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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면서요!!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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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지랖
Oct 08. 2024
Round 6
착한 며느리병
박장대소하고 계시는 아버님을 모른척 쌩까고 후다닥 시댁으로 돌아왔다. 반찬 가져온 걸 정성스럽게 냉장고 청소와 더불어 차곡 차곡 쌓아놓고
불편한 건 없는지 한번 더 꼼꼼히 체크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
내 친아빠는 내가 5학년이 되는 해에 돌아가셨다. 임종을 지켜 본것도 직접 들은 것도 아닌..누구누구의 입과 귀를 거쳐거쳐
한 1년 이 지난 후에 전해들었다. 그날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술을 잔뜩먹고..객사했다고..
눈물이 나오진 않았다. 이젠 아빠의 매질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있겠구나라는 어린마음의 안도만 있었을 뿐.
그때 우리 엄마가 나에게 한 말이 있었다
“느그 아빠 술 처먹고 길거리서 죽어불었단다. 정신이라고 온전했을라고!! 너도 느그 아빠 닮아서 정신병 걸릴지 모르니까 조심해!”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 엄마는 친모다. 그리고 이미 그땐 엄마가 재혼해서 계부랑
살고 있었다.
친아빠는 물론 계부에게도 나는 천덕꾸러기였다.
그래서...
나는 시아버지한테만은 꼭 사랑을
받아야내야겠다는 어떤 보
상
심리?
그런게 있었던것같다. 설마..하늘이 있다면
나에게 이런 친아빠와 계부를 내려줘놓고 시아버지마저??
에이~ 그건 좀 양심이 없다싶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이를 악물었다.
내가 열심히 하면 아버님도 나를 인정해 주시겠지..
입꾹 닫고 귀 틀어막고 못
볼
꼴 안보고 견뎌 이겨내면
시아버지 사랑으로 되돌아오겠지.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옛 성현들의 말도 있지 않은가??
옛날에 어른들 말 들어서 손해 볼일은 없다고 했다.
오늘도 나는 남편에게조차 아무말도 내뱉지 못하고 속으로 속으로만 삭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
“누구 먹으라고 이렇게 음식을 바리바리 해왔냐?? 나보고 다 먹고 죽으라는 거냐!!!너는 생각이 있냐 없냐? 어?“
세요
..라는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아버님의 폭격이 시작됐다.
그리고는 대답도 안 들으시고는
“ 음식 갖다가 싹 버려버릴라니깐 다음부터는 먹을만큼만 해와라!”
하고
끊어버리셨다. 난 한마디도 안했는데..
뭐가 기분이 상하셨을까? 내가 해간 음식이? 아니면 아버님이 숨기고 싶은 부분을 내게 들켜서?
아니면 동네 친구분들이랑 싸우셔서?
어찌 알리요 아버님 마음을...
지금은 심리학 책도 많이 읽고 법륜스님 말씀이며 김창옥 강사님 말씀을 많이 들어서
그래~ 그분이 쥐어준 더러운 기분을 계속 쥐어 있으면 나만 더럽지!!하고 흥~ 했을껀데
그땐 매번
그저
당하
고 속으로만 끙끙앓는
마음이 덜 자란 “
을
”인 며느리라 눈물밖에 나오질 않았다.
이번엔 남편에게 말을 해봤다.
그러나..
“그러니까 쬐끔만 해가지 그랬어? 그냥 잊어버려”
효자 아들이 말하는
뽄
새하고는..
야! 자기네 아버지가 뭘 좋아하냐고 물어도 모른다
평소 많이 드시냐 물어도 모른다 죄다 모르면서
얼씨구 입이 뚫렸다고 잘도 말한다. 하~그때 참는게 아니였는데 말이지...머리끄댕이라도 잡고 결판을 내는 건데...
그렇게 전전긍긍 매일매일을 보내다
결혼후 첫번 째 명절이
대기하고 있었다
. 추석
!
음식을 어떻게 하는지 추석때 뭘 준비해야 하는지
도대체 알 수 가 있어야 말이지..
가풍이 있을거고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레시피도 있을건데..시어머니가 안계신 마당에 물어볼 분도 안계시고..
남편한테 물었다.
추석인데 뭘 준비해야 하냐고.. 모른단다 그냥 대충 하란다.
너는 도대체 아는 게 뭐냐? 어??니 이름은 아냐??
큰 맘 먹고 큰형님한테 전화를 했다
형님~ 추석 때 뭘 해야할지 몰라서요 했더니
“어~ 올케 알아서 한번 해봐! 너무 신경쓰지 말고 맘 편하게 해!”
한다. 어떡해??우뜩해 오똑해하믄 시어머니도 안계신 추석
에
암것도 모르는 며느리가 맘 편히 준비할 수 있을까요?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좀 알랴주십쇼!!! 제~발!! 저 박씨네 인간들은 암것도 모른답니다.
엄마한테 배우고 여기저기 뒤져서 대충 먹을거리 장보고 떡까지 맞춰놓고 드디어 D
-day
가 왔다.
며칠 잠을 설쳤다 전을 안 태울 자신도 없고 불고기 간을
맞출
자신은 더더욱 없었으므로..
그냥 사
갈
것을.. 세상 어리석은
착한 며느리병 걸린 자
는 그런것도 생각을 못한다. 진짜 치료가 시급한 병이다!!
추석이랍시고 이쁘게 차려입고!!
가면 뭐하나
가자마자 부엌떼기 신세인 걸...
세상 쿨하다고 본인 입으로 말씀하신 아버님은 남편이 부엌이라도 들어올라치면 문을 활짝 열어 젖히며
“뭐하냐 너??”하셨다. 진짜 심장이 몸밖으로 튀어나올 뻔...
이래서 시집살이가 세상 서러운가 보다..아이고 허리야..
대충 전 한판 부쳐 내고 국도 끓이고 큰맘 먹고 6년근 인삼까지 듬뿍 넣은 불고기까지 정성스럽게
한 상 차려 점심상을 봤다. 추석인데 왜이리 땀이 흐르는지 밥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이건 뭐. ..점심 먹고 치우고 음식하고 또 설거지하고..
나, 남편, 아버님 이렇게 셋 뿐이라 흐르는 건 정적과 내 땀방울 뿐..간간이 남편과 아버님이 TV시청하며 웃는 소리만 들릴 뿐
이다.
고요했다. 그리고 서글펐다. 지금 하루종일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뭐하고 있는 거냐..
어찌어찌 하루가 갔다.
추석 당일! 아침을 간단히 먹고 나도 친정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럴 수가....
엄청난 숫자의 큰집 식구들이 들이닥치는 게 아닌가.
한 명, 두 명,, 세...
무려 10 명이었다.
아버님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으셨고 나는
얼른
부엌으로 들어가 과일을 깎기 시작했다.
뭐그리 대단치 않은 대화가 오갔고 중간중간 소재도 떨어진 듯 했으나 1시간이 넘게 그분들은 가질 않으셨다.
곧 점심시간이다.
앉을 자리도
없어
마당에 쭈그리고
있는데
아버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점심 먹고들 가라!”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준비한 음식도 다 떨어졌는데 어쩌란 말인가.. 일단 밥부터 앉
히자!
손님들 10명과 아버님, 남편까지 12명!
하..이걸 어쩐다? 시골이라 마트도 명절당일은 쉰다.
형님들 드시라고 넣어둔 6년근 인삼 불고기를 만지작 거렸다. 내 결혼식에 오지도 않으셨던, 촌수도 이름도 모르는 분들께
내어
드릴수는 없다는 내 안의 나와 싸우다가..
어쩔수 없이 냄비에 쏟아부었다. 어쩌랴 밥
과
국만 내놓을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태어나 처음으로 12인분 밥상을 차려봤다.
도와주는 사람 1명 없이..
눈물이 날 겨를 따위도 없었다.
불고기에 또 다른 반찬이 필요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게 당면 한 팩!
잡채? 못한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래도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 보다
.
당면 뒷면
에
뙇!
잡채 만드는 법이 나와있지 않은가?
(그때만 해도 레시피 검색이며 유튜브 채널 요런게 일반화
되지 않았지용ㅋ
)
세상 어떤 책을 그렇게 손끝으로 꾹꾹 눌러가며 정독을 해봤을까? 나와있는 요리법대로 잡채 한 솥을 했더니 얼추 맛은 괜찮았다.
대신 내 얼굴과 내 속은 맛이 가버렸다.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만들었
던지
...
있는 그릇 없는 그릇 다 뒤져 밥상을 차려드렸고 나는 입맛이 없어서 안먹었다.
물론 앉을 자리도 없었고 누구하나 나에게 밥먹으라고 권하는 사람
도
없었다.(남편포함)
그렇게 폭풍같은 점심시간이 지나고 기진맥진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그분들은 가실 생각이 없으셨다. 과일을 또 내오란다.
왜 안가시지? 그건 아직도 미스터리다. 못 물어봤으니까...
그렇게 5시가 가까워오자 공포심이 밀려왔다
설마..저녁까지 드시고 가시는건 아니시겠지?
혼자 덜덜 떨고 있는데 다행히 인사를 하고 일어들 나셨다. 그때까지 나는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있었고
손님들이 다 가시고 난 후에야 형님들이 한 분 한 분 오셨다.
누나들이 오니 속없는 우리 남편은 한 껏 업
돼
서 목청이 쩌렁쩌렁이였고 이왕 늦은거 저녁까지 먹고 가라신다
아니요~ 형님들도 친정 오셨잖아요 저도 친정가야죠 울엄마가 기다려요 저도 나름 집에서는 귀한...음...아니 딸이에요!
할 것을..왜 그땐 못했을까??
그게 다 효자 남편 때문이다! 와이프야 점심을 쫄쫄 굶고 있는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음식을 하고 있는지
전~혀 신경쓸 겨를 없이 지네집 식구들만 챙기는 저 모지리 같은 효자 남편때문이고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미신을
철석같이
믿은
이 어리석은 착한 며느리병에 걸린 나 때문이다.
누군가는 나에게 말을 해줬어야 했다!
명절 당일에는 손님이 몇 명쯤오니 음식준비를 해야한다고..그게 저 모지리 남편이든 형님이든 말이다..
나에게
귀
띔
을 해줬어야 했다!
멍청하게 친정도 못가고 저녁밥까지 하
고 있다 더 모질한 나는!
(이 글을 쓰고 앉아 있을라니 또 속이
확
뒤집어져서
연재고 나발이고
우왕청심
원
1병
원샷 때
리
러 가야것다.
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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