영은 여전히 옆에서 자고 있었다.


"연기도 재미있는데?"


이시연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새로운 도전에 신난 듯했다.


정이나는 곧바로 다음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전우성, 이제 네가 나를 찍어줘. 방 안에서 나를 보고 있다가, 내가 뛰쳐나가면 따라 나와야 돼."


그녀는 전우성에게 지시했다.


전우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카메라를 손에 들었다.


그들은 각각 자세를 잡았고, 이번에는 이시연이 큐 사인을 외쳤다.


"큐!"


즉시 정이나도 연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인어공주가 된 것처럼 슬픈 표정으로 연기를 펼쳤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감정이 고조되며, 곧 더 이상 참지 못한 듯 뛰쳐나갔다.


전우성도 즉시 카메라를 들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카메라 속에는 정이나가 거실로 나가 백야드로 향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촬영을 마친 정이나는 돌아와 충혈된 눈을 닦으며 카메라 속 영상을 돌려보았다.


그녀의 눈물 젖은 얼굴과 뛰쳐나가는 모습은 마치 진짜 인어공주가 사랑을 잃은 듯한 절박함이 느껴졌다.


"좋아, 잘 찍었어, 전우성."


그녀는 만족스럽게 말했다.


전우성은 방긋 웃어보였다.


"다음 장면은 전우성, 네가 아쿠아리움을 관리하는 장면을 추가하자.


인어를 돌보는 걸 넣어서 개연성을 더 살리자고."


정이나는 영상들이 더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계획을 덧붙였다.


전우성은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함께 장면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이시연이 카메라를 잡았다.


"언니, 전우성을 클로즈업 해주세요."


정이나가 지시했다.


전우성은 이제 백야드에 서 있었다.


그는 수조 위를 거닐다가, 멈추어 서서 몸을 굽혔다.


그리고 물 아래를 내려다보며 빙그레 웃었다.


카메라에 잡힌 그의 모습은 인어를 돌보는 왕자의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이었다.


"컷!"


정이나가 만족스럽게 외쳤다.


"좋아, 완벽해. 연기를 꽤 잘하는데?"


그녀는 전우성의 몰입에 감탄하며 칭찬했다.


뒤이어서 인서트샷을 촬영했다.


정이나는 수조에 손을 넣어 광고 사진이 띄워진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방수 기능이 있는 휴대폰이었다.


이시연은 카메라를 물에 넣어 그 모습을 촬영했다. 역시 방수 카메라였다.


"컷!"


이시연이 소리치며 촬영을 끝냈다. 카메라가 수면 밖으로 올라오자, 물방울이 튀며 반짝였다.


전우성은 그들의 작업을 뒤에서 바라보았다.


'다들 한 번의 NG도 없이 잘 끝내네.'


전우성은 흐뭇하게 그들의 노련함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이제 남은 장면은 아쿠아리움에서 찍는 마지막 부분이었다.




이제 전우성은 카메라를 들고 1층 수조 바깥에 서 있었다.


수조 안에서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준비가 완료되었다.


한편, 이시연은 정이나가 입을 인어공주 코스튬을 도와주고 있었다.


코스튬은 반짝이는 비늘로 장식되어 있었고,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아름답게 빛났다.


정이나는 약간 어색한 듯 몸을 움직여보았지만, 이시연이 조심스럽게 그녀를 돕자 금세 자연스러워졌다.


"어때, 괜찮아?" 이시연이 물었다.


정이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응, 완벽해."


이제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정이나는 준비가 끝났고, 전우성도 카메라를 들고 최종 장면을 찍기 위한 위치에 섰다.




수조는 아쿠아리움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었다.


안에는 수초들이 자라 있었고, 군데군데 암석들이 놓여 있었다.


현재 아쿠아리움은 개관 전이라 물고기들은 모두 지하 1층에 있었고, 1층 수조에는 물만 가득 차 있었다.


수조 안쪽으로는 몇 개의 큰 기둥과 동굴 모형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물고기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배치된 공간이었다.


동굴은 물고기들이 다른 수조로 이동할 수 있도록 개폐식으로 만들어졌고, 지금은 비어 있는 검은 내부가 아득히 보였다.


그때 전우성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다.


"자, 이제 시작한다. 큐!"


휴대폰 너머에서 이시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이나가 수조 위쪽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반짝이는 인어공주 코스튬을 입고 있었다.


수조 안으로 몸을 던진 정이나는 유려하게 헤엄치기 시작했다.


물속에서 그녀는 마치 진짜 인어처럼 자유롭게 움직였다.


전우성은 그녀의 능숙한 수영 실력과 자연스러운 연기에 감탄했다.


이시연은 수조 위에서 휴대폰을 물속으로 떨어뜨렸다.


카메라의 프레임 밖에서 날아들어온 휴대폰은 수조 안으로 가라앉았다.


정이나는 휴대폰을 잡고, 화면 속에 있는 광고를 확인했다.


휴대폰에서 이시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컷!"


전우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조 안에서 정이나가 빙그레 웃으며 촬영의 성공을 즐기는 듯 보였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수조 안쪽 동굴 모형에서 갑자기 거대한 상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이나는 물속에서 뒤를 돌아보다 그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의 입에서 물거품이 피어올랐다.


놀람이 담긴 표정과 함께 그녀는 재빨리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상어는 순식간에 정이나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물속의 공기조차 얼어붙을 듯한 긴장감이 퍼졌다.


전우성은 그 광경을 보고 기겁했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벌어지고 있었다. 상어는 정이나에게 곧 닿을 듯했다.


그때, 아쿠아리움의 불이 켜졌다. 전우성은 능력을 사용해서 순식간에 상어의 심장을 멈추게 만들었다.


전우성의 투명 뿔테 안경이 바닥에 떨어졌다.


상어는 순식간에 힘을 잃고 수조 안에서 쓰러졌다. 거대한 생명체가 물속에서 천천히 가라앉았다.


등 뒤에서 전우성의 아버지가 다급하게 나타났다.


"괜찮니?"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긴장감으로 떨리고 있었다.


정이나는 급히 수영쳐 수조 밖으로 나왔다. 물 위로 나오는 순간, 그녀는 숨을 헐떡였다.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며 물 밖으로 몸을 던졌고, 아슬아슬했던 순간에서 벗어난 기분에 온몸이 떨렸다.


이시연은 재빨리 그녀에게 담요를 덮어주었다.

keyword
이전 10화전기 능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