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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지 Nov 10. 2024

머피의 법칙

<2부> 낭만은 로맨스가 전부는 아니야, 실패와 고통도 낭만이지

 과학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한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머피의 법칙을 신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확히는 신봉을 넘어선 무언가 그 이상이다. 그의 수많은 저서들을 통해 머피의 법칙을 물리법칙처럼 우주의 진리를 거스를 수 없는 절대법칙으로써 표현하고 있다. 절대 우연히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 마치 당초 그래야 했던 것처럼. 그가 과학 저널리스트로서 활동한 것을 고려하면 머피의 법칙을 과학적인 현상에 더 가깝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머피의 법칙을 수학과 과학을 동원해서 증명하려는 시도는 수 없이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는 '버터 바른 토스트의 법칙'이 있다. 버터를 바른 토스트를 떨어트리면 언제나 버터를 바른 단면이 바닥에 닿는 현상을 말한다. 과학자들과 수학자들은 중력과 궤도, 중량, 기후 등 다양한 자연조건적 변수를 계산하여 해당 현상이 단순히 일상적인 현상이 아닌 과학적 근거에 의거한 법칙이었음을 설명한다. 나는 과학과 수학에 대해 해박한 사람이 아닌지라 금세 수긍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부터 나는 머피의 법칙을 단순히 인간의 삶 속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았다. 과학이 아니면 이론이라 지칭하면 되는데 굳이 굳이 '법칙'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이미 과학으로 인정하겠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이상 과학과는 태양계 끝과 끝처럼 거리가 먼 전형적인 이공계적 사고가 없는 문인의 의견) 그래서 나는 머피의 법칙을 신봉하는 열렬한 신자가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머피의 법칙을 믿지는 않았다. 처음엔 징크스와도 같은 것으로 여겼다. 징크스는 깨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징크스라고 착각한 머피의 법칙을 거스를 수 있을 거라 착각했다.


 ‘징크스’, 미리 상상하면 절대 이뤄지지 않게 만든다는 것. 심지어 불길한 상상은 예외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현상인지. 다행히 징크스는 아직 미신 축에 속한다. '머피의 법칙'처럼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머피의 법칙을 징크스와 혼동하는 아주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 그래서 나는 절대법칙과도 같은 머피의 법칙을 미신으로 치부하며 정면으로 반박하는 삶을 살아왔다. 얼마 못 가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였음을 깨닫게 되었지만 말이다.


 나의 첫사랑이 끝났을 때, 인생의 진리와도 같은 절대법칙을 알게 되었다. '첫사랑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첫사랑을 시작했을 때 나는 부정 탈 것만 같은 이 진리를 미신으로만 여겨 철저히 무너트리고자 다짐했다. 그렇게 어느새 이 다짐의 기억이 점차 희미해질 정도로 시간이 흘렀을 때, 이미 난 후회하고 있었다. 인생 참 가혹하군. 그 다짐을 잊어버린 사실에 대해 이날까지 후회하고 스스로를 증오했으며 자책했다. 이날 이후로 머피의 법칙을 미신으로 여기지 않았으며 절대 봐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머피의 법칙과의 싸움은 나의 첫 번째 패배로 끝이 나게 되었다.


 가혹한 실패였지만 그래도 내가 했던 모든 실수를 다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첫사랑을 이루지 못했더라도 끝 사랑을 축복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시간이 지나 또 다른 운명을 만났다. 내 이상형이자 뮤즈였다. 이번엔 정말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사랑을 노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내가 몰랐던 인생의 절대 법칙이 하나가 더 있었다. '이상형과도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또 불가항력적인 법칙에 이끌려 이별하게 되었다. 두 번째 가슴 아픈 이별을 겪어보니 스스로에게 화도 나지 않았다. 그저 '머피의 법칙'을 간과한 사실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어리석은 건 바로 나란 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모든 이별은 사실 나의 선택일 뿐인데 그저 '머피의 법칙' 탓을 하고 싶었던 바보는 바로 나였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머피의 법칙 탓을 하지 않으면 내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나의 잘못을 부정하지 않지만 오히려 부정하고 싶었던 '머피의 법칙'이 위로가 되어준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 어차피 거부할 수 없는 법칙이라면 받아들이자. 마치 우리가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고 싶다 해서 하늘을 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적이 될 수 없다면 차라리 아군이 되어보려 한다. 나는 이제는 열렬한 '머피의 법칙' 신봉자다. 머피의 법칙아, 나를 위로해 주렴. 내 탓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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