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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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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지랖
Oct 15. 2024
Round 7
아버님! 저는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그렇게 추석 당일 저녁!
자기네 누나들 식구들과 저녁까지 쳐드신 울 효자 남편님은 그제야 그만 처가에 가야겠다며 슬며시 내 눈치를 살폈다.
아마도 내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레이저빔을 이제 봤나보지?
짐은 아~~까 아까 싸놔서 뭐 따로 챙길것도 없고 돌림노래처럼 계속 반복되는 인사를 뒤로 하고 얼른 차에 올랐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님이
"야야~ 이거 가져가라!"
하시는거다.
암요 그렇죠 아버님!! 결혼하고 첫번째 명절을 이렇게나 온몸 불싸질러가며 음식해서 손님들 대접하고 혼자 정성을 다했으니 당연히
아버님께서 하나뿐인 며느리 챙겨 주셔야 마땅..(할 건데요)
“쓰레기다. 가는 길에 버려라!”
하시며 뒤 트렁크 가득 재활용 쓰레기를 실어주신다.
(에~이 설마..아니겠지..--;)
큰형님은 무안했는지 재빨리 자리를 피해버렸고 그나마 성격 쬐끔 더 좋으신 작은형님이
“아버지! 그거 제가 갈때 버릴께요. 올케 친정가는데...”
하고 말끝을 흐리니
“냄새나서 그때까지 어떻게 갖고 있는다냐! 느그들이 가는 길에 버려라!”
하시며 쌩~방으로 들어가 버리신다.
꾸벅 인사를 하고 출발했지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줄줄 새어 나왔다.
법륜스님
책에서 이런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욕을 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나에게
쓰레기 봉지
를 건넨 것과 같다. 쓰레기 봉지를 건네더라도 받지 않든가, 무심코 받았더라도
“에잇, 더러워”
하고 금방 버려야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하고 살면서 나 자신을 괴롭히며 평생 그 쓰레기를 뒤지고 산다고..
그런데 법륜 스님!
시아버지가 결혼후 첫 명절, 친정가는 며느리에게
진짜
쓰레기
를 주신다면 어찌 해야 할까요 스~님~?
이 어리석은 중생에게 가르침을 좀 주십쇼!
더럽다고 손을 탁! 쳐버릴 걸 그랬나요 스님~~
스님도 좀 당황스러우시죠? 예~ 저도 무척이나 황당했습니다.
분명! 법륜스님이라면 이렇게 말씀하셨을 거다.
시아버지가 이유 없이 힘들게 한다면,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막무가내로 하신다면
인연을 딱! 끊으세요!
아~무 문제 없습니다!
라고 ..
명쾌한 해답을 주셨을 거다.
그런데 그때의 나는 스님을 알지 못했다.
냄새나는 재활용 쓰레기를 잔뜩 실어주신 아버님도 미웠고 그걸 또 말없이 받아 싣고 있는 남편은 쥐어패고 싶었고(저보다 연하에요)
“싫습니다 아버님!”
한 마디 못하고 명절 내내 꾹꾹 참아온 내 자신도 미웠다.
온 몸에서 악취가 나는 것만 같아 마을 어귀에 차를 세웠다. 마음 같아서는 아무데나 던져버리고 싶었으나
주변머리 없는 나는 또 쓰레기 무단투기는 안한다.
그렇게 배웠으므로..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사람한테 쥐어주는게 아니라고 배웠으니까..
끅끅 소리까지 내서 우는 나에게 이 거지발싸개 같은 남편은
“아버지가 쓰레기 버릴 곳이 마땅치가 않아서 그러셨을거야 자기가 이해해~”
“이해해가 아니라 미안해가 먼저 아니야? 고생했어 애썼어라고 먼저 말했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자기도! 아버님도!!나한테 그렇게 말했어야지!!
자기 눈에는 내가
쓰레기통
으로 보여?"
참지 않았다.
원망 섞인 말을 내뱉고도 내가 해드린 음식이 입에 안맞으셨나 아님 손님대접에 소홀함이 있어 아버님이 나한테 서운하셨나하고 병적으로 내탓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꼴뵈기 싫어서 견딜수가 없었다.
털어내고 가야했다.
시댁에서 묻혀온 서운함, 억울함, 피로감, 배신감. ..
남편 이 나쁜노므스끼!
울어서 퉁퉁 부은 눈을 갖고 친정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늦은 밤이 돼서야 친정에 도착했다.
나랑 4살 터울인
여동생
과 제부는 먼저 도착해 있었고
입꼬리 끌어올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시댁가서 환영받고 온 며느리인양 연기를 시작했다.
같은 해에 결혼한 여동생 시댁은
여수
다.
시아버지께서 고깃배를 타셔서 가끔 비싼 생선들을 보내주시곤 하시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도 결혼후 첫 명절, 동생도 첫 명절인데
동생은 시어머니가 챙겨주신 대짜 아이스박스에 생선이며 회무침이며 한가득 가져왔고
나는 차 트렁크 꽉 채워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왔다
평소 생선을 좋아하는 새아빠는 서대회무침을 입안 가득 우물거리며 칭찬 일색이다.
큰사위, 작은 사위 앉혀놓고 작은 사위 칭찬만 연거푸다. 한쪽으로는 씹고 한쪽으로는 생선뼈를 퉤퉤 잘도 뱉어가며...
집에 가고 싶었다.
오늘 하루동안 받은 충격만으로도 정신이 아뜩한데..
친정까지 와서 이런 소리를 듣고 앉아있을라니 죽을 맛이었다.
과일 몇 쪼가리 씹어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어머니가 다 준비해 놓으신 명절음식에 자기는 전만 몇개 뒤집었는데 허리가 너무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동생의 말을 뒤로 한채...
남편은 머리에 대면 자는 스타일이라 벌써 꿈나라고 나는..잠이 오지 않았다.
이불킥
에 이제는
불면증
까지..
남편 깰까봐 소리내서 울지도 못하는 내자신이 정말 바보 같았다..
새벽녘까지 오늘 일을 곱씹어 보다가 이런 결론을 얻었다.
어른이라고 다 존경해야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그게 남편을 키워준 부모일지라도..
겨우 밥만 먹여 키워줘 놓고 생색내며 온갖 걸 바라는
내 부모일지라도.
.
그동안 버림받을까 두려워 상처받을까 무서워
꽉 붙들어잡고 있던
내 기준점과 신념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어른스럽지 못한게 아닐까..어쩌면 내가 아니라 상대방의 잘못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만 잘못한 게 아닐수 있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 엄마는 내가 남들보다 예민하단다. 그래서 무난히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예민한 내 성격탓이라며 성격 좀 고치란다.
이 성격을 누가 만들어줬는데?
전쟁같은 매일을 살아남기 위해 온 몸에 있는 모든 신경이 곤두 설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놓고 이제와 다 내탓이라니..
그래서 지금까지는 그런 줄 알았다. 다 내탓인 줄..
그런데..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예민한 게 아닐 수도, 모두 내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
영원한 내 편일거라 생각했던 남편이 나에게 오늘 같은 말을 했다.
“자기가 너무 예민한 것 같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도 있잖아.”
그래..그럴 수도..아닐 수도..
근데 이거 하나는 분명하다!
니
가 진짜 젤루 나쁜 시끼라는 거!!
며칠을 아팠다. 밥도 못먹고 그렇게 누워만 있었다.
이거슨...말로만 들었던
명절증후군
?
하...
명절 만든 사람 누구여?
아주 잡히기만 해봐라그냥! 가만 안둬~
(아시는 분 제보해 주세요! 연장은 미리 준비해놨습니다!)
나는 매맞는 아이였다.
과거의 그 끔찍한 기억을 아예 잊고 사는 것은 불가능할 거다. 나도 안다!
지워보려
신경정신과
도 다녀봤다.
양약알러지가 심한 나는 그 독한 정신과 약 1봉지를 먹고 온갖 두드러기와 천식, 어지러움증이 몰려와 담당 선생님께
"
약을 먹으니 어지러워서 일상생활이 안돼요.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만 같아요."
라는 내 말에
"지구는 도니까 어지러울 수도 있습니다."
라는
말인지 방구인지 모를 답을 듣고
나보다 이 의사쌤 정신상태가 더 심각하다는 결론을 얻고
그 뒤로 병원 발길을 뚝 끊었다
과거의 끔찍한 기억에서의 유일한 탈출구는 현재의 일상을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게 꽉 붙잡고 있는 거다. 혹시 과거로 되돌아 가려고 한다면 나를 빠르게 구출해
현재의 자리로
끌어다 놓는 일뿐.
그런데..지금 나의 현재는 이렇다.
친부모에 이어 시아버지까지..
며칠 밤을 잠 못자고 우울해 있다가
나를 일으켜 세우는 방법이 번뜩 생각났다!
쇼핑!
ㅋㅋㅋ
내 노고를 아무도 치하해 주지않고 존중해 주지 않는다면야 뭐..별수 있나
내가 해야지!ㅋㅋ
내일은 거~하게 쏴야지 고생한 나를 위해!(
남편카드
로)
하며 큭큭 거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아버님이다.
(안 받고 시푸다ㅜ.ㅜ)
.
.
이번 주말에 마을에서 단풍구경을 가는데 입을 옷이 없다며
바람막이 점퍼를 사갖고 오라신다
아버님은 나름 패셔니스타다(본인피셜)
흠이라면 그 기준이 뭔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
더 심각한건 본인도 모르신다는 거다.
읍내에서 당신이 직접 가서 입어보고 사신 옷도 마음에 들지 않아
무려 10번이나 바꾸러 가셨다
는
레전드 썰을 전해들은 나는!!
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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